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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0.07.28 17:05
  • 호수 1317

[칼럼] 문수일 우강면주민자치회장
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며…“함께 이겨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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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살고 볼 일이야!” 사람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말이 있다. 2020년을 맞이하고, 겨울과 봄을 지내면서 정말 오래 살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끼치게 된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스쳐 지나가는 일이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뉴스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점점 심각해져 가는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야말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코로나19가 서서히 나의 삶에도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내가 애정을 갖고 몇 십 년째 운영하고 있는 여행사에 예약돼 있던 여행들이 모두 취소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렇게 벌어진 상황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복잡한 심경들이 뒤섞이는 나날이었다. 나 혼자만 겪고 있는 일이 아님을 알기에 겉으로 티를 낼 수는 없었다. 무기력하게 며칠 동안 뉴스를 보고 들으면서 지금의 이 상황이 지나가는 바람이 아닐 것이라는 현실을 파악하게 됐고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내 사업뿐만 아니라 딸이 다니던 직장에서도 무급휴직을 시작했다고 들었다. 코로나19의 영향력을 점점 더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어느 누구도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코로나19 시대를 지내면서 느낀 점은 개인적으로 관리를 충실히 해야 더 큰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나 자신, 그리고 우리 가족의 무사함을 위해 더욱 감염예방수칙 등을 잘 지키려고 노력했다. 
약국에서 재료를 구입해 직접 소독약을 만들어 분무기에 담아 가족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고, 평소에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아내를 위해 시간과 상황이 허락할 때마다 직접 아내의 출·퇴근을 책임졌다. 

가족 구성원 저마다 개개인의 삶이 있었고, 각자 예민한 상황들이었기에 가족과 식사를 하다가, 좋은 말은 하되, 서로 좋지 않은 말을 꺼내지 않도록 노력해보자는 이야기를 했다. 모두 동의했고 지금까지 무리 없이 잘 지켜지는 것 같다. 그리고 덧붙여 우리 가족 이외에 밖에 나가서 지인들과 대화할 때도 부정의 언어가 아닌 긍정과 위로의 언어를 사용하고자 노력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상황은 나를 혼란에 빠뜨렸다. 나는 답답한 것을 싫어해서 평소에 가볍고 간편한 옷차림을 선호하는 사람인데, 외출할 때마다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점은 너무나 믿기 힘든 현실이었다. 

금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는 마스크를 내가 구입 가능한 금요일에 부지런히 사두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아둔 마스크를 지인들에게 선물하거나, 타지에서 일하는 아들이 집에 오면 자랑스럽게 마스크 몇 개를 내밀며 생색 내기도 했다. 평소에 말이 없는 아들도 내가 모아둔 마스크를 보며, 마스크 구하느라 고생하셨다면서 고맙다고 말해줄 때 뿌듯함이 밀려왔다.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만 행복이란 것은 멀지 않은 곳에 존재하는 것이었다.

코로나19로 세계 각지에 흩어져서 여행업을 하던 지인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하나 둘 한국으로 귀국했고, 여기저기에서 연락이 왔다. 안부인사였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안부들이었다. 힘든 시기에 나를 생각해준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서로의 소식을 주고 받으며 진심으로 서로의 마음과 상황들을 살펴주고 있음을 느꼈을 때 진심으로 가슴 따뜻한 순간들을 보냈노라 말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 또한 나의 또 다른 가족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사는 우강면이라는 동네에서 이장과 주민자치회장을 맡고 있다. 나의 직분을 수행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19를 통해서 내가 맡고 있는 자리에서 주위 사람들을 두루 살펴야 함을 느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지만 최선을 다했다. 

중요한 공지사항이 생기면 아침에 마을방송을 통해 두 번씩 방송을 내보냈다. 고령인구가 많은 동네라서 방송을 하고 나면 방송 내용을 다시 묻는 문의전화가 다반사였지만, 중요한 정보를 놓치지 않고 공유하려고 노력했다. 시민으로서, 국민으로서 지원을 받는 일이 생길 때,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최대한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힘썼다.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면서 우리가족, 지인들, 이웃주민들, 지역사람들 그리고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두루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평소에 생각해보지 못한 일선에서 누군가를 위해 열심히 애쓰는 사람들 덕분에 안전하게 편히 잠들 수 있었고,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보면 함께 속상하고 안타까워 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모든 사람들과 함께 걷고 있다. ‘나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말을 생각하고 이 중요한 가치를 마음에 깊이 담아두고 가족들과 노력해보고 싶다.

코로나19로 인해 사업적으로는 일이 현저히 줄어 집 근처에 있는 밭에서 그 어느 때 보다 진지한 마음으로 농작물을 가꾸고 있다. 큰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노동을 통해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함이다. 이제 곧 콩을 심을 때다. 비둘기와 전쟁을 선포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콩을 땅에 심자마자, 콩이 땅속에서 싹을 틔우기도 전에, 비둘기들이 몰려와서 콩들을 쏙쏙 뽑아 먹는다. 

“비둘기들아! 내가 심은 콩 하나 너희가 먹고, 내가 심은 콩 하나 싹 틔우고 그렇게 우리 함께 이 시기를 잘 지나가 보자. 그러다 보면 수확의 시기가 올 것이고, 지금보다 더 좋은 날이 오겠지. 그렇게 믿고 또 새 하루를 맞이해보자.”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지만은 않았다고 기억할 수 있기를, 모두가 힘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보태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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