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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철탑 건설 막은 농민 6명 강제 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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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면 마지막 구간 33번 철탑 건설공사 강행
우강면 농민 맨몸으로 공사 포클레인 막아서
한전 “법적 문제 없다…계속해서 공사 추진”

한국전력이 북당진-신탕정 간 345kV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신평면 구간 마지막 철탑(33번, 신평면 신당리) 건설에 돌입하자, 우강면으로 송전선로가 이어질 것을 우려한 우강면민이 공사를 반대하며 규탄 집회를 개최했다. 집회 후에도 우강면 주민들은 5시간 동안 한전의 공사를 막았지만 결국 농민 6명이 업무방해 혐의로 현장에서 연행됐다. 

철탑 건설공사에 맞서 집회 개최 

지난 12일 우강면 소들쉼터에서 1km 가량 떨어진 신평면 신당리 논에서 33번 송전철탑 건설 공사가 추진됐다. 철탑 공사가 강행된다는 소식에 우강면 송전선로 반대대책위원회(위원장 최상훈)는 규탄 집회를 열었다. 대책위에서는 해당 논에 송전철탑이 건설될 경우 머지 않아 송전선로가 우강면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를 막고자 집회를 개최한 것이다.  

포클레인 앞에 서서 공사 막아

집회 전날부터 우강면 농민들은 ‘철새도래지 삽교호에 송전탑 절대 안돼!’, ‘농민 생명권 보장하라!’고 적힌 현수막을 굴삭기와 경운기 등 농기계에 부착하고 공사가 이뤄지는 논 인근에 세워놓았다. 

이튿날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집회는 비교적 조용하게 이뤄지는 듯 했다. 하지만 우강면 농민 한 명이 철탑 건설 공사를 위해 벼를 뭉갠 채 논에 진입한 포클레인을 막아서면서 농민들이 하나 둘 신고 있던 신발을 벗고 논으로 들어갔다. 주민들은 한전의 철탑공사를 반대하며 굴삭기 앞으로 모여들었다.

우강면 농민인 조영식 씨는 “죽더라도 못 나간다”며 포클레인을 막아섰다. 이봉기 반대대책위 부위원장은 “현재 한전이 공사를 강행하려는 논에는 9월 초에 수확할 조생종 벼가 자라고 있다”며 “한전은 경작자와 어떠한 협의도 없이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전의 공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참담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최상훈 위원장 역시 “농민으로서 매우 가슴 아프다”며 “한전이 자식과도 같은 농작물을 무참히 짓밟는 것을 두고만 볼 수 없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20년 간 농사 지은 땅”

경작자에 따르면 해당 논은 충남도 소유로, 주민들은 19년 전부터 이곳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었다. 경작자 A씨는 “해당 논을 매입하려 했지만 한전의 철탑공사가 예정돼 있어 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전으로부터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이야기는 몇 번 들었다”면서 “모를 심어놓은 만큼 수확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전 측 관계자는 “지난 4월 법원에서 가처분 결정을 받았고 경작자에게도 모내기를 하지 말라고 미리 이야기했다”면서 “벼 수확은 한전과는 관련 없는 일”이라며 중단 없이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경찰 과잉진압 논란

오후 4시까지 우강면 농민들은 교대로 한전의 포클레인 앞에 서서 공사를 저지했다. 결국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이 업무방해 혐의로 농민 6명을 연행했으며, 농민들은 경찰서에서 조사 받은 뒤 그날 밤 10시경 훈방 조치됐다. 

주민들에 따르면 농민들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한 여성농민의 윗옷이 가슴까지 말려올라가면서 신체와 속옷이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모습을 본 여성농민의 남편은 강하게 항의했고, 결국 공무집행 방해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또한 현장에서 도주 위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갑을 채우고, 강하게 제압해 과잉진압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당진경찰서 관계자는 “5시간 넘도록 농민들을 설득하고 포클레인을 막을 경우 업무집행 방해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다고 수차례 경고한 상태였다”며 “여성농민들이 있어 여경이 투입됐고 최대한 다치치 않게 하기 위해 여러 명이 농민을 들어 논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덧붙여 “수갑 역시 처음부터 채운 것이 아니라 농민의 거친 저항으로 농민과 경찰이 다칠 수도 있어 수갑을 채우게 된 것”이라면서 과잉진압 논란에 대해 반박했다.

이선영 충남도의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지난 13일 충남도의회 5분 발언을 통해 “현장에서 경찰이 개입해 농민들과 몸싸움을 하고 폭압적인 연행까지 있었다”며 “충남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철탑이 건설돼 있고 이러한 갈등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송전탑 지중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충남도지사와 동료 의원들에게 촉구했다. 

“지중화 구간 확대해야”
한편 한전이 우강면 구간에 해당하는 삽교호 일대에 북당진-신탕정 간 345kV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강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우강면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우강면 주민들은 지난 6년 동안 송전선로 건설 반대를 외쳐온 가운데 “신평면 구간에 해당하는 5.8km 지중화 구간을 확대해 남원천 하구까지 약 850m를 연장해 지중화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김지환 당진시 기후에너지과장은 “당진시는 지역주민 편에서 입장을 같이 할 것”이라며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예나 기자 yena08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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