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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30 17:41
  • 수정 2020.11.22 13:58
  • 호수 1329

‘물 살리기’에 나선 30년 엔지니어 인생
세계 최초 녹조 제거·회수 기술 개발한
씨엠스코㈜ 안동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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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남원천에서 실증 테스트 마쳐
환경부·금강청에서도 기술력 인정

▲ 녹조 제거·회수 기술을 적용해 개발한 장비 ‘맑은샘’과 씨엠스코㈜ 안동권 대표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30여 년 동안 엔지니어로 살아오면서 필터 분야에 대해 연구하고 여러 제품을 국산화시킨 경력도 있었지만 이번 만큼은 쉽지 않았다. 밀가루보다 더 고운 녹조를 물과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장비를 만들기까지 꼬박 4년 넘게 걸렸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고 했던가. 최근 대청호에서 진행된 실증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환경부와 금강유역환경청 등 국가기관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제 남은 것은 죽어가는 담수호에 그가 만든 장비를 투입해 물의 생명력을 되살리는 일이다.

▲ 안동권 대표가 대청호 현장에서 녹조 제거·회수 설비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수중흡입식 녹조 제거 장비
씨엠스코㈜ 안동권 대표는 4년여의 연구 끝에 수중흡입식 녹조 제거 및 회수 장치 ‘맑은샘’을 개발했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처음 있는 일로 특허까지 받았다. 배처럼 생긴 장비를 담수호에 띄워 수면 위 녹조가 가득한 물을 흡입하면 자동 여과장치를 통해 녹조와 물이 분리된다. 맑아진 물은 다시 호수로 배출되고 녹조만 회수하는 장치다.

녹조가 가득한 담수호 수면으로 장비가 지나가면서 이 과정이 바로 이뤄지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녹조를 걸러낼 수 있다. 대규모 담수호에서도 사용 가능할 정도로 효율적인 장비다. 뿐만 아니라 어떠한 약품을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적인 과정으로 녹조 제거가 이뤄지기 때문에 자연에 미치는 환경적 영향도 없다. 물과 분리해 회수된 녹조는 퇴비화해 농업에 사용할 수 있어 폐기물도 발생하지 않는다.

▲ 지난 10월 대청호에서 녹조 제거·회수 장비 ‘맑은샘’ 실증 테스트가 진행됐다.

생태계에 꼭 필요하지만
과다 증식하면 골칫덩이

녹조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빠르게 증식하면서 물빛이 녹색으로 바뀌어 보이는 현상이다. 녹조가 심할 경우 물이 페인트처럼 걸쭉해지기도 한다. 녹조는 흐르지 않는 고인 물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엽록소를 가진 식물성 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하면서 색깔이 변할 뿐만 아니라 심한 악취까지 발생한다. 때문에 녹조 현상은 물 오염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녹조를 이루는 식물성 플랑크톤을 완전히 없애면 먹이사슬의 가장 근본이 사라지는 것이어서 오히려 생태계를 위협한다. 식물성 플랑크톤을 물벼룩이 먹고 살고, 물벼룩은 작은 물고기의 먹이가 되는 식으로 생태계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다만 식물성 플랑크톤은 단 20일 만에 1000배까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녹조가 급격하게 확대되기 전에 그 개체수를 조절해야만 맑은 물을 유지할 수 있다.

▲ 한진리에 위치한 씨엠스코㈜ 사무실에서는 다양한 물을 활용한 수질정화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모든 자연에 자정능력이 있듯 물도 마찬가지에요. 맑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를 100이라고 하면, 100 정도의 수준으로만 계속 관리해주면 물은 더이상 오염되지 않아요. 오히려 자정작용을 일으켜 스스로 맑아지죠. 고인 물은 당연히 썩는 게 아니라 그동안 관리를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개발한 녹조 제거·회수 장치는 물이 맑은 상태를 스스로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거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실험 거듭하며 연구 이어와 
안동권 대표는 해당 기술을 개발하기까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사업장에는 삽교호 물부터 부남호, 간월호, 하수종말처리장 등 곳곳에서 떠온 물로 가득하다. 그가 개발한 장비로 물을 관리를 했을 때와 자연상태로 방치했을 때 어떤 변화가 이뤄지는지 비교 실험을 하는 실험군과 대조군이 크고 작은 수조 안에 가득 담겨 있다.

1년 넘게 실험을 하면서 신기하게도 자연상태로 둔 물은 계속해서 녹조현상이 가속화 되는 반면, 적정 수준으로 녹조를 관리할 경우, 특히 우렁이 또는 물고기와 흙을 넣어 자정작용이 일어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두면 육안으로 봤을 때 수돗물과 거의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물이 맑아졌다. 대형 수조 안에 담아 둔 삽교호 물은 그 누구도 삽교호 물일 것이라고 믿지 못할 만큼 계곡물처럼 맑다.

▲ 대형수조에 삽교호 물을 담아 수질개선 실험을 진행한 가운데 원수(앞쪽)에 비해 탁도가 상당히 개선됐다(뒤쪽).

최근에는 오염이 심각해 역간척까지 논의되고 있는 간월호·부남호 물을 물병에 담아와 실험 중이다. 물을 길어올 때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오염이 심각했던 물은 현재 어느 정도 투명도를 되찾으며 스스로 정화되고 있다. <사진 참고>

안동권 대표는 “녹조로 인한 담수호 오염문제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그동안 마땅한 대책이 없었고, 때문에 이를 해결할 관련 예산도 전무하다시피 했다”며 “기술이 개발된 만큼 수질개선을 위한 예산이 대폭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 서산시 간월호에서 길어온 녹조물(왼)이 녹조 제거 기술을 적용한 뒤 맑아진 모습(오)

실증테스트 통해 효과 입증
그가 개발한 녹조 제거·회수 장비는 담수호의 크기 및 오염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도록 5가지 모델로 출시됐으며, 이동식이 아닌 고정식 장비도 마련돼 있다. 지난달 삽교호 수계인 남원천과 대청호에서 현장 실증 테스트를 거치며 그 효과를 입증해냈다. 특히 대청호에서는 기술평가를 마친 뒤 유료로 전환해 해당 장비를 쓰고 있을 정도다.

“녹조를 물과 분리해 내는 기술을 개발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연구를 거듭했지만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죠. 오랜 연구 끝에 세계 최초의 기술을 개발한 만큼 죽어가는 물을 되살리는데 ‘맑은샘’이 큰 역할을 해내길 바랍니다. 당진시민들의 많은 성원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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