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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소믈리에 이강권 씨 (순성면 옥호리)
“꿈은 깨져도 조각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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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성포도 활용 와인 양조…“와이너리 투어·축제 목표”
하루 5시간 이상 운동…피트니스 대회 ‘그랑프리’
“경험하고 도전하고 꿈꾸며 더불어 행복한 삶”

▲ 당진CGV 인근에서 라이브바 트렌지를 운영 중인 이강권 씨

시간이 필요한 것들이 있다. 아무리 조급해한다 해도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오로지 기다리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것들 말이다.

와인 소믈리에 이강권(31) 씨는 그런 면에서 와인을 닮았다. 포도를 농사지어 수확하고, 양조 과정을 거치면서 정성을 쏟은 뒤에는 시간을 들여야만 맛있는 와인이 완성된다. 묵묵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빛깔과 향기와 맛이 드는 와인처럼, 열정을 다 해 살아가고 있는 이 씨도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자신의 색과 향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 순성에서 재배한 포도를 이용해 와인을 직접 양조하고 있는 이강권 씨

 

좋은 분위기를 더하는 와인

그가 와인을 접한 건 스무 살 무렵이었다. 갓 사회에 나온 대부분의 새내기들이 소주에 취해 휘청거릴 때 이 씨는 와인을 접했다. 다른 술들도 사람들과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데에 도움을 주지만, 와인은 다른 여느 술보다도 더더욱 좋은 분위기와 자리를 만드는 술로 다가왔다. 그때부터 와인에 대해 관심 갖고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국제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까지 취득하게 됐다.

현대제철에 다니면서 와인을 공부하고, 돈을 모은 그는 지난 2017년 회사를 그만두고 당진CGV 인근에 트렌지(TRENGE)라는 라이브바를 오픈했다. 와인과 칵테일, 위스키 등을 마시며 재즈 등 다양한 공연까지 즐길 수 있는 바는 당시만해도 당진엔 생소한 공간이었다. 와인이라는 술처럼 사람들에게 이곳은 흥미롭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지만, 3년이 지나면서 와인을 즐기는 단골들이 시간과 함께 차곡차곡 쌓여갔다.

이 씨는 “와인은 맛과 향을 즐기는 것 뿐만 아니라 와인을 만드는 모든 과정이 한 편의 이야기”라며 “손님들에게 와인이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생산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즐기는지 소개하고, 손님들과 함께 교감하면서 트렌지를 운영해왔다”고 말했다. 덕분에 트렌지를 중심으로 와인 동호회가 생기기도 했단다.

 

직접 와인 양조에 나서다

트렌지가 자리를 잡아갈수록 이 씨의 꿈도 더욱 커져갔다. 세계 각국의 와인을 즐기는 것 뿐만 아니라 직접 와인을 만드는 양조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의 고향인 순성은 과거엔 가화포도축제가 열릴 만큼 포도로 유명했던 곳이다. 본리에서 우리농원을 운영하는 고내현 대표가 충남에선 유일하게 와인 양조용 포도 품종인 ‘청수’를 재배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이 씨는 이곳과 계약을 맺고 청수 포도를 이용해 지난 10일 와인 양조를 시작했다.

“앞으로 와인을 계속 생산해 내면서 순성포도로 와인을 만드는 유럽형 와이너리를 지역에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왜목마을에서 와인과 재즈공연을 즐기는 와인 선셋파티도 열고 싶고요. 와이너리 투어부터 와인축제까지 참 멋질 것 같아요.”

순성왕매실영농조합법인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최근 출시된 소주 상록수와 아미 등 당진 전통주는 물론, 직접 양조한 와인과 수제맥주를 결합해 지역의 축제를 열겠다는 꿈도 키워나가고 있다.

▲ 이강권 씨가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에 그랑프리를 석권했다.

 

힘들었던 어린 시절 딛고 일어서

멋진 분위기의 바를 운영하며 큰 꿈을 키워나가는 그의 과거는 사실 상처투성이였다. 어렸을 때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가 삼남매를 키우며 살았다. 마을회관을 빌려 살아야 했을 정도로 힘들었던 유년시절을 보냈다. 가난이 부끄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엔 힘들었던 날들이 마음에 생채기로 남았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던 적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혼신의 힘을 다해 삼남매를 키워냈다.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머니는 라면 한 박스를 지원받으면, 그 중에 1/4은 더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며 살았다. 이 씨도 그런 어머니를 닮아 지금 하는 일들이 어떻게 하면 지역사회에 조금이나마 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한다. 뿐만 아니라 그의 경험과 지식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든 진심으로 조언하며 나누고 싶어 한다.

 

▲ 이강권 씨가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에 그랑프리를 석권했다.

 

코로나19, 위기가 기회로

올해 코로나19로 트렌지 역시 어려움을 피할 수 없었다. 손님들이 찾아오지 않아 매출이 주는 대신 개인시간이 많아졌다. 생각지 못한 많은 시간이 그에게 주어지면서 이 씨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피트니스 대회를 목표로 약 4개월 동안 운동에 집중했다.

아침에 일어나 2시간씩 유산소 운동을 하고, 자격증 공부를 하거나 여러 교육을 받았다. 이후엔 헬스장에서 2~3시간 동안 근력운동을 하고, 저녁부터 새벽까지 가게를 운영했다. 코로나19를 핑계삼아 불평하고 나태해지지 않기 위해 하루에 3~4시간만 자면서 운동, 공부, 일을 병행하며 지냈다.

“이렇게 생활하다 보니 시간 활용과 불필요한 감정소비 등 삶에 대한 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으론 무척 힘든 한 해였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을 했죠.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2020년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하루 5시간 이상 운동을 한 그는 지난 10월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해 △어슬래틱 3위 △스포츠모델 노비스 1위 △스포츠모델 일반부 3위라는 쾌거를 얻었다. 특히 스포츠모델 노비스 부문에서는 왕중왕에 해당하는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기존에 선수로 활동해왔거나 헬스트레이너로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꿈은 깨져도 조각은 크다고 하잖아요. 매 순간 큰 꿈을 꾸면서 살고 싶어요. 내년엔 중단했던 대학도 가고 싶고, 나중엔 어머니가 우릴 키워오신 그 땅에 멋진 집을 지어드리고 싶기도 하고요. 부자가 되기보다 먼 훗날 제 인생을 뒤돌아봤을 때 제가 걸어 온 길이 뿌듯하고 보람 있는 발자국들로 채워지길 바라요.”

 

>> 이강권 씨는

-1990년 순성면 옥호리 출생
-순성초·순성중·당진정보고 졸업
-WSA와인아카데미 해외인증기관 국제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 Level 2 취득
-순성왕매실영농조합법인 청년위원장 및 홍보팀장
-당진와인 양조 및 당진청년타운 입주기업 선정
-2020 피트니스 스타 춘천 그랑프리
-읍내동 라이브바 트렌지(TRENGE) 대표

 

▲ 순성왕매실영농조합법인에서 당진쌀을 이용해 개발한 증류식 전통소주 <상록수>와 <아미>

※입점문의: 041-353-5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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