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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인 칼럼] 故 최숙현 선수의 마음으로 본 체육

당진시대l승인2020.08.01 14:05l(13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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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1984년도부터 ‘88올림픽꿈나무육성’이라는 정책의 일환으로 초등학교 시절 수영선수로서 학교생활을 시작했고, 대학도 체육과를 졸업한 소위 ‘모태체육인’이다.

그 시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폭력이었다. 수영은 기록의 경기이고 나는 매주 금요일 나의 최고기록을 경신해야만 훈련을 마칠 수 있었다. 만약 기록을 0.01초라도 경신하지 못하면 훈련 도구로 사용하던 생고무로 맞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시절을 떠올렸을 때 가장 뼈에 사무쳤던 것은 맞는 순간이 아니라 때리는 사람으로부터 절대 벗어날 수 없다는 자괴감이었다. 운동을 계속하는 동안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에 폭력에 대하여 자신을 허무하게 놓아버리게 된다. 아마 故 최숙현 선수도 그러한 순간을 수없이 경험했을 것이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절망감에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었을 것이라 감히 추측해본다.

문화재생산이론

우리는 故 최숙현 선수를 향한 폭력이 체육계에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성적을 위한다는 명분 하에 폭력이 세대를 이어 대물림되는 현상을 이론적으로 ‘문화재생산’이라는 용어로 정의할 수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한 사회의 규범이나 가치가 직접적으로 다시 생산돼 대물림되기보다는 문화적 과정 즉, 때리는 문화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다시 생산돼 대물림된다고 보는 이론이다.
필자는 미국 유학시절 한국과 미국의 스포츠지도자들의 차이를 연구한 적 있다. 가장 큰 차이는 가르치는 전문성이었다. 미국은 코치가 선수를 훈육할 때 데이터를 기반으로 철처한 분석에 의한 합리적 판단이 이뤄졌지만 우리나라는 가르치는 법을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그들이 배운 대로 윽박지르거나 때리면 손쉽게 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이러한 코치들만 있는 것은 아니며 누구보다 철저히 준비하고 공부하는 코치들도 많이 있다. 부디 체육계가 기존에 물려받은 폭력이라는 방식을 버리고 전문성을 겸비하는 공부하고 노력하는 지도자가 배양되고 주류가 되기를 바란다. 

시스템의 부재

체육계의 모든 시스템을 만들고 관리하고 감독하는 기관은 대한체육회다. 대한체육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특수법인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스포츠 단체를 총괄, 지도한다. 1년 예산은 약 4000억 원에 이른다. 선수단을 운영하는 지방체육회는 상위기관인 대한체육회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며 예산을 더 많이 받기 위해서 성적에 집착하고 단기 속성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 선수들에게 폭력을 일삼는 형태가 반복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전히 체육계는 전근대적인 수직적 조직문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시스템을 바꾸려면 대한체육회의 관리(Management)와 감독(Audit)의 기능은 분리돼야 한다. 한 기관이 관리와 감독, 예산집행을 동시에 하면 권력이 너무 막강해진다. 따라서 상위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체육회의 거대한 조직을 분리시켜 체질 개선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또한 회장의 전문성 부재도 본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 체육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대한체육회의 수장은 본 사건뿐 아니라 체육계의 어떤 사건 사고가 발생했을 때 단 한 번도 ‘책임’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적이 없다. 그저 자신의 자리보존을 위한 명분 찾기식의 궁색한 변명만 일삼아왔다. 체육계의 수장으로서 어떠한 리더십도 보여주지 못하는 작금의 상황을 보며 체육인들은 더 분노하고 암울해하고 있다. 체육회장은 낙하산 인사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체육인들의 고충을 이해해주며 대변해 줄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체육인들은 그저 운동이 좋고 그 운동을 통해 흘린 땀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인간으로서 목표의식을 가지고 나의 한계를 극복해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스포츠의 가치다. 이를 존중해주고 지원해주는 문화와 시스템이 우리나라에도 이뤄지는 날이 오길 기원한다. 

>> 황한솔 대표는
-1977년 서울 출생
-서울대 체육교육과, 인디애나 대학교 스포츠 매니지먼트 졸업
-농업회사법인(주)한솔양계 대표
-서울시립대 스포츠과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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