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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0.11.28 14:57
  • 호수 1333

[칼럼] 우혜숙 세한대학교 휴먼서비스융합학과 교수
관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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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내 갈등 상황과 이렇게 딱 맞는 말이 있을까. 초보 운전자, 그 시절을 떠올려본다. 모든 것이 두렵고 무서웠다. 골목은 왜 이리도 좁은지 벽이 달려들 것만 같아 등골에 땀이 흘렀다. 차도에 나서면 자동차들이 핸들을 틀어 덮칠 것 같은 느낌도 생생하다.

언제부터였던가. 그렇게 좁아 보였던 골목길에서 다른 차를 만나도 여유롭게 비켜주고 지나갈 뿐 아니라 어떤 길에서도 반대편 차가 덮칠 것이라는 두려움 따위는 없다. 운전 초보 때 있었던 그 골목이고, 그 도로이건만 보이는 것이나 느낌이 그때와 달라졌다. 그것은 운전 실력이 늘어서 나타난 변화이리라.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이 사람은 이것이 걸리고 저 사람은 저것이 걸린다. 발목이 잡혀 넘어질 것만 같고 부딪힐 것 같으니 피해가고 돌아가고 싶어 쩔쩔매며 좌불안석이기 일쑤다. 그러나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있을 수 있는 일들이다. 이런 상황이 싫어지면 아예 사람을 만나지 않는 길밖에 없다.

그런데 그 모습이 마치 초보 운전 시절과 비슷하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앞으로도 뒤로 갈 수도 없어 좌불안석인 것도 같다. 초보를 벗어나려면 운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워야 한다. 운전면허증을 취득했어도, 연습하지 않으면 단 100미터도 운전할 수 없는 장롱면허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인간 골목길을 잘 지나가려면 통과하는 기술을 연습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 지나갈 수 없다.

인간 골목길을 지나가려면 어떤 기술을 익혀야 할까? 골목에서는 브레이크를 밟고 조심스럽게 지나가야 하는 것처럼, 인간관계에서도 골목길 같은 관계라면 브레이크를 밟으며 조심조심 지나가야 한다. 얼마만큼의 힘을 주어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지 어느 정도의 속도를 내야 하는지 순간적 판단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내가 제대로 가고 있을 때라도 역주행해서 오는 차량이 있다면 피해야지, 내 잘못이 없다고 직진하면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인간 골목길을 운전할 때 긴장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무조건 직진과 과속을 일삼으면 마음이 와장창 깨지는 사고와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결국은 마음 문을 걸어 잠그고 관계단절을 선택한다. 교통사고는 모르는 타인과 주로 발생하지만 인간 길 사고는 가까운 사람을 잃고 외로운 길을 걸어야 한다.

최근에 갈등을 경험하면서 나를 돌아보게 됐다. 사람과의 갈등이 발생하면 자신의 내부에서 스스로 변호하고 합리화를 한다. 그런 자신의 변호에 힘입어 시간이 갈수록 내 행동은 점차 정당성을 획득하게 된다. 그러나 상대방은 내 안에서 어떤 변호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그때부터는 내가 검사가 돼 조목조목 잘못만을 지적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남은 것은 객관성을 잃어버린 자기중심적인 ‘네 탓’만이 남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때 운전자론이 떠올랐다. 내가 방향을 틀지 못해 정면충돌을 하거나 제대로 비켜 가지 못해 접촉사고가 났다는 깨달음을 갖게 됐다. 사람을 대할 때 그들에 맞춰 대응할 수 없는 나의 기술에 문제가 있다고 보게 됐다. 역주행인지 자갈밭인지 흙길인지 아니면 지나치게 좁은 길인지 파악하여 그에 맞는 기술을 발휘했어야 했다.

누가 나를 힘들게 한 것이 아니라 내가 기술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래서 할 일이 있다면 어떤 길인지를 파악하는 것과 그 길을 잘 지나가는 기술을 익히는 일임을 알게 됐다. 여기서 기술이라는 것은 사람을 깊이 이해하는 마음과 그 이해를 바탕으로 부딪치지 않고 잘 지나가는 것이나 동행하는 것을 말한다.

자연스럽게 운전한다는 것…. 골목길도 자갈밭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운전 자체를 즐길 수 있는 것, 굽은 길에서는 함께 굽어 돌고, 속도를 늦춰야 할 때는 슬그머니 브레이크를 밟아주는 것, 때로는 차선을 넘어 나에게 달려드는 차가 있더라도 피해 가는 것도 운전기술이다.
부딪치지 않는 자유로움으로 관계를 즐길 수 있는 운전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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