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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소개
  • 입력 2021.05.31 11:48
  • 호수 1358

“당신의 언어 온도는?”
채운동 이은정 씨가 추천하는 <언어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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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시절에 읽은 책…세상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어떻게 말하느냐’보다 ‘어떤 말을 하지 않느냐’가 중요”

채운동에서 거주하고 있는 이은정 씨는 당진에 터를 잡은 지 20년 정도 됐다. 서울에 살던 그는 목장을 운영하는 남편을 따라 당진에 왔다. 현재 남편의 목장은 서산에 위치해 있지만 여러 이유로 당진에 정착하게 됐단다. 

그는 유년시절 서울에서 살다가 서산 할머니 댁으로 이사왔다. 한약방집 딸이었던 할머니 댁에는 한학과 관련된 책이 많아 어린 그가 읽을 만한 책이 없었다. 우연히 작은아버지 댁에서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을 보게 된 그는 몇 날 며칠 작은 아버지댁에서 전집만 읽었다. 또 학창시절에는 문학반에서 활동하며 더 많은 책을 접하기도 했다. 당시 학교에서 문학의 밤 축제가 열리곤 했는데 직접 연극 대본도 쓰고, 서산 해미면에서 활동하는 탱자골문학회 회원들에게 글쓰기 지도를 받기도 했다. 이 씨는 “10대 때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들이 지금껏 인생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그동안 읽은 많은 책들 중에서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를 소개했다. 책 제목에 눈길이 갔다던 그는 책 제목을 보자마자 ‘내가 사용하는 언어는 몇 도일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고. 이 씨는 “특히 책 내용 중 말무덤(언총)에 대한 내용이 가슴에 와 닿았다”며 “하지 말아야 할 말들에 대한 글이었는데 읽고서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책 내용에 따르면 여러 문중들은 마을이 흉흉한 일에 휩싸일 때마다 언총에 모여 “기분 나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으로 시작하는 쓸데없는 말과 “그쪽 걱정돼서 하는 얘기인데요…”처럼 이웃을 비방하는 말을 한데 모아 구덩이에 파묻었다고 한다. 이른 바 말 장례를 치른 것이다. 이 행동 후에는 신기하게도 다툼질과 언쟁이 수그러들었다고. 

이 씨는 “어떤 말을 하느냐 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고, 어떻게 말하느냐보다 때론 어떤 말을 하지 않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작가의 글에 무척 공감됐다”고 전했다.

“사람마다 각각 자신만의 언총을 갖고 사는 것이 필요해요. 특히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은데, 이럴 때일수록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제 언총인 반려묘 콩이에게 답답한 마음을 시시콜콜 전하곤 해요.”

이 씨는 “이 책은 집 한 편에 놓고 두고두고 읽으면 좋을 책”이라며 “나 역시 창가에 두고 수 차례 읽은 책이라 10여 년간 읽은 책처럼 벌써 낡았다”고 말했다. 그는 “40~50대 부부가 읽으면 더욱 좋을 책”이라며 “이 책을 읽으면 부부 간 화내지 않고 대화하는 요령이 생길 것”이라고 추천했다. 

 <읽은 이가 추천하는 또 다른 책>

세상의 모든 딸들 1·2
저자명: 엘리자베스M.토마스

황금비늘
저자명: 이외수 

 <읽은이가 밑줄 친 구절>

언총은 말그대로 침묵의 상징이다. 마을이 흉흉한 일에 휩싸일 때마다 여러 문중 사람이 언총에 모여, “기분 나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으로 시작하는 쓸데없는 말과 “그쪽 걱정돼서 하는 얘기인데요…”처럼 이웃을 함부로 비난하는 말을 한데 모아 구덩이에 파묻었다. 말 장례를 치른 셈인데, 그러면 신기하게도 다툼질과 언쟁이 수그러들었다고 한다. 우린 늘 무엇을 말하느냐에 정신이 팔린 채 살아간다. 하지만 어떤 말을 하느냐 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고, 어떻게 말하느냐보다 때론 어떤 말을 하지 않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다. 입을 닫는 법을 배우지 않고서는 잘 말할 수 없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끔은 내 언어의 총량에 관해 고민한다. 다언이 실언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종종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 물어본다. 말 무덤에 묻어야 할 말을 소중한 사람의 가슴에 묻으며 사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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