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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0.08.14 19:13
  • 호수 1319

[출향인 칼럼] 뉴스란 무엇인가?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아니고,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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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양선 프리스트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전국을 강타한 장마로 인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강둑이 무너지고, 논과 밭이 물에 잠겨 농작물이 며칠째 수중 속에 묻혀 있다. 도로가 유실돼 마을이 고립되고, 터널 속에 차량이 갇혀 목숨을 잃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한 달 이상 지속된 장마와 재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런 가운에서도 최근 인터넷을 가장 뜨겁게 달군 뉴스는 ‘국회의원 류호정 의원의 의상’이었다. 원피스 의상에 대한 갑론을박은 뉴스 매체는 물론, SNS 상에서도 크게 회자되고 있다.

이 같은 최근의 뉴스를 접하면서 “뉴스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저널리즘의 명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원피스 의상이 국회의원의 품위와 격에 맞느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이 일자, 류호정 의원은 의상도 T(Time) P(Place) O(Occasion)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답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여성 총리를 비롯한 여성 의원들의 의상을 놓고 여러 논란이 일었기에 그리 새삼스런 건 아니다.

문제는 자연 재해로 크게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지금 그런 논란에 대해 필요 이상의 지면과 방송 시간을 할애해 마음의 상처를 입혔다는 것이다. 클릭률이 높으면 마냥 파고 드는 취재나 가십성 기사에 대다수 대중은 동의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광고 유치를 위한 대중 심리를 유혹하는 기사일 뿐이다. 결국 수많은 기사와 SNS 노출로 인해 원피스는 완판됐다. 쇼핑몰업체가 반사이익으로 경제효과를 얻었다면 그나마 위안이다. 그러나 인터넷 트래픽을 높이는 대다수 클릭 저널리즘은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의 가십성 기사가 대부분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20~30대에 유행하고 있는 색다른 매체가 있다. ‘뉴닉(newneek)’이라는 뉴스레터다. “우리가 시간이 없지, 세상이 안 궁금하냐?”라는 콘셉트로 취직 준비에 바쁜 20대를 겨냥한 매체다. 사회 이슈를 알기 쉽게 캐릭터를 동반해 설명해주는 일종의 큐레이터 저널이다.
최근 젊은 층에서는 뉴스를 가장 많이 접하는 미디어 플랫폼은 유튜브다. 그러나 유튜브는 편향적 주관성인 확증 편향이 너무 강한 미디어 플랫폼이다. 보다 객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슈를 해석해내는 새로운 욕구로 탄생한 것이 ‘뉴닉’이다. 검증되지 않은 뉴스가 남발하면서 색다른 반찬을 매일 골라주는 뉴스 식단인 것이다. 저널리즘의 새로운 방향성을 생각하게 하는 매체다.

과거 언론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무엇이 뉴스인가?’라는 질문에 “개가 사람을 물면 기사가 안 되고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는 1800년대 후반 미국에서 신문사간 전쟁이 한창일 때 <뉴욕 선>의 사회부장 존 보거트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황색저널리즘을 제시하면서 한 말이다. 요즘 사람이 개를 무는 것만 쫓아 나서는 게 인터넷 뉴스의 가장 큰 특징이다. 연예인, 스포츠스타, 정치 논객의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은 항상 뉴스의 중심에 서 있다. 그런 뉴스를 실어야 실시간 검색에서 상위를 차지한다.

뉴스의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다. 뉴스의 본질은 퇴색하고 변죽만 울리는 세상은 결코 미래가 없다. 뉴스의 본질은 객관성에 있다. 객관성의 가치는 하루의 중심적 뉴스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그러한 고민이 있어야 뉴스가 세상의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

헤겔은 “객관성의 존재는 결코 신비한 그 무엇이 아니라 누구나 알고 잘 알고 있는 생활기반”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모두 생활 기반에 서 있고 이를 떠나서는 존재하지 못한다. 헤겔은 ‘객관성은 주관성을 떠나서는 찾기 어렵다’는 의미 있는 말도 남겼다. 다양한 주관적 의식이 변증학적으로 발전할 때 비로소 객관성에 도달할 수 있다. 미디어 생산자가 그러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미디어 소비자가 역으로 ‘사람이 개를 무는 가십 뉴스’에 현혹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홍양선 씨는
-송산면 상거리 출생
-송산초등학교, 송악중학교, 송악고등학교,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한국GM 홍보실, 홍보대행사 KPR 등 근무
-현재 홍보대행사 프리스트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저서 <산업을 리드하는 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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