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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14 23:40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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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결과 아쉽지만 대법 판결에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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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동행취재 현장

초복 더위 땡볕도 아랑곳…60여 명 참석
“법무법인 뭐했나…위헌 소송 제기했어야”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심판정 장내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찌는 듯한 더위에도, 살을 에는 추위에도 새벽을 뚫고 서울로 올라가 1인 피켓시위를 진행했던 오랜 날들이 단 한 줄의 주문으로 허무하게 끝나는 순간이었다. ‘1인 피켓시위 1419일’이라는 숫자만으로 차마 다 담아낼 수 없는 많은 이들의 노력이 그렇게 정리됐다.

5년 기다리며 판결 기대했지만…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헌법재판소에서 평택당진항 매립지 관할권 분쟁과 관련한 권한쟁의심판 선고가 진행됐다. 지난 2015년 소송을 제기한 이후 5년 만에 결론이 나는 순간이었다.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기대도 컸다.

코로나19로 인해 심판정 방청인원이 단 12명으로 제한되는 상황에서도 대책위원들과 지역언론인, 충남도·당진시 관계 공무원, 그리고 시의원들까지 60여 명이 현장을 찾았다. 초복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심판정 건물 밖에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충남도와 당진시, 그리고 아산시가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청구 건을 각하한다는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의 짧은 주문과 각하 결정에 대한 이유를 설명한 것에 이어, 이종석 재판관의 별개의견과 이선애·이영진 재판관의 반대의견, 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의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차례로 발표된 뒤 20여 분만에 모든 선고가 끝이 났다. 허무한 결과였다.

김홍장 당진시장과 김종식·박영규 대책위원장 등은 굳은 표정으로 심판정을 나왔다. 불과 3시간 전, 헌법재판소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며 서로 덕담을 나누던 모습은 간 데 없고, 심판정 밖에도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대법원 재판에 집중하겠다”
재판이 끝난 직후 김홍장 시장이 심판정 앞에서 이번 헌재 판결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기로 하고 잠시 준비하는 사이, 대책위원들은 “안타깝다”, “속상하다”면서도 “그동안 고생 많았다”며 서로를 위로했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대법원 선고 결과에 기대를 걸었다.

김후각 대책위 법률전문위원은 대책위원들을 향해 “각하 판결은 원고(충남도·당진시·아산시)가 청구한 권한쟁의심판 청구건에 대해 형식적 요건이 맞지 않아 심의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지방자치법 개정에 따라 매립지 관할권에 대해서는 대법원에 제소하도록 돼 있으니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평택시에 매립지 관할권을 준 행정자치부 장관의 결정을 취소해 달라고) 대법원에 제소한 재판에서는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곧이어 김홍장 시장이 기자들 앞에서 당진시의 입장을 발표했다. 김 시장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하지만 2004년에 내린 헌재 판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점은 무척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은 행정안전부 장관의 결정이 정당하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지방자치법이 개정됨에 따라 더이상 신생 매립지의 관할 경계 문제는 헌법재판소에서 다룰 사항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시장은 “앞으로 있을 예정인 대법원의 현장검증과 소송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면서 “반드시 행정안전부 장관의 위법·부당한 결정을 취소하고 우리의 권리를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헌제청 또는 헌법소원 냈어야” 
한편 일각에서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게 아니라 신생 매립지에 대해 행정자치부 장관이 결정하도록 개정한 지방자치법에 대해 헌법소원 또는 위헌제청을 제기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조환 전 대책위 사무국장은 “헌재의 권한쟁의심판 대상이 아니라는 이번 판결로 인해 결국 5년간 헛 일을 한 것이 되버렸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해야 할 사건에 대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우리 측 법률대리인(법무법인 태평양·주원·원)에서는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이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김후각 대책위 법률전문위원 또한 “2009년 4월 개정된 지방자치법 부칙 제2조 제1항(제4조 제4항의 개정 규정은 이 법 시행 전에 공유수면매립법 제25조에 따른 준공검사를 받은 매립지에 대하여 시장·군수·구청장이 이 법 시행 후에 지적공부에 등록하는 경우에도 적용한다) 조문에 대해서 위헌 소송을 제기하거나 헌법소원 대상인지 판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 현장 한마디]

“대법원 소송 준비 더욱 철저히”

“실망하지 말자…아직 끝난 게 아니다”
“더욱 간절해져…가열차게 투쟁하는 계기”

김홍장 당진시장
“‘각하한다’는 주문이 발표된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행정안전부 장관이 신생 매립지의 귀속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해당 지자체의 자치권이 있다고 인정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 무척 아쉽다. 뿐만 아니라 2004년 판결에 대한 언급이 없던 점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앞으로 대법원의 판결이 남았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판결문을 잘 분석해서 철저히 대응해 나가도록 하겠다. 그동안 고생해온 대책위 분들과 당진시민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이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자치권과 관할권을 회복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김종식 공동대책위원장
“2004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 판결 또한 기대를 걸었다. 자신들의 결정을 번복하고 각하 결정을 내릴 거였으면 왜 5년이나 시간을 끌었는지 모르겠다. 헌법재판소가 인용 결정을 내렸다면 더욱 힘을 얻었을 텐데 상당히 아쉽다. 앞으로 남은 대법원 재판에서 승소하도록 최대한 법리를 개발해야 한다. 이 땅을 당진시민과 충남도민들의 땅으로 되돌려 놔야 한다. 오늘 결과에 너무 실망하지 않았으면 한다. 투쟁을 더욱 가열차게 하는 계기로 삼고 우리 땅을 반드시 되찾도록 하겠다. 대법원의 판결이 있기까지 더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성원, 협조를 당부드린다.”

박영규 공동대책위원장
“(각하 결정에) 눈물이 날 정도다. 국회에서 지방자치법을 개정한 것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이를 무시하진 못할 것이다 생각하고 각하 결정을 내릴 수도 있거라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결과가 참으로 안타깝다. 헌법재판소도 개정된 지방자치법을 이유로 권한쟁의심판 대상이 아니라고 피해갔다. 지방자치법 개정이 우리에게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게 아니다. 투쟁을 멈출 수 없다. 힘들고 어렵지만 조금 더 용기를 내서 대법원 재판에 온 힘을 쏟았으면 한다. 반드시 대법원에서는 승소할 수 있도록 더욱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김후각 대책위 법률전문위원
“이번 판결은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매립지 관할권 문제에 대서는 대법원에 제소하도록 판단한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대상이 아니라는 것일 뿐, 평택시의 승소를 의미하지 않는다. 대법원 소송에서는 원고 보조참가인으로 직접 소송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미 제시한 법률적 논거에 대해 상대 측이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당진시민들과 충남도민들이 이번 재판 결과에 실망하지 말고 희망을 가졌으면 한다.”

조환 전 대책위 사무국장
“심판정 방청인원 제한으로 대부분의 대책위원들과 공무원들이 심판정 건물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권한쟁의심판 청구가 각하됐다는 연락을 받고 그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대해 헌법소원이나 위헌소송을 제기했어야 했는데, 5년 동안 시간을 허비한 건 아닌지 분하고 원통하다.”

나기복 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 당진시지회 사무국장
“헌법재판소 앞 1인 피켓시위에 지금까지 26번 참여했다(최다 참여자). 바쁜 시간을 쪼개 당진과 서울을 오간 만큼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며 기도했다. 결과가 아쉽지만 다시 힘을 내 더 열심 투쟁해서 반드시 승소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 당진항 매립지는 장차 우리 후손들의 먹거리가 될 땅이다. 당진의 미래다. 당진땅 찾기에 더욱 매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광석 신평면개발위원장
“당진항 매립지는 본래 신평면 매산리 땅이다. 주민들은 여전히 이곳이 신평면 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만큼 이번 헌법재판소 결과를 기대했는데, 각하 결정에 크게 안타까워 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5년 간의 고생이 물거품이 된 것 같아 정말 아쉽다. 그동안 우리가 대응을 잘못했던 것인지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 대법원 판결에 더욱 간절함을 느끼며, 열심히 준비해서 반드시 우리 당진땅, 신평땅을 되찾아 올 수 있길 바란다.”

정근양 당진시자율방범연합대장
“모두 같은 생각일 것이다. 많이 서운하고 안타깝고 아쉽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닌 만큼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대법원에서 반드시 승소하도록 준비했으면 한다. 당진땅을 되돌려 놓을 때까지 자율방범대원들 모두 함께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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