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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18 13:5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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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구멍 뚫린 듯 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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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강, 보름 간 634mm 쏟아져
도로·농경지 일대 침수되고 이재민 발생
공공 및 사유시설 피해액 13억5000여만 원 추정

▲ 지난 4일 삽교천 수문이 열려 빗물이 방류되고 있다.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12일까지 무려 21일 동안 장마가 이어진데다 8월 3일에 내린 집중호우로 당진에서도 일부 농경지가 물에 잠기는 등 침수 피해를 입었다. 수해로 인한 이재민은 10명이 발생했다.

당진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새벽 5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지난 12일 오후 4시까지 무려 21일 동안 장마가 이어졌다. 비가 내리지 않았던 7월 25일을 제외하고 많게는 불과 하루에 120.9mm가 쏟아지기도 했다.

14개 읍·면·동 가운데 강우량이 가장 많았던 곳은 우강면으로 장마 기간이었던 21일 동안 내린 강우량은 740.5mm를 기록했으며, 특히 16일 연속 비가 왔던 7월 28일부터 8월 12일 사이에 634mm의 비가 내렸다.

한편 대호지면(416mm)과 당진1동(452.5mm), 당진2동(452.5mm)을 제외한 대부분의 읍·면에서는 이번 장마 기간 동안 500mm 이상의 비가 내렸다.
지난 3일 121mm 폭우 쏟아져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당진의 평균 강우량은 254mm으로, 호우 및 강풍 특보가 발효됐다. 특히 지난 3일에는 평균 120.9mm의 강한 폭우가 쏟아졌다. 이날 새벽 3시경부터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해 오전 8시에서 오전 10시 사이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렸다. 이후 소강 상태를 보이다 오후 4시경에 다시 폭우가 쏟아졌다.

이날 강우량은 송악읍 204mm, 신평면 185mm, 당진시청 159mm, 우강면 135mm, 면천면과 순성면 130mm, 정미면 117mm, 합덕읍 113mm, 송산면 106mm, 고대면 100mm로 하루 동안 100mm 이상 비가 내린 읍·면·동이 10곳에 달했다. 반면 석문면이 64.5mm로 최저 강우량을 기록했다.

당진천 교각까지 물 불어…범람 위기
쏟아지는 집중호우에 도로와 농경지 곳곳이 물에 잠기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당진천은 수위가 높아지면서 교각 상단 부근까지 물이 차올랐고, 시민들은 지난 1998년 폭우로 당진천이 범람해 원도심이 물에 잠겼던 사건이 재현될까 불안에 떨었다.

당진3교 인근에서 9년째 살고 있다는 한 시민은 “8월 3일 새벽과 아침에 비가 엄청 와서 당진천이 범람할까봐 걱정돼 한숨도 못 잤다”며 “오전 11시가 넘으니 수위가 조금씩 내려갔지만 9년 만에 당진천이 이렇게 불어난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이어 “당진3교를 지나 당진2동 행정복지센터 방향은 지대가 다소 높지만 반대 방향인 원도심 쪽은 지대가 낮고 하천과 길이 연결돼 있어 밀집된 주택과 상가들이 잠길까 걱정됐다”고 전했다.

당진3교 인근에서 6년째 상가를 운영하는 이금옥(읍내동) 씨 역시 “개업 이후 이런 광경은 처음 본다”며 “하수구가 당진천과 연결돼 있어 호우로 하수구 물이 역류할까봐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재민 5가구 10명 발생
당진시 안전총괄과 재난안전팀에 따르면 당진의 경우 사망이나 부상 등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면천면 율사리, 신평면 금천리와 거산리, 송악읍 중흥리, 당진3동에서 주택 침수 등으로 5가구, 1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가택이 침수되면서 이재민들은 친척집이나 마을회관 등에서 임시거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도로침수 39건 △주택침수 17건 △상가침수 7건 △주택파손 3건 △차량침수 4건 △농경지 침수 및 토지 매몰 190가구(167ha)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액은 공공시설 12억3000여만 원, 사유시설 1억2000만 원으로 추정된다.

농경지 잠기고 돼지 폐사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농가 피해도 상당했다.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 김건희(순성면 광천리) 씨는 “6년째 비가 올 때마다 피해를 입고 있다”며 “비가 많이 내린다는 소식에 당진시와 순성면이 급하게 배수로 공사를 해서 이 정도에 그쳤지만, 배수로 정비를 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더 침수됐을지 생각만해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침수 피해를 입지만 당진시에서는 ‘예산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면서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상습 침수지역에 대해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구마 농사를 짓고 있는 김장환(고대면 장항리) 씨는 “호우로 인해 고구마가 웃자라면서 정상적인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며 “평년에는 7월 말에 고구마를 수확하는데 올해 20일 넘게 비가 오면서 아직도 수확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더불어 “고구마 농사를 20년 지으면서 이런 피해는 처음 입어본다”며 “올해 흉작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인삼과 사과, 복숭아 등 일부 과수·특작 농가에서 피해를 입었으며, 신평면 운정리 등 일부 수도작 농가에서도 논이 침수됐다. 직접적인 수해가 아니더라도 오랫동안 비가 많이 온 탓에 농산물 품질이 저하되고, 흉작으로 인해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석문면 교로리에서 쌀농사를 짓고 있는 임종설 당진시품목별연구협의회장은 “호우로 인해 병해충이 발생하고 벼 이삭이 마르는 등 농민들의 근심이 크다”며 “다른 품목도 피해가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순성면 옥호리의 양돈농가에서는 정전으로 인해 돼지 240두가 폐사했다.

“예방책 마련해야”
이번 집중호우로 대덕동 여울수변공원 저류지 내 농구장도 물에 잠겼다. 농구대의 약 절반 높이까지 물이 차올랐으며, 설악웨딩타운 사거리(행동교차로)와 순성, 시청 방향 도로 일부가 침수됐다. 수청한라비발디캠퍼스 공사 현장 등 곳곳의 공사 현장에서는 토사가 흘러 도로 일대가 흙탕물로 뒤덮이기도 했다. 한 시민은 “공사 현장에서 폭우가 발생하면 그로 인해 주변 지역도 위험한 상황에 놓인다”며 “당진시에서는 피해를 예상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한 예방조치를 취했어야야 했다”고 지적했다.

당진시 안전총괄과 송인범 안전재난팀장은 “호우 피해를 막기 위해 재난관리기금으로 사전 재해 시설물 보수 및 보강, 정비사업을 진행했다”며 “급경사지나 붕괴 위험 지역, 산사태 위험 지역 등을 사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998년 폭우 이후 당진천 정비 및 지방하천, 소하천, 배수로 정비사업을 진행해 왔고 20여 일간 장맛비가 내렸지만 그때만큼 많은 양이 내리지 않아 큰 피해는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호우로 인해 당진시 공직자 150명은 중장비·양수기 등의 장비를 투입해 긴급 복구작업에 나섰으며, 지난 4일에는 김홍장 시장이 여름휴가를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해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신평면과 송악읍 등 현장을 점검했다.
김예나·박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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