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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1.01.04 10:33
  • 호수 1338

[독자기고] 최병부 당진시 행정동우회 이사
잊지 못할 여행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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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재직 시절 선진 외국의 목장 실태를 비교 연구해 낙농산업의 선진화에 필요한 전문 소양을 함양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일본 연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당진의 낙농가와 공무원 17명이 1996년 4월 22일 11시에 아시아나 항공에 탑승하여 설레는 마음으로 4박 5일간의 장도에 올랐었다.

처음으로 경험하는 해외여행이라 미지의 세계를 가본다는 점에서 기대와 설렘이 앞서는 사이 여객기는 순식간에 서울 상공을 지나 어느새 대한민국의 남쪽 상공을 비행했다. 우리는 후쿠오카 공항에 무사히 도착하여 입국 수속을 마치고 공항 검색대를 나오니 시원한 이마에 길고 아름다운 목선, 맑고 깨끗한 눈이 매우 매력적인 현지 가이드가 밝게 웃으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이드는 둥근 얼굴에 갸름한 눈매, 윤곽이 바른 입술이 앳된 동양 미인을 연상케 했다. 한국인 유학생인 금하영 가이드는 키도 훤칠하니 말도 잘하여 호감이 갔다. 늘 상냥했던 그는 수줍은 듯, 우아한 듯한 미소를 머금었고 예쁜 목소리를 소유하고 있었다. 티 없이 맑은 눈빛과 구슬 알처럼 고운 음성, 아름다운 미소가 항상 내 귓전에 맴돌며 많은 상념에 젖게 했다.

일본 여행에서 첫 번째로 들린 곳은 쇠고기를 마음대로 구워 먹을 수 있는 한국식 식당이었고, 점심 후 나가사키로 가기 위하여 고속도로를 달렸다. 발랄하고 영롱한 눈동자를 소유한 가이드는 언제나 싱긋 웃으면서 “일본은 혼슈, 시코쿠, 규슈, 훗카이도 4개의 큰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환태평양 지진 대상에 놓여 있어 화산 활동이 활발하고 전국각지에는 온천지가 산재해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고속도로 주변은 시설이 말끔하고 깨끗하게 이정표와 주변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차량 흐름은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교통질서를 잘 지키고 있다는 것을 차량의 속도로 실감 할 수가 있었다.

차창 밖의 일본 풍경은 우리나라와 너무나 흡사한 점이 많았기 때문에 낯설지가 않았다. 일본 시가지 사람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바쁜 도시생활에 쫓기는 듯한 인상을 받았으며 반면 농촌은 적막할 정도로 한가롭게 보였다. 농경지는 대부분 경지정리와 농로가 아스콘 포장이 되어 있어 농사일이 훨씬 능률적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얼마 후 일행은 나가사키(長崎)에 도착하여, 1945년 8월 9일 원폭 투하 원점 지역을 포함하여 평화공원을 둘러보았다. 청동으로 조각한 푸른색 젊은 청년의 평화기념상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당시 나가사키 인구 25만여 중 15만여 명이 사상됐고, 한국인 피해자도 2만여 명이 되었다고 하니, 참으로 원폭의 비극이 그대로 살아있는 역사의 도시다. 우리는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묵념을 올렸다.

참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영령들이 고이 잠들기를 나는 간절히 기원했다. 이렇게 잊지 못할 여행길에서 성숙의 탑에 또 하나의 돌을 쌓는 기회가 됐다. 내 인생에도 아름다운 기록의 한 페이지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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