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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
  • 입력 2020.10.16 21:36
  • 호수 1327

제자와 함께 오른 3년 간의 등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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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동초 정기민 교사, 장애학생과 함께 매주 등산
특수교사 근무 22년…“아이들 변화에 감동”

찬형(10살·가명)이는 소위 ‘감당하기 어려운’ 아이였다. 청각과 자폐성 장애로 가정에서조차 돌보기 어려운 아이였다. 아빠와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엄마는 생계에 늘 바빴고, 외할머니와는 소통이 되지 않았다. 분을 못 이겨 물건을 던지기도 하고 가족들과 몸싸움까지 해 주말이 지나면 얼굴에 상처를 달고 등교했다.

이런 찬형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선생님이 있다. 학교에 오지 않겠다고 떼를 쓰다가도 선생님만 보면 알아서 신발을 신고, 제 멋대로 바닥을 구르다가도 전화기 넘어 선생님 목소리만 들려도 말을 곧잘 듣는다. 이렇게 하기까지는 탑동초등학교 정기민 교사의 역할이 컸다.

정 교사는 주말이면 찬형이뿐만 아니라 찬형이 엄마까지 데리고 산을 다녔다. 찬형이가 학교에 입학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등산을 하고 있으니 벌써 3년째다. 머리를 감기 싫어하는 찬형이가 자다 일어난 채로 학교에 오면 매일 아침 머리도 감겨줬고, 학교에 오기 싫어할 때는 직접 데리러 갔다.

정 교사는 “아이 인생에 매우 중요한 이 시기에 나의 작은 도움으로 가정에 평화가 오길 바랐다”며 “만약 다른 학교에 가더라도 아이의 자립을 위해서라면 계속 등산을 함께 하겠노라고 찬형이 엄마와 약속했다”고 말했다.

등산하며 부모 상담 함께
친구들 사이에서 정 교사의 별명은 ‘아미산 다람쥐’다. 정 교사는 건강을 위해 매주 주말이면 세 자녀와 아미산을 다녔다. 첫째와 둘째 자녀가 크면서 함께 산에 가지 않기 시작하자, 정 교사는 찬형이와 등산을 시작했다. 그는 “등산을 가지 않으면 주말에 찬형이도 가족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찬형이뿐만 아니라 찬형이 어머니와 활동보조인도 함께 산을 탄다. 때때로 다른 특수학급 학생들도 하나 둘 모아 산을 향하곤 한다.

“찬형이만 달라져서는 안 돼요. 부모와 가족 등 주변 환경도 달라져야 하죠. 사람들이 아이를 대하는 방법을 잘 모를 수 있어요. 산을 타면서 찬형이 엄마에게 찬형이를 대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어요. 3년이 됐는데, 주변에서 찬형이 행동이 많이 좋아졌다는 이야길 듣기도 해 뿌듯했습니다.”

첫사랑 따라 특수교육에 재능 찾아
한편 부산 출산인 정기민 교사는 첫사랑을 따라 특수교육과에 진학했다. 그때만해도 특수교육에 대해 잘 몰랐단다. 정 교사는 “특수교육이 특수한 훈련인 줄 알았다”며 “처음엔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아 힘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화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재능을 찾아갔다.

22년 전 당진으로 발령을 받으면서 그동안 석문초와 탑동초, 원당초, 당산초, 당진초에서 근무했다. 틈틈이 대학원에서 유아 및 행동 특수교육과 관련한 공부도 이어왔다. 그는 “연필도 잡지 못했던 아이가 골프와 승마까지 하는 것을 보면 정말 뿌듯하다”면서 “이 아이들에게 하나를 더 가르쳐준다는 것보다 공감해주고 아이 편에 서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종 학교를 졸업한 제자들이 무기력하게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을 볼 때도 있어요. 내가 더 잘했더라면 달라졌을까 싶은 마음에 무척 안타까워요. 장애는 있는 것이지 가진 게 아니에요. 시력이 나쁜 것처럼 있을 뿐이에요. 사회가 이 아이들을 다른 시각으로 보지 말고 편견 없이 똑같이 대해줬으면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립하고, 또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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