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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0.09.14 11:22
  • 호수 1323

[칼럼] 박영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당진지회장
참교육 한길로! 다시 시작하는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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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합니다.

2013년 10월 24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사무실로 팩스 한 장이 날아들었다. 이 종이 한 장으로 전교조는 하루아침에 법외노조가 됐다.

박근혜 정부는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전교조에 규약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는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해치는 명백한 탄압이었다. 전교조가 법내노조 지위를 유지하려면 공교육 정상화와 사학재단부패에 맞서 싸우다 해직된 동료교사들을 밖으로 내쳐야 했다.

하지만 우리 조합원들은 법외노조의 길을 가더라도 동료에 대한 의리와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지키자며 정부의 부당한 탄압에 맞섰다. 우리는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할 수 없듯이 한 명의 해직자도 포기할 수 없었다.

1989년 교사가 노동조합을 설립했다는 이유로 1527명의 교사들을 해직시킨 것도 세계사적 기록이었지만, 9명의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두었다는 이유로 6만의 노동조합을 하루아침에 법외노조로 만든 것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이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국가권력을 총동원해 전교조를 탄압했고, 양승태 대법원은 상고법원 설치를 조건으로 전교조 불법노조화는 물론이고 통합진보당까지 해산시키기에 이르렀다. 뜨거운 광장의 촛불은 부정한 권력을 몰아냈으나, 최대 피해자인 전교조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지 3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법외노조였다.

법외노조 7년간 기나긴 투쟁의 길을 걸어왔다. 전체 교사들의 마음을 모은 현장의 실천에서부터 각계각층의 릴레이 지지 선언, 국제사회의 관심과 촉구에 이르기까지 전교조는 힘차게 싸워왔다.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 통보’를 취소합니다.

2020년 9월 3일, 전교조는 마침내 법외노조의 굴레를 벗었다.

대법원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는 노동3권을 본질적으로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이 통보 또한 법률에 근거하지 않았기에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고, 고용노동부는 전교조에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 통보’를 취소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나는 이 판결을 유튜브 라이브로 지켜보았다. 탄압에 익숙해진 건지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던 나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간단하고도 명쾌한, 상식적인 판결을 받기까지 무려 7년이 걸리다니! 이 종이 한 장에 6만 명의 노동조합원이 그동안 가시밭길을 걸어왔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기도 했다. 판결이 나던 날 조합원과 동료들의 축하 메시지가 이어지면서 다시 법내노조가 되었음을 실감했다.

우리 조합원 교사들은 떡과 음료, 아이스크림, 커피 등 모양은 각기 다르지만, 감사의 마음을 듬뿍 담아 동료 교사들에게 자축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이것은 법외노조 취소에 늘 마음을 보내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면서, 전교조가 학교 교육의 긍정적 변화를 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모두가 자축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7년의 긴 터널을 지나왔다. 오늘의 승리는 해고된 동료와 함께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지키기 위해 고난의 길을 선택했던 조합원과 전교조를 끝까지 응원하며 지지해 준 시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함께 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우리는 더 큰 책임감으로 교육개혁을 향해, 조합원 한 명 한 명의 지혜와 열정으로 학교현장을 바꿔나갈 것이다.

 

>> 박영환 지회장은
-1985년 대구 출생
-현 유곡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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