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실시간뉴스
편집 : 2024-03-29 19:49 (금)

본문영역

  • 칼럼
  • 입력 2020.09.19 17:15
  • 호수 1324

[교사일기] “헬로! 미스터 홍”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순조 기지초등학교 수석교사

 

교직경력 30년이 돼간다. 1990년 3월 1일 스물네 살에 삼봉초등학교에서 첫 교직을 시작한 나는 첫해부터 6학년 담임선생님을 맡았다. 대학을 갓 졸업한 신규 교사로서 꿈과 희망에 부풀어서 학생들을 정열적으로 가르쳤다. 파격적으로 기타를 들고 들어가 음악수업을 하는 등 지금은 상상도 못하는 일이지만 희망하는 학생 14명과 회비를 걷어 시외버스를 타고 주말에 1박 2일로 계룡산을 등반했던 기억도 난다.

나는 제자들을 졸업시키면서 한가지 약속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배움을 멈추지 말고 꾸준히 자신을 계발하여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하면서, 나도 꾸준히 공부해서 20년, 30년 후에는 석사, 박사도 하고 유학도 다녀오겠다고 약속했다.

그 결과 30년이 지난 나는 한국교원대 대학원 석사, 박사과정을 마치고 충남교육청 파견 국비 장기해외유학생이 돼 2006년에 미국 오클라호마시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2011년도부터 새롭게 도입된 수석교사가 돼 대학과 교원연수원과 각 학교에서 후배 교사들 수업 컨설턴트로서 컨설팅, 학부모 교육 등을 하고 있다. 그리고 취미로 성악을 30년간 꾸준히 연습해 아마추어 성악가로서 활동을 하며 지역사회에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학교에 발령받으면 첫 수업시간에 늘 학생들에게 이렇게 약속했다. “안녕하세요? 수석선생님!” 대신 “헬로, 미스터 홍(Hello, Mr. Hong)” 하고 영어로 인사하면 영어로 대화하겠다는 약속이다. 그래서인지 전에 근무했던 원당초등학교, 계성초등학교에서 ‘Mr. Hong’으로 꽤나 유명세와 인기를 모았다. 아이들은 수석교사보다는 Mr. Hong이라고 부르는 것을 너무나 좋아했다.

최근 9년 동안 나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교문에서 아침 등교를 하는 학생들을 환하고 유쾌한 미소로 맞이하고 있다. 어른들도 아침 일찍 출근하는 것이 힘든데 어린 학생들이 눈 비비고 일어나 학교에 꾸역꾸역 오는 것을 보면 여간 대견한 것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오고 싶은 학교를 만들어 주고 싶어 1시간 일찍 등교해 학생들에게 밝게 인사하며 친밀하게 맞이하고 있다. 

그러다가 문득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내 전공을 살려 학생들에게 영어 대화 상대가 되어주어야 겠다고. 그 이유는 평소 실용영어에 대한 나의 영어교육의 소신도 들어 있다. 우리가 몇십 년 동안 영어공부를 했어도 외국인을 만나면 머리가 하얗게 되고 달달 외웠던 단어 표현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던 경험을 누구나 해보았을 것이다. 그 이유가 뭘까? 학생들은 단어나 문장을 무조건 암기하는 것으로 공부를 끝내기 때문이다. 암기한 것을 어디선가 누구에겐가 써먹어서 완전 내 것이 되도록 해야 한다.

내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영어를 가르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영어는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는 “나는 영어를 못한다”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 것 같다. 영어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방법이 잘못 됐거나 실전 대화 연습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기지초등학교로 발령받아,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지만 매일 아침 후문 앞에서 영어 한마디 하면 1점을 주고 100점 모으면 상품을 주기로 약속했다. 이를 새겨들은 1학년 학생이 100점을 모아서 상품을 받아갔다. 너무 행복한 첫 학생이었다. 관심 없던 다른 6학년 학생들도 이제 다가와서 영어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좋은 징조다.

영어를 잘하는 방법은 바로 입력과 출력을 병행하는 것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한다면 입력보다는 출력을 더 많이 하려고 노력하면 된다. 그래서 나는 교실에서나 교문 앞에서나 마트에서라도 학생들이 교실에서 공부한 표현을 실제상황에서 활용해 볼 수 있도록 대화 상대가 되려고 결심한 것이다. 부담 없이 자신의 영어를 시험해볼 대상이 되어주고자 한 것이다.

교직을 마치는 그날까지 나는 어린 제자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제자들의 안전과 성장 그리고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평범한 가장으로 한 가정을 돌보며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성인으로 잘 성장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 선생으로 태어난 나의 소박한 소망이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