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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11 10:17
  • 호수 1355

[사랑을 나눠주세요]
유전적 희귀병 앓고 있는 이문숙·최영학 모자
“아픔을 물려줘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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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의 근육 점점 사라져 샤워하는 데만 3시간 소요
아버지와 두 자매에 이어 아들까지 근이영양증 유전
언어·지적장애까지 겹쳐 막막

 

아이에게만큼은 병이 유전되지 않길 바랐다. 하지만 영학이(송악고2)가 커 갈수록   이문숙(48) 씨가 겪은 증상들이 아들에게서 나타났다. 평생을 앓다가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겪어온 희소병은 이문숙 씨와 언니 이정숙 씨를 거쳐 아들 영학이에게 유전됐다. 이 씨는 “나조차 이 병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는데, 같은 병을 앓을 영학이를 생각하면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유전 희소병으로 거동 힘들어
병의 이름은 안면견갑상완 근이영양증, 근(긴장) 디스트로피로, 줄여 근이영양증으로 불린다. 점점 근육이 사라지는 희소병으로 나중에는 손가락과 발가락까지 근육이 사라져 물건을 집거나 걷는 것조차도 어려워진다.

아버지는 이 병으로 69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이문숙 씨의 언니인 이정숙(51) 씨는 일찍이 9살부터 증상이 나타났다. 다리 근육이 없어 쪼그려 걷고 일어서지 못한다. 손가락 끝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타월과 빗을 이용해 머리를 감는다.

샤워하는데 3시간이 족히 걸린다. 넘어지면 혼자서 일어나지 못해 이웃을 불러야만 한다. 오래된 흙집이라 높은 턱이 많아 움직이기조차 쉽지 않다. 병으로 대인기피증까지 겪은 언니는 중학교를 졸업한 이후 세상과 담을 쌓은 채 살아가고 있다.

한편 자매의 어머니는 이문숙 씨가 돌이 채 되지 않았을 무렵 세상을 떠났다. 길러 준 할머니는 지난 3년 전 오빠와 한 달 간격으로 사망했다. 큰언니마저도 폐암 투병 중이라고. 이문숙 씨는 “아버지는 몸이 불편해 남긴 것 없이 떠났고, 오빠는 빚만 남기고 떠났다”고 말했다.

엄마의 손발이 돼 주는 아들

언니 이정숙 씨에 이어 이문숙 씨에게도 병이 유전됐다.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체육시간을 가장 두려워했다. 거동이 힘들어지면서는 휠체어에 올랐고, 휠체어에서 떨어지면 혼자 올라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집안에서는 거의 앉아서 생활한다.
움직임이 어려운 이 씨에게 아들 영학이는 손과 발이 되어 준다.

엄마가 일하는 날에는 가방에 짐을 담아 휠체어에 걸어주고 엄마가 안전하게 콜택시에 오를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엄마가 집에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문 앞에서 기다린단다.

또 집안일도 척척 한다. 청소기를 밀고 빨래를 하며 분리수거까지 한다. 밥 먹을 때는 설거지까지 하는 등 하나부터 열까지 엄마 곁에서 일손을 돕는다. 이 씨는 “형편이 어려워 활동보조 서비스 자부담비를 마련하기 어렵다”며 “대신에 영학이가 손과 발이 되어 주고 나는 지적장애와 언어장애가 있는 영학이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럴 때면 꼭 하늘에서 영학이와 나를 짝꿍으로 맺어준 것만 같다”고 전했다.

영학이에게도 유전
하지만 영학이도 점차 몸의 근육이 빠지고 있다. 한때는 공을 좋아하던 영학이었다. 등교할 때마다 축구공을 따로 챙겨갈 정도였다. 하지만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근이영양증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제는 뛰기조차 어렵다. 심지어 요즘엔 팔이 어깨 위로 올라가지 않을 정도다.

지난 1년 동안 영학이와 함께한 임미자 특수실무원은 “지난해보다 살도 많이 빠지고 다리도 얇아졌다”며 “영학이가 한 번 다치면 크게 다쳐 늘 불안하지만, 영학이가 워낙 체육활동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장애가 있는지라 주변 사람들의 걱정이 적지 않단다.

“엄마랑 산책하고 싶어요”
영학이의 꿈은 의사다. 영학이는 “의사가 되면 엄마를 가장 먼저 고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공부도 열심히 한다. 하지 말라고 해도 시험을 앞두면 밤 11시까지 공부해 몸이 아플 정도란다. 시험에서 세 개를 맞아도 영학이는 엄마에게 곧장 달려와 자랑하는 씩씩하고 밝은 아이다. 또한 그의 소원은 엄마와 산책가는 것이다.

이처럼 활달하고 밝은 영학이를 두고 엄마 이 씨가 바라는 것은 조금이라도 더디게 병이 진행되는 것이다. 그는 “병원에서는 재활치료를 받으면 조금이라도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한다”며 “가능하다면 재활치료를 받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학이 걱정이 크죠. 저도 병을 물려 준 아버지를 많이 원망했거든요. 나중에 영학이가 커서 저를 원망할까봐 두렵고 걱정되고 미안해요. 영학이를 책임질 수 있도록 100만 원 남짓 벌어도 안정적인 일자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영학이를 위해서라도 더 씩씩하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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