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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1.01.11 17:56
  • 호수 1339

[기고]강익재 전 충남개발공사 사장
제야(除夜)의 종소리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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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울린다. 제야의 종소리다.
오늘은 경자년(庚子年)이 다하는 날, 그 마지막을 알리는 종소리다.

안타깝게도 그 종소리는 보신각 종소리가 아니라 가슴속에 울려 퍼지는 제야의 종소리다.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지난 1년을 돌이켜 생각하노라니 괜스레 눈물이 난다. 어찌할 수 없는 허무함…. 이것이 바로 인생무상(人生無常)인가 보다.

다행히도 KBS1TV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제야의 보신각 타종 행사를 할 수 없게 되자 과거 타종식 행사 자료 영상과 함께 ‘제야음악회 2021 새날마중’을 생방송으로 내보내 조금은 위안이 됐다. 프로그램 내용도 희망을 주는 노래들로 선정해서 대중가요와 클래식을 적절히 혼합하고 사이에 지난 1년간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평범하고 소박하지만 묵묵히 자기 일을 충실하게 이어가는 영웅들을 소개했다. 방송에서 남자 아나운서가 “이 방송을 시청하시는 분 중에서 눈물을 흘리시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하는데 이심전심이라, 염화시중의 미소를 지었다.

매년 연말이 되면 우리는 늘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단어를 단골로 사용해 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사회가 점점 다원화되고 고도화되면서 그에 따른 각종 안전사고, 지구 온난화에 따른 대형 자연재난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각종 언론 매체가 선정한 국내·외 10대 뉴스에서 (각 언론사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부동의 1위는 역시 코로나19 관련 뉴스였다. 

지난 2019년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폐렴 바이러스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은 12월 31일이었고,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것은 지난해 1월 20일이었다. 이후 1차, 2차, 3차 확산 단계를 거쳐 오면서 지난해 말 국내 확진자수는 6만1769명에 사망자수는 917명에 달하고, 세계 확진자 수는 8230만 6000명에 사망자는 1795만 1000명을 넘어섰다. 문제는 일부 국가에서 이미 백신 예방 접종이 실시되고 있다지만,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현재로선 예측할 수 없고 그때까지 확진자와 사망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데에 그 심각성이 있다. 

우리는 여기서 빌 게이츠가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 이전에 했던 경고성 발언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정보 당국은 핵무기가 수백만 명을 죽일 수 있다며 심각해 하지만 테러리스트가 바이러스를 활용한다면 수억 명도 죽일 수도 있다”며 “아마도 (코로나19는) 10억 명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의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아직까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을 체험해 가면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국경이 봉쇄되고, 도시가 샷다운 되고, 공장이 멈춰서고, 경제가 추락하는 등 지구촌이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금이야 K-방역이 세계적으로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지만, 발생 초기 마스크를 사기 위해 밤잠을 못 자고 약국 앞에 줄지어 섰던 진풍경은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우리 당진시의 경우, 그동안 청정 지역으로 잘 버텨 오다가 모 종교 시설을 매개로 갑자기 확산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힘들었던 지역 경제가 꽁꽁 얼어붙고, 장례식장처럼 다중 장소에 가는 것이 두렵고, 식당 가기가 겁나는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제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재물과 명예를 가져다준다는 흰 소의 해다. 우리에겐 은근과 끈기의 강인함이 있다. 우리 민족은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뭉치는 국민성이 있다. 역사적으로 900여 차례가 넘는 외침을 받고서도 이를 지켜냈다. 코로나19의 확진율, 사망률이 세계에서 최하위 그룹에 속하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K-방역의 효과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전 국민이 한마음이 되어 정부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지켜낸 것이 더 큰 이유라고 본다.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희망을 갖고 코로나19가 종식되는 그 날까지 그 한마음은 계속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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