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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방에서 사료방으로 이어진 세월
우리 이웃의 이야기, 소상공인 13
대명농약사·HB바이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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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양약까지 판매하는 약포 운영
지난해 폐업…고영양 물사료로 이어져

- 아직도 돌아가는 50년 된 금성 선풍기
- 한때는 양약까지 판매하는 약포 운영
- 지난해 폐업…고영양 물사료로 이어져

 

▲ 대명농약사와 심호공방

기지초등학교 옆 빛바랜 간판 ‘대명농약사’ 위에 편백숲 현수막이 붙었다. 80세의 김문곤 씨는 이곳을 30여 년 동안 지켰다. 그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 한때 장날이면 농약사 입구에 줄 설 정도로 손님이 붐볐지만, 점점 설 자리를 잃어 간 이 작은 농약사는 지난해 폐업했다. 하지만 김 씨는 매일 이곳을 지키고 있다. 그는 “지금도 농약사를 운영하고 싶다”며 “찾아오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노쇠한 주인을 상대로 물건 값을 내지 않는 사람들이 늘자 자녀들의 우려에 결국 폐업했지만, 대신 대명농약사는 편백나무와 사료회사로 이어지고 있다.

▲ 폐업한 대명농약사에 붙어 있는 전단지

50년 전 시작한 농약방

송산면 송석리가 고향인 그는 23살부터 농약사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50년 전만 해도 농약만 판매한 것이 아닌 양약도 함께 판매했다고. 기술을 익힌 그는 송산면 상거리에서 신흥약포를 운영했으며 자리를 옮겨 현재 기지시리에 있는 종갓집 보신탕 앞에서 대흥농약사로 농약방을 이어왔다. 병원처럼 농산물에 문제가 생기면 사람들은 농약방을 찾았고, 증상을 말하곤 약을 타갔단다. 약 효능이 좋아 입소문 날 때면 손님들이 붐볐다고. 그는 “약이 잘 들 때면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농협이 들어서고 농약을 판매하면서 손님들이 농협으로 향했다”며 “20년 전부터 손님이 줄기 시작해 지금은 농약사가 많이 사라졌다”고 쓸쓸함을 전했다. 

▲ 50년도 더 된 오래된 선풍기

곳곳에 쌓인 흔적들

폐업했지만 곳곳에 놓인 물건들이 여전히 그의 손길을 닿아 살아있다. 50년 넘은 금성 제품 선풍기는 아직도 대명농약사의 열기를 식혀준다. 지금은 볼 수 없는 서울종묘가 야심차게 출시한 달고나 수박을 홍보하는 광고판 등도 있다. 또 한때 담배를 판매한 만큼, 직접 김 씨가 붓으로 쓴 ‘담배 살라면 주민등록증 꼭 지참요. 건강을 생각해서 참으세요’ 문구와 일일이 적은 농약 매출 가격판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빛바랜 흔적만큼이나 곳곳에 그의 인생까지도 담겨 있다. 이곳은 그가 아내와 함께 2남2녀를 낳고 살림을 꾸려온 곳이기도 하다. 아내는 20여 년 동안 신부전증으로 투석하다 6년 전 세상을 떠났다. 가게이기도 하지만 그의 집이기도 한 이곳을 그는 폐업해도 떠날 수 없었다. 

▲ (왼쪽부터) 주대원 시인과 김문곤 씨

주대원 시인과의 만남

대신 지인의 사위인 주대원 시인을 만났다. 주대원 시인은 김해 출신으로 부산에서 줄곧 살았다. 당진 출신의 아내를 만나 한때 부산에서 신혼 생활을 하고, 아내와 함께 당진에서 살고자 했지만 다시 부산으로 내려갔다. 그렇게 한 달에 한 번 만나며 수년을 살아오다 지난 8개월 전에야 당진에 뿌리내리게 됐다. 그러면서 알게된 곳이 바로 이곳이다. 김문곤 씨는 주대원 시인에게 한쪽 공간을 줬다. 30여 년 동안 농약방이던 이곳이 다시 이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 심호 공방

이곳에서 주 시인은 편백나무 공방(심호 공방)을 운영하며 목가구 제작·주문 판매를 하고 있다. 또한 농업회사법인 HB바이오(주)를 통해 산화질소로 만든 고영양물을 전국 총판하고 있다.

▲ 산화질소 고영양 물사료

산화질소 고영양물은 물에 섞어 가축에게 마시게 하는 것으로 높은 영양가를 함유해 가축 육성에 도움을 준다. 현재 제품 사용을 원하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주 시인은 “김 씨와는 형, 동생 사이로 지내고 있다”며 “앞으로 산화질소 고영양 물사료로 이곳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 위치 : 송악읍 반촌로 76
▪ 문의 : 010-4551-0662(주대원 대표)

※이 기획기사는 2020년 충청남도 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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