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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15 20:44
  • 호수 1440

책 <오직 엄마> 발간한 김선순·김선미 자매
“살아 계실 때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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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애도하며 쓴 3년 간의 이야기
“엄마를 엄마로 부를 수 있었음에 감사”
“재발견·회복·치유의 시간…사람들과 나누고파”

▲ (왼쪽부터) 동생 김선미 씨, 언니 김선순 씨

언니는 쓰고, 동생은 그렸다. 엄마가 돌아가신지 3년, 자매는 그렇게 각자의 방식으로 엄마를 기억하고 추모했다. 

지금은 3일이면 모든 장례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이전엔 3년 동안 시묘살이를 할 정도로 부모의 죽음을 오래 기억하고 추모하며 넋을 기렸다. 그리고 3년상을 모두 치르고 상복을 벗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탈상(脫喪)’이라고 불렀다. 김선순·김선미 자매는 언니 김선순 씨가 지난 3년 동안 엄마를 생각하며 써내려간 글을 모아 책을 내는 것을 끝으로 그렇게 탈상을 마쳤다. 

엄마를 애도하며 쓰고 그리다 

시치료전문가이자 독서치료전문가로 활동하는 김선순 봄봄문학상담연구소장과 캘리그라피 작가인 김선미 씨가 지난해 12월 책 <오직 엄마>를 발간했다. 엄마 故 최정열 여사가 돌아가신지 3년만이다. 그동안 언니 김선순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엄마를 추모하는 글을 꾸준히 연재해왔다. 책을 내기로 마음 먹었을 때 김선순 씨는 동생 김선미 씨에게 책표지 등에 쓰일 글씨와 그림을 부탁했다. 

원고를 받아든 동생은 불과 20일 만에 글씨와 그림을 모두 완성했다. 몸이 아파 입원해 있는 시간 동안 매일 새벽 1~2시까지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렸다. 글감 속에 엄마가 떠올랐고, 이미지가 바로 연상됐다. 더 많은 설명이 필요 없었다. 그 자체로 엄마였으니까. 

“엄마의 재발견”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 영원으로 사는 당신’에서는 지난 3년 동안 엄마를 애도하면서 쓴 시를 모았다. 그리고 ‘제2부 엄마를 기억합니다’에는 엄마와 함께 했던 가족들과의 시간을 기록했다. 그리고 49일 간의 애도일기가 담겨 있다. 마지막 ‘제3부 꽃으로 피어난 당신’에서는 엄마로부터 배운 꽃 하나 하나에 엄마에 대한 기억을 담았다. 이를 통해 비록 엄마는 돌아가셨지만 자연 어디에나 엄마가 있음을 깨달았다. 

김선순 씨는 “엄마를 회상하면서 재인식하는 계기가 됐다”며 “이는 엄마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동시에 상처와 아픔마저 승화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책을 통해 사람들 또한 부모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 쓰기와 자서전 쓰기 등을 통해 사람들을 상담하고 내면을 치유하는 일을 해온 그는 다양한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여느 책보다 글씨를 크게 편집했다. 

“엄마는 늘 기도하던 사람”

김선순·김선미 자매는 8남매 중 가장 어린 막내들이다. 이들이 만든 책을 보고 언니·오빠들도 엄마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8명의 자녀에게 엄마는 모두 다른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었고, 자신들의 엄마이면서도 ‘최정열’이라는 한 사람으로서 재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이 책의 캘리그라피 글씨와 그림을 맡은 동생 김선미 씨는 “엄마는 나에게 따뜻한 ‘자궁’의 이미지로 기억된다”며 “생명을 품은 자궁을 통해 내가 세상으로 나온 것처럼, 나 또한 그렇게 살아가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언니 김선순 씨에게 엄마는 늘 기도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새벽녘 일어나 장독대에 정안수를 떠놓고 기도하던 엄마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단다. 가족들의 생일, 매 절기마다 그렇게 엄마는 늘 기도했다. 또 아버지와 다툰 뒤에는 아궁이 앞에 쪼그려 앉아 불을 지피며 조용히 눈물을 흘리던 엄마의 모습도 기억이 난다. 집에 끼니를 구걸하는 사람이 찾아오면 밥상을 차려 내어주던 엄마였다. 

“한때는 엄마가 원망스러웠던 적도 있었어요. 엄마가 유산처럼 물려준 희생하고 인내하고 나누며 사는 삶, 그것이 내 마음을 붙잡아 삶을 힘들게 할 때가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내 깨달았죠. 그게 행복이었다는 것을…우리 엄마를 엄마로 부를 수 있었음에 감사해요.” 

“가장 되돌아가고 싶은 순간” 

문득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조잘조잘 수다 떨 수 없다는 걸 느낄 때, “엄마”라고 부를 사람이 없을 때 쓸쓸한 그리움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그래서 아직도 휴대전화에서 엄마의 번호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엄마는 언제나 우리 주변에 있는 들꽃처럼, 자연의 일부로 여전히 함께하고 있음을 느낀다. 김선순 씨는 “부모님 살아 계실 때 기회를 놓치지 말라”며 “많이 사랑하라”고 당부했다. 

“만약 가장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가장 되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가장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엄마를 한 번 다시 만나보고 싶다고, 그래서 엄마와 함께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더 많은 기억을 만들고 싶다고, 엄마를 닮은 지혜와 사랑 가득한 삶을 살아가겠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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