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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세에 시인으로 등단한 이계정 씨(우강면 원치리)
농부 할아버지, 시인이 되다

시사문단 신인상 수상…시인 등단
“등단 소식에 감격해 엉엉 울었다”
“연호시문학회 활동…내 인생의 기쁨”
“내년 개인시집 출간 예정”
김예나l승인2020.09.11 21:00l(13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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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이 넘은 이 ‘할아버지’가 시인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는 방에 들어가 엉엉 소리 내며 울었어요.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를 중퇴한 내가 시인이 됐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감격스러웠죠.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집안 식구들 모두에게 축하 인사를 받았는데, 특히 저를 업어 키워 준 93세 큰누님이 기뻐서 덩실덩실 춤을 추셨대요. 처음 등단 소식을 들었던 때처럼 여전히 가슴이 뜨겁고 벅찹니다.”

우강면 원치리에 거주하고 있는 이계정 씨가 최근 시사문단을 통해 <뭉게구름 단상>, <호박꽃>, <아미산 진달래꽃> 등의 시로 신인상에 당선되며 84세의 나이에 시인이 됐다.

홀로 시를 써 온 지는 40년이 됐지만 자신의 시에 늘 부족함을 느낀 그는 신인상 도전을 망설여 왔다. 이 모습을 지켜본 연호시문학회 이옥하 회장은 이 씨를 설득해 신인상 공모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지지했다.

“배우지 못한 한…어두운 밤길 같아”
이 씨는 교사인 아버지 밑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다. 하지만 아버지가 하루아침에 교직을 그만두게 되면서 가정 형편이 기울어졌다. 결국 초등학교 졸업장도 받지 못한 채 교문을 나서야 했고, 작곡가의 꿈도 포기하고 이웃들의 콩 농사를 대신하며 살았다.

어느 날 그는 친구(인치현)를 따라 글방에 갔다가 훈장이 학생들에게 “사람이 태어나서 배우지 않으면, 어두운 밤길을 다니는 것과 같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나는 배우지 못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걱정이 밀려왔다. 그래서 그는 콩밭을 매며 번 돈의 일부를 책을 빌리거나 사는데 사용했다.

당시 그가 가장 처음으로 사서 읽은 책은 <장화홍련전>이다. 이 씨는 “면천에서 당진까지 걸어가 책을 사왔다”며 “장화홍련전을 시작으로 홍길동전, 순애보, 상록수 등 책을 수도 없이 읽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여러 책들을 즐겨 읽는다는 것을 안 동네 이웃들이 삼삼오오 우리 집에 모여 나에게 책 이야기를 듣고 가곤 했다”고 전했다.

40년 동안 시 써와
초등학생 때부터 작문 과목을 좋아했던 그는 정몽주의 <단심가>, 이방원의 <하여가> 등 옛 시조를 즐겨 읽었다. 이직이 지은 ‘까마귀 검다 하고 백로야 웃지마라’는 시조처럼 옛 시조에는 비유법을 많이 사용해 흥미를 느끼게 됐다고. 이 씨는 “시를 쓰게 된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며 “시를 좋아해 다양한 시를 많이 읽었고 자연스럽게 시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시를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베개맡에 볼펜과 메모지를 놓고 잔다. 자다가 좋은 시상이 떠오르면 일어나서 적어놓고, 메모한 것을 다듬어 시를 쓴다. 시상은 아무때나 갑자기 떠오르기에 메모하는 습관을 들였다는 그는 40년 동안 300~400편 정도의 시를 써 왔다. 이 중 그가 가장 처음으로 쓴 시는 <짝 잃은 외기러기>다. 이 시는 이웃집에 살던 친구가 부인을 일찍 여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었다. 그가 쓴 첫 시면서 친구의 이야기라 더욱 마음이 가는 시란다.

‘밤하늘에 빤짝이는/별을 보며 짝 잃은/외기러기 울며 울며/임을 찾아 정처 없이/날아가네 나도 너와/같이 임을 잃고/헤맷지만 님은 없어/꿈에서도 님은/안오시여 허무한 마음/달래 본다 짝 잃은/외기러기야 나는/꿈에서라도 임을/뵈울테니 너라도/임을 찾아 행복하게/살려무나!’

또한 그가 쓴 수백 편의 시 중 이번에 당선된 시 ‘아미산 진달래꽃’은 고향인 면천면 죽동리를 생각하며 써내려간 시다. 이 씨는 “내 고향 면천에 이 시가 담긴 시비를 세우고 싶다”며 “그런 날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문학회 회원들 고마워”
한편 마늘·양파 등 여러 농사를 짓고 있는 그는 문학회 활동도 열심이다. 19년 째 연호시문학회에서 활동해온 그는 출석률이 가장 좋은 회원이다. 이 씨는 같은 농사꾼이면서 자별하게 지낸 연호시문학회 초대회장인 故 김종섭 씨가 준 연호시문학회 제1호 시집을 읽고 연호시문학회 회원으로 가입하게 됐단다.

이 씨는 “연호시문학회 시집을 받고 여러 문인들과 문학활동을 하고 싶었다”며 “문학회 활동은 내 인생의 기쁨이자 낙”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학회 회원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면서 “이번 공모에도 많은 망설임이 있었지만 연호시문학회 이옥하 회장의 지지와 회원들의 응원으로 도전하게 됐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그는 1년 뒤 그동안 써놓은 시들을 모아 놓은 시집을 출간할 계획이다. 이 씨는 “85세 되는 해에 생일 잔치 겸 출판기념회를 열 계획”이라며 “서투른 글이지만 남은 인생 동안 열심히 시를 쓰겠다”고 덧붙였다.

>>이계정 씨는
·1938년 면천면 죽동리 출생
·현 (사)한국문인협회 당진지부,
   연호시문학회 회원
 

 


김예나  yena08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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