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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0.08.24 17:30
  • 호수 1320

[의정 칼럼]조상연 당진시의원
공론화를 공론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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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청소년재단이 공론화 부족 논란에 휘말려 있다. 당진YMCA는 청소년재단 설립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들은 청소년재단의 타당성 용역에 시민 의견수렴이 부실했다고 한다. 당진시의 석문과 송악산업단지에는 산업폐기물처리장이 건설되고 있다. 법적으로 하자가 있는지, 당진시의 권한인지 또 인근 주민들이 동의하였는지는 불문하고 당진의 시민단체들은 공론화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앞서 당진참여연대는 당진시민축구단 설립에 부정적인 의견을 발표했다. 이에 당진시장은 행정사무감사에서 공론화가 부족했음을 시인했다. 급기야 당진시민축구단 설립 예산은 공론화의 부족을 이유로 시의회에서 부결됐다.

오는 28일에는 당진시민축구단 창단추진위원회가 관련 설명회를 한다고 했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다. 그러면 충분한 공론화가 된 것으로 여겨도 될까?

당진시의 14개 읍면동 주민자치회는 주민총회를 통해 읍면의 사업을 일부 정하고 있다. 그런데 그 주민총회는 인구의 1% 정도가 모여서 진행한다. 당연히 대표성이 의심된다. 이는 주민자치회와 이·통장단과 반목의 원인이 되고 있다.

어떤 규모와 방식으로 공론화를 해야 모두가 만족할까? 그동안에는 시민단체가 시민의 의사를 비공식적으로 대변했다. 그러나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에서 갑자기 시민들은 “너희들이 뭔데 우리를 대변해, 우리의 의사는 우리가 주장할 거야”라 말하고 행동했다. 그리고 그 경향은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다. 왜 그럴까?

며칠 전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다가 이유를 알게 됐다. 자식의 피부에 대해 상담하는 아빠는 전문의가 제시하는 대안에 대해서 이미 다 해보았다며 전문의를 당황시켰다. 심지어 전문의가 당뇨가 의심된다는 말에도 이미 검사를 해보았으며 왜 그런지를 자기가 설명했다.

이 아빠는 왜 라디오에 전화를 해서 전문의에게 의견을 물었을까. 그 아빠는 인터넷이나 SNS로 알아본 아들의 증상과 해결책을 전문의에게 확인받고 혹시 자기가 모르는 새로운 해결책이 있는지 궁금했을 뿐이었다.

이렇듯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 그리고 SNS로 전문가만 알던 지식에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전문가의 신비로움 즉 아우라가 없어졌다. 더불어 정책과 정치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전문 관료와 선출직 공직자 즉 대의제의 구성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당진에 100개가 넘는 위원회는 정책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기구이다. 시장이 전문가를 임명하고 행정이 제안한 의제를 논의하게 한다. 결정한 정책은 시의회로 넘어와 최종 결정된다. 하지만 당진시위원회의 위원들은 라디오의 전문의 꼴이 되었다. 누구도 이 결정의 탁월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시의회도 막강한 최종 결정권을 가졌지만 과연 이 제안된 정책이 최선인지 또 시민들에게 동의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시민들도 의회의 의사결정의 탁월성을 믿지 않는 것 같다.

기존의 의사결정 시스템인 대의제가 무너지고 있다. 하지만 직접민주주의 다수결은 찬반 선호조사라는 한계와 감정적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므로 결정의 질을 책임질 수 없다. 수많은 대안과 창의적 발상을 모두 무시하고 찬반으로 결정하면 그 결과를 수용하겠는가? 바야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프랑스의 정치학자 토크빌은 저서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신세계 미국 민주주의 운영 원리가 다양한 공론장에 의해 의견이 모아지고, 모아진 의견이 의회를 통해 제도화되는데 있다”고 했다. 160년 전 이 책이 지금 당진에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숙의민주주의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당진시민을 대표하는 계층, 성별, 소득, 나이 등이 잘 고려돼 선정된 구성원들이 충분한 토론과 학습을 통해 의견을 모아 제시하고 지방정부가 그 실현을 보장한다면 탁월한 결정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그러려면 관료도 공직자도 겸손할 필요가 있다. 권력을 가진 쪽에서 편파적인 구성과 편파적인 정보 제공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의심이 된다면 도출된 결정에 승복하지 않는 구성원이 있을 것이고 이에 대해 대다수가 동의하게 되면 모든 시도가 헛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숙의민주주의: 단순 여론조사와 다수결 투표가 아니라 일반 시민의 열린 토론과 사려 깊은 숙의를 통해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민주주의 모델. 숙의민주주의는 원전 건설과 같은 전국 수준의 국가적 사안뿐 아니라 지자체 수준의 각종 지역·민생 이슈에 적용할 수 있다. 비교적 적은 수의 시민들이 소위 ‘미니공중’(계층, 성별, 소득, 나이 등이 고려 선발된 인원)을 이뤄 숙의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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