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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당진시장애인복지관 시(詩) 치료 프로그램 수강생 강종수 씨

▲ (왼쪽부터) 장우회 회장을 맡고 있는 강종수 씨와 시 치료 전문가 김선순 봄봄문학상담연구소장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본 계기…치유의 시작”
“시를 매개로 사람과 사랑을 발견하는 프로그램” 

단단하게 굳었던 마음이 열리고, 삶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세상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마음이 바뀌고 있다. ‘내 마음이 변하니 세상이 변하더라’는 말처럼 사회의 편견과 차별에서 비롯된 상처 입은 마음이 조금씩 치유되고 있었다. 

당진시장애인복지관에서 김선순 봄봄문학상담연구소장이 강의하는 시(詩) 치료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문학에 관심 있는 장애인들이 모인 달팽이문학회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진행된 프로그램이다. 처음엔 어떻게 하면 시를 더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했는데, 시를 잘 쓴다는 것은 유려한 미사여구로 포장된 글을 쓰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를 마주하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 그게 진정한 글쓰기의 시작이었다. 

강종수 씨도 참 많이 변했다. 불편한 몸이지만 오랫동안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해온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장애인으로 살면서 마음 속에 쌓아둔 울분이 시시때때로 터져 나왔다. 시를 쓸 때면 저항시·참여시와 같은 거친 글이 나왔다. 

그러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서 세상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나서야 비로소 세상에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전엔 멋진 언어를 구사하려고 노력했는데, 항상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힘들었죠. 하지만 시 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나를 바로 보게 되면서 두 얼굴을 가진 것처럼, 그동안 덕지덕지 붙어 있던 가식이 벗겨지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발가벗겨지는 듯한 경험을 하면서 응어리진 마음이 풀리더라고요. 나의 마음을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진심을 담아내니까 글도 더 좋아졌어요.” 

누군가는 진솔하게 자기 자신과 마주 보는 것이 두려워 이러한 경험을 회피하기도 하지만 강 씨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애인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시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면 한다”며 “남은 인생을 더 풍요롭게 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내면이 바뀌면서 사람들도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는 그는 “장애인(障礙人)을 ‘長愛人’이라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그동안 사람인(人) 자는 크게 보이지 않았다”면서 “이제야 비로소 사람이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딱 예순 살이 되었어요. 남은 인생은 나 자신을 사랑하고,  넘치는 사랑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며 살고 싶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일들을 하고 싶어요.” 

시 치료 전문가인 김선순 강사는 “많은 분들이 글쓰기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는데, 사실 시 치료 프로그램은 글을 잘 쓰기 위한 수업이 아니라 시를 매개로 사람과 사랑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라며 “프로그램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시 쓰기 활동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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