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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0.09.28 11:08
  • 호수 1325

[칼럼] 안지민 당진서점 대표
우리가 몰랐던 도서정가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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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함께 모여 책을 읽고 책 수다를 나누는 서점, 작가의 강연이 열리고 다양한 소모임이 있는 서점, 책에 둘러싸여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북스테이 서점, 그림책 작가가 꼬마 손님들을 위해 그림책을 읽어주는 그림책 서점.

남의 동네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당진에 책방이 늘며 찾아온 변화다. 작년 당진서점과 새로 생긴 책방들은 ‘우리동네 문화사랑방’이라는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하고 진행했다. 그리고 동시에 각 서점의 특색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독자를 어떻게 모을지 고민했다.

도서정가제 이전까지만 해도 생존을 고민하던 서점인들에게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변화였다. 여러분이 기꺼이 동의해 준 도서정가제 덕분에 다양한 출판물, 다양한 책방, 다양한 책문화가 우리 동네 골목마다 넘쳐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요즘 도서정가제 논의가 뜨겁다. 10%로 할인율을 제한하는 부분 도서정가제가 2014년 11월부터 한시적으로 시행됐고, 올해 11월 재연장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은 도서정가제를 폐지함으로써 합리적인 가격으로 도서를 살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싸게 파는 책이 우대받는 시장에서 출판사는 할인율을 염두하고 정가를 높일 수 밖에 없다. 또한 신인 작가보다는 광고가 잘 되는 알려진 기성·유명 작가들의 책을 만들 수 밖에 없다.

소비자는 자본력이 있는 출판사와 온라인 서점이 광고의 힘으로 우겨 넣은 베스트셀러 목록을 마주할 수 밖에 없다. 다양한 출판물, 다양한 책방, 다양한 책 문화 또한 일시에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것이 출판사와 작가, 서점인들이 도서정가제를 사수하려는 이유다.

2만 원 짜리 책을 온라인에서 1만 원에 팔고 있다면 아무리 서점과 출판계의 변화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당신일지라도 낮은 가격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그 당신의 탓이 아니다. 도서정가제가 꼭 필요한 이유다.

도서정가제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까지 6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도서정가제의 효과는 느리지만 분명하게 찾아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서정가제가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부디 여기, 우리 동네 당진을 봐주길 바란다.

문화융성을 위해 쏟아붓는 엄청난 예산의 시혜적 정책보다도 도서정가제로 촉발된 변화가 얼마나 큰지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도서정가제를 했더니 책값만 높아지고 달라지는 것은 없더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온라인 서점과 작은 서점들이 동일한 가격에 도서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유통 질서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를 달라고 말하고 싶다.
작년엔 당진의 책방들이 ‘우리동네 문화사랑방’이라는 프로그램을 함께 했다.

그리고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당진시립도서관과 독서동아리, 당진의 책방들이 모여 ‘길 위의 인문학’이라는 프로그램을 함께 한다. 부디 내년에는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 그리고 당진의 다른 서점들과 가격이 아닌 문화로 격하게 경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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