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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희망 전하는 원당동 ‘가위손’
[우리 이웃의 이야기, 소상공인 25(마지막회)] 원당이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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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판정…6개월 시한부 선고받아
이발 봉사하며 사는 두 번째 인생

원당이용원 손상근 대표는 지금 인생 2회차, 두 번째 인생을 살고 있다. 죽음이 코앞까지 닥쳤던 순간을 기적처럼 넘기고 다시 태어난 것처럼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그는 40년 동안 잡아온 가위로 이웃의 머리카락을 다듬어주며 삶의 희망을 전하고 있다.

요양 중 당진 알게 돼 내려와

그는 서울 을지로에서 철공소를 다녔던 20대 청년 시절에 다니던 이용원 사장님이 이발 기술을 배워보라고 권유하면서 이용사의 길을 가기 시작했다. 머리 감을 물을 직접 길어다가 쓰는 시절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이용사는 꽤나 유망한 직업이었다. 지금은 남성들도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는 일이 흔하지만, 그때의 남성들은 주로 이용원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용사로 살아온 지 30년이 훌쩍 지났을 때, 청천벽력과 같이 간암 판정을 받았다. 간암은 ‘소리 없는 암살자’라고 불릴 정도로 말기가 될 때까지 증상이 거의 없다. 손상근 대표 역시 전혀 모르고 살다가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간암이라는 사실을 알게됐다.

“당시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어요. 약 투여도 못한다고 했죠. 6개월 뒤에 죽는다는 얘길 들으니까 무덤덤 하더라고요. 아마 믿기지 않았던 모양이죠. 그런데 진단받은 뒤 5개월 정도 지나 내 삶이 한 달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되니까 문득 살고 싶어지더라고요.”

간 이식 받고 제2의 인생 시작

다행히 군인이었던 조카가 그에게 선뜻 자신의 간 일부를 내어줬다. 간 이식 수술을 받고 요양을 하던 중 지인과 함께 당진에 여행을 왔고, 그 인연으로 당진에 내려와 이곳에서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하게 됐단다. 원당동에 작은 이용원을 내고 지역 손님들의 머리를 손질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당진에 와서 원당이용원을 문 연 뒤 그가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봉사활동이었다. 제2의 인생을 어떻게 하면 의미 있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는 우연히 TV에서 이발봉사 하는 것을 보고 독거노인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집을 직접 찾아가 이발을 해주는 것이다. 현재는 읍내동 육성노인복지센터(센터장 이주원)가 이·미용 신청을 받아 한 달에 한 번 차가 없는 손 대표를 차에 태우고 함께 봉사활동에 나선다.

손 대표는 “시골 외딴집에 사는 노인들 중에 거동이 불편해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분들을 찾아가고 있다”며 “간혹 어르신이 앉아있지 못해서 봉사자와 가족들까지 4명이 붙어 머리를 깍아야만 할 정도로 힘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남은 인생 의미 있게 살고파”

일주일에 6일 동안 일하고 한 달에 고작 4번 쉬지만, 그 중에 하루는 꼭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합덕부터 정미, 대호지, 송산, 면천 등 당진지역 곳곳에 가지 않는 곳이 없다. 대여섯 집을 돌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갈 정도다. 지난 9월말 추석을 앞뒀을 때는 신청이 많아 10곳 가까이 다녀왔다고.

손상근 대표는 “혼자 어렵게 살고 있는 노인들을 만날 때면 정말 안타깝다”며 “가끔 돌아가셨다는 얘길 들으면 눈물이 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힘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보람을 느낀다”면서 “도움의 손길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도움을 줄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을 하면 할수록 남은 인생을 더 의미 있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계속 일하면서 봉사할 수 있도록 그저 건강하길 바랄 뿐이죠. 우리가족도 더욱 행복했으면 하고요. 그리고 지금이라도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서 경제도 회복되고 다시 일상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주소: 당진시 원당로 46 (원당동, 원당이안아파트 인근 마루벌돌구이 옆)
▪전화번호: 010-8983-9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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