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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1.02.08 17:43
  • 호수 1343

[의정 칼럼] 조상연 당진시의회 의원
갈등유발 예상시설 사전고지 조례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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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구성원 동등하게 정보 접근 필요
“앞으로의 과제는 논의시간과 참여의 보장”

드디어 ‘당진시 갈등유발 예상시설 사전고지 조례(이하 조례)’가 통과됐다. 2011년 고대면 슬항리 산당재 관광농원 승인취소 싸움이 벌어진 후로 10년 만이다. 2019년 12월 화성시 갈등유발 예상시설 사전고지 조례를 당진시 집행부에 소개한 후 1년 만이다. 이제 당진시는 8번째로 이 조례를 시행할 수 있게 됐다.

2010년 초 고대면 슬항리 돌팍재와 12월 산당재에 사업자가 관광농원 사업계획을 당진시에 제출했다. 돌팍재는 승인이 나고 산당재는 심의 중인 가운데 뒤늦게 알게 된 주민들이 투쟁에 나섰다. 주민들은 환영철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 물질을 산당재에서 걸러주고 있는데 바위를 캐내고 소나무 등의 나무를 뽑아가는 관광농원을 조성하게 되면 환경적 피해를 본다고 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당진시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 돌팍재의 사업을 취소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산당재는 마을 주민들과 사업시행자가 서로 만나 협의할 수 있도록 중재를 하겠다고 했다. 즉 당진시의 자세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주민들이 모르면 넘어가고 주민들이 알게 되면 중재를 하겠다는 식이었다.

이 싸움은 2014년 4월 주민감사청구를 통해 마무리가 됐다. 당진시는 ‘개발구역 내 생육상태가 양호한 나무는 재이용한다. 활착 가능한 이식 수목은 사업부지 내 조경수로 활용한다’는 조항의 이행 조치를 취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수목이 반출되는 상황을 방기했다.

관련 팀장이 주의 조치를 받은 반면 주민은 산림 훼손을 막기 위해 소나무 126본의 반출 차량을 막다 업무방해로 고발당해 결국 전과자가 됐다. 시민단체는 당진시가 법원의 의견 요구에 “법을 어긴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답변서만을 보내 조건부 승인의 이행 여부를 밝히지 않아 시민을 억울하게 전과자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 당시에 공무원들은 이런 경우에 사업신청이 들어오면 주민들에게 알려주고 싶어도 사업주가 영업비밀 누설 등의 이유로 문제제기를 하면 곤란하다고 했다. 실제로 정보공개법에서 규정하는 6대 정보 불공개 사유에도 영업비밀 등의 조항이 있다. 그러나 비밀의 다른 의미는 ‘이익당사자에게만 정보제공’이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구제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그 전제는 ‘자신의 권리를 훼손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스스로 알고 있어야 한다’이다. 민주주의가 다수결을 절차로 보호하는 법치라면 그 전제는 구성원 전체가 동등하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충분히 숙의할 수 있는 능력과 시간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이다.

당진시는 이 조례로 인해서 갈등예상시설의 인허가가 접수되면 지역주민에게 사전에 고지해야만 한다. 그 방법도 마을회관, 읍·면 사무소, 당진시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동의하는 범위 내 시민에게 전화문자로 고지한다. 즉 정보전달도 간접에서 직접으로, 수동적에서 적극적으로 바뀐다.

산단 내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모든 위험물(폭팔 등) 취급 시설, 건축허가 대상 축사, 폐기물 처분시설, 발전사업, 장사시설 등에 추진에 대해서는 이제 주민들은 적어도 당진시와 동시에 알 수 있다. 고지 범위도 사안에 따라서 리·통부터 당진시 전체에 이르기까지 구분돼 있다.

물론 이 조례로써 모든 갈등이 없어질 수는 없으며 갈등이 없는 것이 좋은 것도 아니다. 갈등은 민주주의의 자양분 같은 것이다. 되돌아보면 지자체에서 주민과 사업주 간의 갈등이 있을 때 주민들의 주장 대부분은 ‘우리는 몰랐다’이고 사업주와 지자체 주장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으며 이미 사업 진척이 많이 돼서 되돌릴 수 없다’이다. 하지만 이 조례의 시행으로 ‘우리는 몰랐다’는 핑계는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될 것이다. 적어도 위에 열거한 시설에 대해서는 말이다.

앞으로 이 조례는 계속 보강이 될 것이다. 틈새를 계속 메꾸어나가 결국 시민들의 알 권리 보장을 실현시킬 것이다. 이제는 민주주의의 전제 조건 중 두 번째 충분한 논의 시간과 참여의 보장이 남았다. 이 지면을 빌어 2014년 부당하게 전과자가 되었던 고대면 슬항리 주민과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노력해온 당진시의 주민들에게 감사함과 죄송함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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