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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43년 동안 사제의 정 나눈
제자 김회영 씨와 스승 방국진 씨
첫 스승과 제자의 43년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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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교단에 선 호서고에서 교사와 학생으로 만나
음악 공부하던 제자, 화가가 되어 미술계 조우
20년 주기로 이어진 인연…이달과 가을에 전시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새끼손가락에 보이지 않는 빨간 실이 매어져 운명의 상대와 연결돼 있다고 전해진다. 손가락이 열 개인데 인연의 실이 사랑하는 사이로만 있을까. 가족, 친구, 혹은 사제 등 또 다른 색의 실로 연결돼 있을 것이다. 방국진 화가와 김회영 면천읍성안 그 미술관 관장의 손가락에도 실이 매어져 있었다. 40여 년의 세월 동안 사제의 정을 이어온 그들이다.

 

인연의 시작 1978년 호서고

방국진 동양화가는 1978년 호서고에 부임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첫 교직 부임지였던 이곳에서 1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당시 김회영 관장은 고1로, 김 관장에게 방 작가는 첫 스승이었고 방 작가에게 김 관장은 첫 제자였다.

20대 젊은 나이로 교단에 선 그는 학생들과 나이 차이가 많지 않아 가깝게 지냈다. 그는 “첫 교사생활이었던지라 굉장히 즐겁게 지냈다”면서 “이때의 추억이 많다”고 말했다. 당시 가르치던 2학년 학생의 집에 자취를 했는데 그의 자취방에 놀러오는 학생들이 여럿이었단다. 미술교사로 상록문화제 사생대회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하고 농번기면 학생들을 이끌고 논에 나가 모내기를 했다. 가을엔 벼를 베고 방학이면 아이들과 장고항에 놀러 나가 고기잡이까지 했다고.

 

사제의 정은 전화를 타고

방 작가가 당진을 떠나고 20년 후 두 사람의 인연이 다시 이어졌다. 1998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방 작가의 개인전을 김 관장이 찾아갔다. 안타깝게도 이때 두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대신 김 관장은 20년 전 제자임을 밝히며 쓴 쪽지를 방 작가에게 전했다. 이 쪽지가 연결고리가 되어 두 사람은 연락을 이어갔다.

김 관장은 “어린 시절 집안의 권유로 음악을 했지만 사실 미술을 하고 싶었다”면서 “미술에 대한 열망이 있었기에 방국진 선생님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선생님을 다시 만나면서 인연이 이렇게 깊을 수 있을까 감탄했다”고 덧붙였다.

성악을 전공했던 김 관장은 어릴 적부터 꿈이었던 미술을 전공하고 결국 대학에서 화가의 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스승과 제자에서, 방 작가는 동양화를, 김 관장은 서양화를 전공하며 미술 선·후배 사이로 다시 만났다. 방 작가는 “음악을 하던 제자가 화가가 되어 깜짝 놀랐다”면서 “여기에 고향인 당진에서 미술관까지 개관했다는 소식을 듣고 제자 김 관장이 스스로의 인연을 찾아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2000년대 들어 두 사람은 종종 서산시 해미면에서 만나곤 했다. 중간에 전화번호가 바뀌면서 연락이 끊긴 적도 있었다. 하지만 미술 협회에 메일을 보내며 두 사람은 다시 인연이 닿았고 지금에 이르렀다. 방 작가는 “당진서 자취하던 시절 하숙했던 집의 제자와도 연락을 이어오고 있었다”면서 “김 관장의 선배였던 그 친구를 통했으면 김 관장과 좀 더 빠르게 연락이 닿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년 동안 간직한 쪽지

방 작가와 김 관장이 예술적 교류를 이어오던 어느 날, 김 관장은 스승 방 작가에게  미술관에서 개관 기념 초대전을 제안했다. 서울서 쪽지를 통해 만났던 그 날에서 다시 20년이 흘러 지난 2018년 3월 ‘인연-동행’이라는 이름으로 전시회가 개최됐다. 방 작가는 “추억이 많았던 당진에서, 그것도 제자의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게 되니 설레고 기뻤다”고 말했다.

이 전시회에서 방 작가는 20년간 간직했던 김 관장의 쪽지를 전했다. 김 관장은 “20년 전 쓴 쪽지를 보고 너무 놀랐다”면서 “선생님께서 지금까지 쪽지를 간직하고 있을 줄 생각도 못했다”고 전했다.

 

작품 기증하며 전시
 
누군가에게는 짧은 시간일 수도 있는 1년의 시간이 43년의 세월로 깊어졌다. 최근에는 방 작가가 작업실을 정리하면서 작품 120여 점을 김 관장에게 기증했다. 방 작가는 “나의 첫 시작점인 당진에 기증하는 것이 의미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방 작가의 여러 작품들 중 봄의 색채를 머금은 그림을 중심으로 전시회를 오는 15일까지 기획했다. 방 작가는 “누군가 내 작품을 본다는 것은 기쁜 일”이라며 “당진시민들이 즐겁게 그림을 감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방 작가는 자연을 소재로 그림을 그려왔다. 미술관에는 ‘꽃’을 모티브로 화사한 색감이 돋보이는 <초화> 시리즈를 비롯해 한지에 흙을 바탕으로 색과 추상적인 형태로 자연을 표현한 <회귀동심> 등의 작품이 전시됐다.

방 작가는 “김춘수 시인의 ‘꽃’을 모티브로 한 <초화>는 이름 모르는 풀꽃을 보며 혼자 피었을 때보다 여럿이 있을 때 더욱 아름답게 느낀 감정을 담았다고. 이어 그는 “초기작은 자연에 대해 관조적 자세를 취했다”면서 “이후엔 자연이 마음으로 들어오면서 밝고 희망적인 풍조로 변화해갔다”고 덧붙였다.

가을쯤에는 방 작가가 걸어온 길을 집대성해 시기별로 그의 그림을 전시할 계획이다. 김 관장은 “이번 전시에서는 선생님의 일부 작품만 선보였다”면서 “가을에 다시 한번 전시를 기획해 시기별로 변화한 선생님의 작품 세계를 당진시민들에게 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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