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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14 23:40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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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웃의 이야기, 소상공인 17 세화제분소
따끈한 떡처럼 이웃과 정 나누는 방앗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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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고 까다로운 성격에 좋은 재료만 고집
경기침체에 코로나까지…어렵지만 ‘긍정 에너지’

모락모락 떡 찌는 뽀얀 김이 가게 앞까지 가득 퍼지고, 푸덜덜덜 고춧가루 빻는 기계소리에, 참기름·들기름 짜는 고소한 내음이 시골 장터의 정겨움을 더한다. 명절과 잔치, 그리고 제사까지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함께 해온 세화제분소가 어느덧 당진전통시장에 문을 연 지 13년이 흘렀다.

대호지면 마중리 출신의 김승곤 대표는 젊은 시절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일을 하다 아내 임수연 씨를 만났다. 아들이 8살 되던 지난 1993년, 남편 김 대표의 고향으로 돌아온 이들은 자동차 번호판 제작일을 하다 수요가 줄면서 13년 전 세화제분소를 개업했다.

세화제분소에서는 쌀을 빻아 떡을 만드는 일부터 고춧가루를 빻고, 참기름·들기름을 짜서 판매하는 일을 해왔다. 무슨 일이든 대충하는 일이 없는 김승곤 대표는 꼼꼼하고 철저하게 가게를 운영해 왔다. 일에 있어서 만큼은 누구보다 까다롭기로 소문나, 그를 믿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오랜 단골로 남았다.

좋지 않은 재료는 아예 사용조차 하지 않고 돌려보낼 정도로 세화제분소에서는 최고의 품질만을 고집하고 있다. 임수연 대표는 “가끔 손님들이 좋지 않은 재료를 가져와 떡을 만들어 달라고 할 때도 있다”며 “그럴 때면 맛 없는 떡을 만드느니 차라리 돌려보낸다”고 말했다.

떡은 가장 중요한 날, 여러 사람들이 함께 나눠 먹는 음식으로 허투루 만들 수 없다는 게 김승곤·임수연 대표의 고집스런 신념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세화제분소에서 만든 떡과 고춧가루, 기름 등은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고 이곳을 애용하는 단골들의 만족도 또한 매우 높다. 내가 먹을 수 있는 것, 내 입에 맛있는 것만을 판매한다는 자부심이 지금의 세화제분소를 만든 것이다.

김 대표는 “음식은 오로지 정성”이라며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든 만큼 손님들이 맛있다고 인정해 줄 때 가장 기쁘고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올해에는 특히 코로나19로 결혼식과 돌잔치, 장례식 등 집안의 대소사도 축소되고, 각종 행사들도 취소돼 어려움을 겪었다. 매년 봄이면 봄나들이 가는 사람들이 주문한 떡을 만들기 위해 새벽부터 나와 일해야 했지만 올해는 뜻하지 않게 한가로웠단다.

게다가 지역경제와 전통시장은 갈수록 침체되고, 가족 구성원 수가 줄어 소비자들이 소량 구매를 선호하면서, 사람들은 제분소나 방앗간을 찾아 떡을 만들기보다 마트에서 조금씩 구매하는 일이 많다 보니 세화제분소를 찾는 발길도 줄고 있다고.

“주로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데, 갑자기 보이지 않을 때가 있어요. 하나 둘 돌아가셨거나 요양병원에 가신 거죠. 그런 소식을 접할 때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파요.”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김승곤·임수연 대표는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말한다. 제분소 이 꽤나 고되지만 앞으로도 건강하게 꾸준히 일하는 게 이들의 작은 소망이다. 임수연 대표는 “우리도, 손님들도 모두 건강히 오래 만날 수 있길 바란다”며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과 정을 나누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위치: 시장중앙길 89(읍내동, 당진전통시장 내)
▪문의: 352-4245

※이 기획기사는 2020년 충청남도 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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