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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내동 송이네 풍선가게 운영하는 김나래 씨
풍선 안에 행복을 담다

유리알처럼 맑은 풍선 안에 넣은 꽃다발
아이디어스·1300K 등 유명 디자인 쇼핑몰 입점
빈집으로 방치된 폐가를 아름다운 공방으로
임아연l승인2020.09.25 19:50l(13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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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꽃풍선을 만드는 나래 씨의 인생도, 다 허물어져가던 폐가가 아름다운 공방으로 재탄생한 것도.

김나래(32·송산면 유곡리) 씨는 꽃풍선을 만든다. 지난해 딸 아이 어린이집 졸업선물을 고민하다 투명한 풍선 안에 각양각색의 꽃을 넣은 꽃풍선을 우연히 접한 그는 풍선 안에 꽃 대신 인형을 넣어주면 아이가 좋아할 것 같아서 꽃풍선을 직접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만해도 꽃풍선이 대중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당진에서는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나래 씨는 서산에 있는 한 공방에서 꽃풍선 만들기 원데이클래스를 수강한 뒤, 딸에게 꽃풍선을 만들어 선물했다. 직접 만들어보니 제작이 어렵지 않고 생각보다 예뻐서 소일거리로 하나 둘 만들어 판매하면 좋을 것 같았다.

“큰 욕심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당진부동산카페(cafe.naver.com/dj114)에 올렸는데 반응이 너무 폭발적인 거예요. 처음이었는데 사람들의 문의가 많아서 깜짝 놀랐어요.”

딸 아이 이름을 딴 ‘송이네’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그는 지난 2월 남산공원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작은 풍선가게를 오픈했다. 딸 아이의 얼굴을 캐리커쳐로 그리고 아이의 이름을 따서 ‘송이네’라고 이름지었다.

직접 가게 인테리어를 하고 만든 작품을 사진 찍어 SNS에 올리기 시작하면서 그의 꽃풍선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핸드메이드 작품을 판매하는 웹사이트 ‘아이디어스’와 디자인 쇼핑몰 ‘1300K’에 입점하면서 주문이 폭주했다.

나래 씨는 “유명한 디자인 쇼핑몰 MD에게 연락이 와서 얼떨떨하면서도 신기했다”며 “꽃풍선 만드는 재미에 보람까지 느껴져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버이날과 스승의날, 성년의날, 부부의날 등이 몰려 있는 지난 5월에는 나래 씨 혼자서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주문이 밀려들어 한 달 내내 밤을 꼬박 지새웠다. 함께 일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그에게 갑작스레 주문 물량이 늘어 무척 당혹스러웠다고.

“한 시간이나 겨우 잤을까요. 잠도 거의 못 자고 꽃풍선만 만들었어요.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워야 하는데, 주문은 밀리고…. 남편이 한 달 동안 15일은 연차를 냈을 만큼 정말 정신 없었죠. 그때 ‘이러려고 시작했던 건 아닌데’ 하면서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그땐 그런 경험이 처음이라 더 그랬던 것 같아요.”

나래 씨는 그 무렵 꽃풍선 캐리어를 직접 디자인해 실용신안을 내기도 했다. 돈을 얇게 돌돌 말아 숨겨놓는 꽃풍선 주문이 들어왔는데, 도저히 지폐 한 장 한 장 말고 있을 여력이 없었다. 그러다 꽃풍선을 들어올리면 지폐가 줄줄 따라 올라오는 상자 캐리어를 개발했다.

밀려드는 주문에 원데이클래스까지
이후로도 꽃풍선 주문은 물론 원데이클래스를 수강하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로 가게가 북적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경북 구미와 대구에서 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다. 그는 “장소가 협소하고 화장실도 불편해서 이곳까지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며 “좀 더 넓은 곳으로 이전하기로 하고 장소를 구했다”고 말했다.

번듯한 새 건물로 가고 싶었지만 그런 곳은 세가 너무 비쌌다. 그리고 번번이 거절당해 허탈해하고 있을 무렵, 원래 자리했던 가게 옆 폐가를 소개받았다. 과거엔 가정집으로 쓰였으나 10년은 넘게 사람이 살지 않은 것 같은 곳이었다. 새가 죽어 있고, 고양이들이 드나들었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들어가기 무서울 정도였지만 왠지 보면 볼수록 그 구조가 예쁘고 독특했다. 천장엔 하늘을 볼 수 있는 창이 나있고, 뒷마당도 있었다. 이전처럼 직접 집을 고치고 인테리어까지 할 엄두가 나지 않아 전문가의 손길을 빌렸다. 집이 너무 오래되서 자칫 무너져 내릴 수 있기 때문에 공사 과정 하나하나 모두 조심스러웠다. 게다가 올 여름 기나긴 장마에 태풍까지 잇따라 불면서 마음을 졸였다.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다
다행히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됐고, 앞마당에 자연스럽게 풀꽃을 심는 가드닝까지 마무리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천장에 얼기설기 엮어 놓은 나무 구조물과 함석지붕을 그대로 살리는 대신 하얗게 칠한 벽면은 어떤 색깔의 꽃과도 잘 어울렸고, 크게 낸 창으로는 햇살이 들어왔다. 곳곳에 설치한 간접조명이 공간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다. 오래된 건물이 주는 편안함과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더해져 ‘송이네’만의 공간이 탄생했다.

나래 씨는 “집을 새로 고친 뒤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디자인으로 더욱 예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꽃풍선 제작 뿐만 아니라 한편에 스튜디오를 만들어 사람들이 돌·백일 사진 등 셀프촬영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활용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큰 도시에서만 살아온 제가 남편을 만나 당진이라는 낯선 곳에 오게 될 줄 몰랐고, 회계학을 전공하고 병원 행정일을 했던 제가 이렇게 꽃풍선을 만들어 판매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저에게 이런 미적 감각과 재능이 있다는 것도 몰랐죠. 산다는 건 미래를 알 수 없지만 그래서 재미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위치: 당진중앙2로 132-13
          (남산공원 올라가는 길)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ssong_balloon
▪카카오톡 채널: pf.kakao.com/_UUxfJxb


임아연  zelkova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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