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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31 21:49
  • 호수 1338

“한국사회 정치 현실과 사회 모순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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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살에 등단…데뷔 3년 만에 동인문학상 수상
소설 통해 제국주의·분단 등 왜곡된 사회구조 풍자

▲ 故 남정현 소설가의 육필원고. 소설<분지> 중 일부 ※사진 제공: 안승환 전 상록문화제 집행위원장

故 남정현 소설가는 살아생전 풍자와 반어 기법으로 정치 현실과 사회 모순을 고발하는 소설을 다수 출간했다. 이로써 그는 ‘분단의 최전선에 선 초병’, ‘문학적 비전향 장기수’라고 불리었다. 

정미면 매방리 출신의 그는 25살 젊은 나이에 소설 <경고구역>과 <굴뚝 밑의 유산>으로 자유문학을 통해 등단하면서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데뷔 3년 만에 소설 <너는 뭐냐>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했지만 1965년 발표한 소설 <분지>가 북한노동당의 기관지에 게재되면서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이에 그는 옥고를 치르며 고문을 당했다.  

▲ 故 남정현 소설가의 육필원고. 소설<분지> 중 일부 ※사진 제공: 안승환 전 상록문화제 집행위원장

소설 <분지>는 미군이 입힌 성폭행으로 정신착란을 일으켜 사망한 어머니를 둔 홍만수라는 인물이 주인공이다. 만수는 ‘양공주’인 자신의 누이동생을 학대하던 미군에게 복수하려고 그의 아내를 겁탈하고, 결국 사형을 선고받는다. 소설 <분지>는 죽음을 기다리는 만수가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다. ‘똥의 땅(糞地)’이라는 뜻을 가진 이 소설은 결국 외세에 의해 식민지와 같은 곳에서 살아가는 민중의 참담한 현실을 담고 있다. 만수와 가족의 삶은 한국전쟁 이후 자주권을 잃어버린 대한민국을 상징하며 당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남 작가는 <분지> 필화사건 이후에도 <허허 선생> 연작을 발표하며 한국사회의 왜곡된 구조를 풍자하는 등 창작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1974년 대통령긴급조치 1호 위반 혐의로 다시 구속돼 6개월 간 옥고를 치렀고, 이후에도 예비 검속으로 구속돼 글쓰기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 故 남정현 소설가의 육필원고. 소설<분지> 중 일부 ※사진 제공: 안승환 전 상록문화제 집행위원장

그는 민족문학작가회의 고문과 한국펜클럽 이사 등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후 2011년 마지막 소설 <편지 한 통-미 제국주의 전상서>를 발표했으며, 2018년에는 산문집 <엄마 아 우리 엄마>를 출간했다. 

중앙대 문예창작과 방현석 교수는 “우리나라가 분단된 후 미국이나 소련 등 외세의 역할에 대해 누구도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남 작가는 외세의 문제를 소설로 과감하게 다뤘다”며 “표면에 보이는 진실뿐 아니라 이면에 가려진 진실을 보여주기 위해 쓴 작품들은 그가 이끌어 낸 문학적 성취”라고 말했다. 더불어 “남 작가의 문학에는 현실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상상력이 담겨 있다”며 “한국 문학의 불구성을 극복할 수 있게 한 공로가 있다”고 평했다. 


>> 故 남정현 소설가는
1933년 정미면 매방리 출생
1958년 자유문학에 단편 <경고구역>, <굴뚝 밑의 유산>으로 추천 등단
1961년 단편 <너는 뭐냐>로 제6회 동인문학상 수상
1965년 현대문학 통해 단편 <분지> 발표. 반공법 위반혐의로 구속 기소
1973년 단편 <허허선생> 발표
1993년 연작소설집 <허허선생 옷벗을라> 출간
1996년 심훈문학상 심사위원 위촉
2002년 <남정현 문학전집> 3권 출간
2002년 제12회 민족예술상 수상
2011년 계간 실천문학에 단편 <편지 한 통> 발표
2016년 심훈문학상 특별상 수상
2017년 소설집 <편지한통-미 제국주의 전상서> 출간
2020년 12월 21일 87세의 나이로 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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