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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우강면 소들섬 일원을 가다
삽교호 하구 작은 모래톱 철새들의 고향

황금들녁에 반짝이는 갈대밭…평화로운 쉼터
낚시·캠핑·라이딩 동호인들 찾는 숨은 명소
고압 송전탑 건설 추진에 생태환경 저해 우려
김예나l승인2021.04.02 21:22l(13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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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론으로 본 소들섬

삽교천을 따라 이어진 자전거길을 달리다보면 우강면 부장리와 신촌리 사이 즈음 다다랐을 때 소들쉼터가 나온다. 제 이름도 없이 무명섬으로 불리다 주민들이 뜻을 모아 ‘소들섬’으로 이름 붙여진 모래톱 작은 섬이 강 너머에 보이는 곳이다. 

▲ 지난해 12월에 촬영한 소들쉼터에서 본 일출

삽교천 물이 흘러 들어와 잔잔히 호수를 이루는 이 일대는 고요하고 평화롭기 그지없다. 상가들이 들어서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인근 삽교호관광지와는 달리 시원한 강바람이 부는 자연 속에서 낚시를 하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한가로이 쉬기에 좋다. 특히 가을이 되면 강변에 햇살을 받은 갈대가 반짝반짝 빛나는 풍경은 더없이 아름답다. 

겨울 철새들의 놀이터이기도 한 이곳은 봄이 되면서 번잡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끊임없이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조용히 낚시를 하는 사람, 여유롭게 차박이나 캠핑을 즐기는 사람,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라이딩하는 사람 등 다양하다. 이렇게 소들섬 일원은 사람들이 자연을 느끼며 지친 몸과 마음을 쉬어갈 수 있는 곳이다.

▲ 드론으로 본 소들섬

소들평야에서 따온 이름

삽교호 안에는 두 개의 섬이 있다. 아산시 인주면에 속한 제법 큰 섬인 솟벌섬과 우강면 신촌리에 포함된 소들섬이다. 우강면 신촌리 495번지로 등록된 소들섬은 17만㎡(약 5만 평) 규모로 지난 1973년 삽교천지구 대단위 사업 이후 삽교천 하구에 모래가 쌓이면서 생긴 하중도다. 오랜 세월 동안 이곳은 별다른 이름 없이 지역주민들로부터 무명섬으로 불려왔다. 그러다 2016년 우강면주민자치회를 중심으로 삽교천 수질개선 사업과 연계한 관광자원화 방안을 모색하면서 무명섬 이름 짓기 운동이 펼쳐졌다.

당시 섬 이름을 짓기 위한 주민토론회가 진행됐고, 주민 15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에 참여한 주민들 중 70.3%의 지지를 받아 ‘소들섬’으로 이름 지어진 이곳은 2019년에 열린 우강면민 한마당 행사에서 명명식을 갖고 섬 이름을 확정했다. 

“바지락에 민물장어도 잡혀”

소들섬 일원은 주민들에겐 추억의 공간이자 관광객들에게는 힐링의 공간이다. 조수간만의 차로 생긴 소들섬은 토박이 주민들에게는 갯벌로 기억된다. 신현철 우강면이장협의회장은 “어릴 적 소들섬은 지금과는 달랐다”며 “삽교천지구 대단위 사업이 진행되기 전에는 섬이 아닌 갯벌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그는 “학창시절 친구들과 수영해서 소들섬까지 건너가기도 했다”면서 “특히 이곳에서는 이압조개가 많이 잡혔다”고 덧붙였다. 

신 회장보다 나이가 많은 지역 어르신들 역시 소들섬 일원의 삽교호를 어족자원이 풍부했던 곳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곳에서 민물장어도 많이 잡혔단다. 

▲ 캠핑과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다.

타 지역에서도 찾는 숨은 명소 

또한 이곳은 낚시 및 캠핑 동호인들에게도 이름난 곳이다. 다양한 어종이 많이 잡힐뿐더러 경관이 좋아 주말이면 전국 곳곳의 낚시 및 캠핑 동호인들이 소들섬 일원을 찾고 있다.

지난달 30일 소들쉼터에서 만난 한 아산시민은 “낚시를 즐기기 위해 친구와 당진에 오게 됐다”며 “이곳에서는 붕어와 베스 등 다양한 어종들이 잡혀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곳”이라고 말했다. 

▲ 신평면 운정리부터 우강면 부장리까지 이어진 자전거길

더불어 라이딩을 좋아하는 동호인들에게도 이 일대는 호평을 받고 있다. 신평면 운정리 자전거 터미널을 시작으로 삽교호 호수공원, 남원천 제방길, 소들쉼터를 거쳐 우강면 내경리까지 이어진 자전거길은 차량 통행이 많지 않고 경관이 좋아 라이딩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이 길은 10km에 이르며 왕복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삽교천을 옆에 끼고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길이 정비돼 있어 자전거를 타면서 시간을 보내는 가족과 연인들도 많다. 이보형 당진시자전거협회장은 “삽교천 자전거길은 시야가 넓게 트여 힐링 장소로 제격”이라며 “특히 가을에는 황금물결이 넘실거리는 농촌풍경을 볼 수 있어 더 좋다”고 전했다. 

부장리에 거주하는 유이계 씨 역시 “주말에는 1~2인용 자전거를 타는 가족들이 많다”면서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정겹다”고 말했다. 

▲ 3월 5일에 촬영한 소들섬 주변. 가창오리들이 떼를 이루고 있다.

“학생들을 위한 자연생태학습공간”

소들섬 일원은 당진지역의 급격한 산업화에도 불구하고 개발되지 않은 천혜의 환경을 유지해 오고 있다. 해마다 수만 마리의 가창오리, 왜가리, 큰기러기 등 철새가 머무르는 도래지로 당진시에서도 8년 전부터 제방뚝 1km 지점까지 볏짚을 썰어 철새 먹이를 준비할 만큼 철새들을 보호하고 있는 지역이다.

국토교통부가 설치한 안내판에도 삽교호 주변은 해마다 많은 철새가 찾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철새도래지로, 가창오리는 가을에 이곳을 찾아와 겨울을 난다고 명시돼 있다.   

이광석 (사)한국조류보호협회 당진시지회장은 “전국에 철새들이 이곳에서 출발할 정도로 삽교호를 생태적 가치가 높은 곳”이라고 강조했다.  

▲ 소들쉼터에서 바라본 삽교호

또한 소들쉼터는 갈대와 억새가 많으며 제방 안쪽은 추수를 앞둔 가을이면 넘실대는 황금들녘의 모습을 볼 수 있어 학생들에게 자연생태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자연학습장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신현철 우강면이장협의회장은 “소들섬을 생태습지공원으로 만들었으면 한다”며 “현재는 소들섬으로 들어가기 어렵지만 부교를 띄워 소들섬을 구경할 수 있게끔 조성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전선로 지중화…수중케이블 설치해야”

하지만 최근 평화롭기만 했던 소들섬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전력이 소들섬과 소들섬 일원인 부장리와 신촌리에 북당진-신탕정 간 345kV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강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우강면민들이 송전철탑 설치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북당진-신탕정 345kV 송전선로 건설사업은 송악읍 부곡리 신당진변전소부터 신평면과 우강면을 거쳐 아산시 신탕정변전소까지 이어지는 송전선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총길이는 35.6km로 72기의 송전철탑이 세워지는 가운데, 당진지역에 해당하는 구간은 15.7km에 걸쳐 28기의 철탑이 설치될 예정이다. 한전의 계획대로라면 우강면 소들섬을 포함해 부장리와 신촌리에 거대한 철탑이 6개나 세워진다. 

우강면민들은 한전의 계획대로 송전철탑이 이곳에 설치되면 자연경관은 물론 철새도래지로서 생태환경까지 훼손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우강면민들은 “삽교호 내수면에 위치한 소들섬의 생태환경이 철탑 및 송전선로로 인해 파괴될 우려가 있다”며 “수 만 마리의 철새 도래지인 소들섬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상훈 우강면송전선로 반대대책위원회 수석공동대책위원장은 “신평면 구간에 해당하는 5.8km 지중화 구간을 확대해 남원천 하구까지 약 850m를 연장해 지중화해야 한다”면서 “소들섬 위에 철탑을 세우지 말고 해당 구간의 송전선로를 지중화해 삽교천 건너 아산까지 수중케이블을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전은 주민들의 생존권, 재산권, 건강권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예나  yena08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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