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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선의 포구 이야기] 행담포구 4 조용한 섬마을에 날아든 개발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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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방송미디어협동조합 우현선

조용한 섬마을에 개발 소식이 날아든 건 1990년대 후반 무렵이다. 행담포구 주민들에게 서해안고속도로 개발로 서해대교가 섬을 관통하게 된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청천벽력과 같았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게다가 주민들 대다수는 행담도에 소유한 땅 한 평 없이 당진군에서 지어준 새마을주택에 거주하거나 무허가 건축물에서 살았기 때문에 보상에서도 자연히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주민들의 생계 이주대책 요구에 한국도로공사 측은 가옥이 무허가이거나 주민 소유가 아니며, 영업허가가 없는 무허가 업소라는 이유로 이주 및 생계 대책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맨몸 시위를 벌였다. 당시 표선동 씨가 주민들의 가장 앞에 섰다. <본지 1997년 9월 29일자 제193호 ‘행담도 주민 생존권 보장 농성 돌입’ 기사 등 참조>

“평생 배운 것이 굴 따고 바지락 캐는 것 뿐인데. (섬을) 나가서 뭘 어떻게 하냐는 말이냐. 그래서 공사장을 주민들이 막았더니 당진경찰서 전 형사들이 행담도에 투입된 거여. 무조건 강제로 추방시키려고. 나중에는 그 공사하는 사람들이 밤에 순찰대를 내려보내는 거여. 인제 나를 잡으려고. 그래서 주민들이 밤에 잠도 못 자고 날 다 포위하고 다 밤을 새는 거여. 다리 위에서도 시위를 하는데 인제 덤프차 확 밀고 올라오니까 가운데에 묶였지. 그래서 무조건 남자는 빠지고 여자는 다 벗어라 여자 딱 벗으니까 남자들이 못 하잖아요. 다음 날 경찰도 여자 경찰만 데려왔더라고. 그 와중에서 할머니 한 분이 다치셔서 입원도 하고.”

주민들의 지난한 싸움은 2년 가까이 지속됐다. 종국에는 별다른 이주대책 없이 현금 보상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 이후에도 섬 주변의 갯벌 개발을 둘러싸고 환경문제가 대두되는가 하면, 행담도 개발에 정치권 비리 의혹이 얽히는 등 오래도록 행담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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