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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3-18 11:4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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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와 사랑에 빠진 차관호 씨(신평면 운정리)
앵무새와 함께 한 27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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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시절 앵무새 처음 보고 매력에 빠져
취미로 기르다 전문 번식·사육까지

앵무새만 보면 힘든 일을 잊는다는 차관호(49·신평면 운정리) 씨는 앵무새 애호가다. 애호가에서 앵무새를 번식·사육하고 수출까지 하는 전문가가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삽교호 관광지 내에서 테마동물원을 운영하기도 한 그의 바람은 “많은 사람들이 앵무새와 함께하는 것”이란다.

“앵무새만 있다면…”
앵무새 아빠가 된 지 27년 됐다는 그는 어린 시절 힘들게 자랐다. 그의 나이 3살에 부모를 잃은 그는 친척들 손에 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 제대 후 몇년 간은 식자재 납품업을 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일이 힘들어졌다. 차 씨는 “20대 젊은 나이에 일을 시작하다 보니 자금력이 없었고 나를 이끌어줄만한 어른도 주위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때 앵무새를 만났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경기도 광주의 한 앵무새 카페에서 처음 앵무새를 봤다. 차 씨는 “보면 볼수록 신기했다”며 “앵무새를 보면 힘든 일들을 잊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앵무새 보는 것이 즐거웠던 그는 한 마리를 키우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고.

애호가에서 직업이 되기까지
취미 삼아 기르던 앵무새를 번식해 분양했다. 차 씨는 “당시 한국에는 앵무새가 희귀했다”며 “사업성이 있다는 판단에 앵무새를 판매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앵무새를 수출, 수입하는 외국의 전문농장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앵무새가 있다는 곳은 여기저기 다녔고 농장에서 일하기도 했다.
이후 앵무새 애호가에서 전문으로 사육해 번식시키는 번식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초록색 깃털의 유리앵무와 노란색 깃털을 가진 유리앵무를 교배해 또다른 색의 유리앵무를 번식시키도 했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앵무새 사육에 보냈다. 새벽까지 일정 시간을 두고 먹이를 주고 하루 종일 바닥과 책상에 묻은 배변 흔적을 청소하고 병에 걸리지는 않았는지 살폈다. 차 씨는 “건강하던 앵무새들이 서로 싸우다 죽기도 하고 철사에 걸린 발을 못 떼고 죽는 일도 있었다”면서 “앵무새를 기르느라 자녀와 함께 놀러 가지도 못할 정도로 시간 여유없이 살아왔다”고 전했다. 

나를 싫어하는 앵무새
현재 그와 함께한 앵무새들은 보통 5년~10년 이상 길렀단다. 모두 성격이 다르고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도 분명하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부리를 비비거나 안기는 등의 애교를 부리기도 한다고.

회색앵무 ‘실버’는 손님이 기르다가 분양을 받았다. 부부가 10년쯤 기른 앵무새로, 불을 끄면 “잘자”라고 말하기도 하고, 아내 장미원 씨를 “엄마”라고 부르곤 한다. 기분이 좋으면 휘파람으로 노래도 부른다.

노란색, 파란색의 깃털을 가진 몸집이 큰 청금강앵무 ‘강이’는 온순하고 몇 마디의 말을 흉내낼 줄 아는 새로 알려졌다. 하지만 몸집이 커 보통 가정에서 기르기에는 어렵다. 차 씨는 “청금강 앵무새는 발톱 자르는 것을 싫어하는데 내가 발톱 자르는 것을 도맡다 보니 나를 안 좋아한다”며 “호두도 깰 만큼 단단한 부리로 가끔 나를 쪼아댄다”고 전했다. 이어 “까불까불한 성격을 가졌으며 ‘사랑해요’, ‘안녕하세요’ 등의 말을 할 줄 안다”고.

썬코뉴어 앵무는 황금빛 태양을 닮았다고 해서 ‘태양앵무’라고도 불린다. 장 씨는 “‘꼬봉’이는 내가 앞을 지나다니면 ‘왜 왔다갔다 해!’라고 말하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면 따라 부른다”며 “목소리가 크고 춤도 잘 추는데다 깃털의 색까지 예뻐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전문 질병관리센터 생겼으면”
전 세계에는 약 320종의 앵무새가 있다. 몸길이 약 10cm의 소형종에서 99cm에 이르는 대형종까지 있다. 차 씨는 “수명이 50년~60년에 이르는 앵무새가 있지만 수명대로 살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다”며 “사료, 질병, 운동량 등 앵무새가 더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계속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번식가로서 그 역시 계속 공부하고 있다. 종자 확보를 위해 노력한다는 그는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앵무새를 바라보기 위해 유전적 정보와 유전병 및 질병에 대해서도 공부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앵무새 전문 질병관리센터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앵무새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병원이 적어 앵무새가 아프면 제대로 도움을 받을만한 곳이 없다”며 “앵무새 관련 질병을 전문적,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센터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앵무새 카페 문 열어
한편 그는 4년 전 당진에 왔다. 당시 2년 반 정도 삽교호 관광지 내 놀이동산에서 테마동물원 앵무새 먹이체험관을 운영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종의 앵무새들을 볼 수 있었고, 앵무새를 비롯해 미니돼지, 기니피그, 여우, 토끼, 거북이 등의 동물에게 먹이를 줄 수 있었다.

현재는 삽교호 관광지 내 앵무새 카페를 운영 중이다. 차 씨가 직접 공간을 꾸몄다는 카페 한편에는 어린 앵무를 키우는 사육공간과 큰 앵무새들이 지내는 공간이 마련됐다. 카페 곳곳에는 대형 횟대와 탁상용 횟대를 놓아 앵무새들이 놀고, 방문객들은 앵무새와 직접 교감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곳에서는 각종 앵무새 용품을 판매하고 앵무새를 분양하며, 앵무새를 맡길 수 있는 호텔 서비스도 제공한다. 현재 앵무새 카페는 아내 장 씨가 운영하고 있다. 차 씨는 “사람들이 앵무새를 보고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면서 “앵무새가 반려조로 대중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앵무세상 앵무새카페
▪위치: 신평면 삽교천3길 10-12 
            함상타워 B동 1층
▪문의: 010-3771-2617, 카톡 jmw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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