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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사진관 운영하는 이완구 씨(합덕읍 운산리)
반세기 동안 이어온 그의 셔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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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당시 사진 기술 배워
49년 동안 합덕제철고 졸업앨범 촬영
"3~4년만 더 사진관으로 출근하고 싶어"

 

합덕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온 형제사진관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지역의 오래된 사진관이다. 합덕시장으로 향하는 거리 한쪽에 자리한 이곳은 옛날 그 모습 그대로 50년 동안 묵묵히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옛 모습 그대로 정겨워

형제사진관 안에 들어서자 빛 바랜 사진들이 손님을 맞이한다. 2002년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월드컵 승리를 기원하던 가족, 결혼기념일을 맞은 부부, 교복 입은 학생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사진관 곳곳에 걸려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이기 어려운 요즘에는 보기 힘든 모습들이다.

형제사진관에서는 요즘은 보기 어려운 롤스크린을 사용하고 있다. 40년이 됐다는 이 스크린은 스위치 버튼을 누르면 귀여운 배경의 스크린이 내려오고 다시 돌돌 말면 다른 배경으로 바뀐다.

 

 

동생과 함께 문 연 사진관

형제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는 이완구 대표(86)는 보령 출신이다. 6 . 25전쟁이 일어난 당시 중학생이었던 그는 부여의 한 사진관에서 사진 찍는 일을 배웠다. 어린 나이에 카메라가 신기했던 그는 사진을 배우기로 했다. 당시만해도 수동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고. 배우다 보니 자연스레 사진사가 됐다는 그는 고향 보령에서 웅천사진관을 5~6년 동안 운영했다.

합덕으로 이사온 그는 당시 예술사진관에서 사진기사로 근무하다 1970년대 초 지금의 자리에 세를 얻어 동생 이정구 씨와 형제사진관을 문 열었다. 그는 “형제사진관 자리는 이전에 국제사진관 자리였다”며 “해방 이후에도 사진관이 운영됐던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령에서 사진관을 운영할 때 동생에게 사진촬영 기술을 가르쳤고 형제가 함께 합덕에서 사진관을 운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1978년 동생 이 씨는 형제사진관 맞은편에 평화사진관을 개업했고, 현재는 이 씨의 아들이 평화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다.

 

 

환갑이 된 학생들 찾아와 인사

이 대표는 지난 2019년까지 49년 동안 합덕제철고(전 합덕농고) 학생들의 졸업사진을 촬영했다. 가끔씩 사진을 찍어준 합덕농고 출신 학생들이 환갑의 나이에 찾아올 때면 세월의 흐름을 실감한단다.

합덕농고를 졸업하고 합덕읍 운산리에서 이태리안경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음 대표는 “형제사진관 사장님이 합덕농고 졸업앨범 사진을 찍어줬다”며 “졸업사진 이외에도 합덕 시내에 나올 때면 친구들과 추억하기 위해 형제사진관에서 사진을 찍곤 했다”고 회상했다.

 

 

“출근할 곳 있어 행복”

한편 이 대표는 지금도 연중무휴로 매일 아침 8시30분이면 사진관 문을 열고 오후 5시30분이면 문을 닫는다. 주민들이 급히 증명사진이 필요하다고 하면 신속하게 찍어주고, 차 한 잔을 내어준다.

그는 “돈을 벌려고 이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루에 1만 원도 못 벌 때도 있다”며 “그래도 치매에 안 걸리고 시간을 보내려고 매일 출근한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아침마다 아내(변옥자)가 ‘85세의 나이에 출근할 수 있는 곳이 있어 행복한 줄 알라’고 말한다”면서 “앞으로 건강 관리를 잘해 3~4년만 더 사진관을 운영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형제사진관을 기억해주고 사랑해주는 손님들에게 고마울 뿐이지. 나중에 내가 죽었을 때 ‘형제사진관 운영하는 이완구 대표 사람 참 좋았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그게 인생의 보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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