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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31 21:47
  • 호수 1338

■당진 출신 故 남정현 소설가 별세
“누구도 말하지 못한 진실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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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분지> 필화사건…대표적 저항작가
4개 문인단체 합동 문인장으로 영결식 열려

▲ 2005년 故 남정현 소설가의 모교인 서산농림고등학교에 남정현 문학비가 세워졌다.

저항문학의 대표작가로 손꼽히는 故 남정현 소설가에 대한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남 작가의 영결식이 진행된 가운데, 국제PEN한국본부와 한국문인협회, 한국소설가협회, 한국작가회의 등 4개 문인단체의 합동 문인장으로 열렸다. 

“문학은 인간을 사랑하는 작업”

영결식에서 한국문인협회 이광복 이사장은 “남 선생님의 작품은 발표할 때마다 화제이자 문제작이었다”면서 “특히 남 선생님의 소설 <분지> 필화사건 인한 구속은 우리 문학의 고통이었다”고 회고했다.   

남 작가의 아들인 남돈희 씨는 유족인사를 통해 “아버님은 외세·분단 문제를 중심으로 글을 쓰셨다”면서 “다른 주제로도 글을 쓸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외세 간섭 없이 우리끼리 힘을 합쳐 평화롭게 살자는 아버님의 유지를 받들겠다”고 덧붙였다.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인 권오헌 통일운동가는 “선생님께서는 문학을 ‘인간을 사랑하는 작업’이라고 말씀하셨다”면서 “인간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사람 사는 세상을 잘 알아야 하고, 문학에는 불의와 모순을 고발하고 광정(匡正, 바로잡아 고침) 하는 임무까지 있다고 강조하셨다”고 회고했다. 이어 “남 선생님과의 소중한 시간을 이제 더이상 가질 수 없게 됐다”며 “국가보안법, 침략외세도 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시길 빈다”고 애도했다. 이밖에 황선락 소설가와 박금란 시인이 조사와 조시로 고인을 기렸다.

“부당한 처사에는 매서워져”

또한 남 작가의 부고 소식을 접한 문인들은 한겨레와 오마이뉴스 등 언론을 통해 그를 추모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문학평론가인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는 지난달 22일 한겨레신문을 통해 ‘남정현 선생의 영전에 올리는 글’이라는 제목으로 추모했다. 임 소장은 “아무리 새 세대의 새 문학이 등장해도 역사의 본질을 다룬 글들은 언제나 참신하다”며 “남 작가는 부당한 처사에는 눈매가 매서워지셨던 분”이라고 말했다. 

남 작가의 소설집 <편지 한 통–미제국주의 전상서> 출간을 맡은 도서출판 말 최진섭 대표 역시 지난달 23일 오마이뉴스를 통해 작고한 남 작가를 추모했다. 최 대표는 “한국의 대표적 반미, 풍자소설 <분지>를 쓴 그는 미국시대, 분단시대가 아닌 우리시대, 통일시대를 살아보고 싶은 간절한 소망을 안고 소설을 썼으나 그 비원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면서 “남 선생님은 문학과 북미관계 얘기를 하실 때면 눈빛이 반짝거리고 목청을 높이셨다”고 회상했다. 

▲ 2006년 심훈문학상 시상 후 촬영한 기념촬영. 특별상을 수상한 故 남정현 소설가(왼쪽에서 다섯 번째)

“회색 조약돌 같던 사람”

한편 남정현 작가가 심훈상록문화제 심훈문학상 공모작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남 작가와 인연을 맺은 안승환 전 상록문화제 집행위원장은 그에 대한 첫인상을 ‘회색 조약돌’로 표현했다. 몸은 왜소한 반면 눈이 매서웠기 때문이란다. 

남 작가의 부고를 듣고 밤잠을 못 이뤘다는 그는 “남 작가는 예술적 철학이 있고 내가 배워야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와 함께한 추억들이 모두 생생하게 기억난다”며 “30여 년 동안 진정한 어른을 만나왔다”고 말했다. 더불어 “남 작가는 정신보다 물질이 먼저인 미국을 싫어하는 반미주의자이며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사람이었다”면서 “내가 의지하고 잘 따르던 선배를 이제 더이상 만날 수 없게 돼 무척 슬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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