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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 이야기 10] 정미면 산성리
주막·가게·서당 등 없는 게 없던 ‘회천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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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가게, 약국, 서당 등이 있었던 마을
잠실에선 누에가 뽕잎 먹는 소리가 빗소리처럼 들려

<편집자주>

오랜 시간 동안 터를 잡고 있는 보호수와 누구도 찾지 않는 열녀문, 그리고 주민들의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지는 전설들이 여전히 마을을 지키고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없어진 마을이나 없어질 위기에 처한 마을, 또한 자연마을 중에서도 농촌 고령화로 인해 전통의 맥이 끊길지도 모르는 마을의 이야기를 기록하고자 한다. 본지에서는 ‘우리마을 이야기’라는 기획취재를 통해 기사와 영상으로 마을의 이야기를 담아낼 계획이다. 영상은 유튜브 ‘당진방송’을 통해 시청할 수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됩니다.

▲ 드론으로 촬영한 정미면 산성리의 모습

정미면 산성리는 당진 시내에서 차로 30분 정도 달려야 나오는 마을이다. 복잡한 당진 시내와는 달리 고요하면서 평화로운 농촌 풍경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 전만해도 정미면 산성리는 서산시에 속할 정도로 당진의 끝에 자리해 있다.

보리 한 되 심으면 백 대를 먹인 ‘되백골’

당진의 지명유래 자료 등에 따르면 정미면 산성리는 자모산 상부에 옛 성터가 있어 ‘산성(山城)’이라 불렸다. 산성리에는 거북골, 되백골, 상중말, 장수골, 탑골, 양지말 등 여러 자연부락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장수골은 오래도록 살다의 ‘장수(長壽)’가 아닌, 물이 오래 나온다는 뜻에서 ‘장수(長水)’로 불렸다. 또한 되백골이라는 부락은 비옥한 흙이 있어 보리 한 되를 심으면 백 대를 먹였다는 의미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특히 산성리에는 당진과 서산의 경계인 회천고개가 있었다. 정미면 승산리부터 서산시 성연면 명천리까지 총 10km 정도 구간을 지금은 ‘회천로’라고 부른다. 당시 회천고개 인근에는 슈퍼, 주막, 술집, 약국, 서당, 강습소 등 없는 게 없는 번성한 곳이었다. 문한석 이장은 “1960~1970년까지만 해도 회천고개가 상당히 유명했다”며 “그때 서산으로 장을 보러 다녔는데 우마차를 타고 회천고개까지 오면 ‘집에 다왔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유치원과 같았던 강습소에서 글을 배우고 초등학교에 입학했다”면서 “한 학기에 겉보리 한 말을 내고 강습소를 다녔다”고 회상했다. 

▲ 문인환 효자문

양부모를 극진히 모신 효자 

산성리에는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故 문인환 씨의 효심기리며 지은 효자문과 효자비가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문 씨는 양부모를 모셨는데, 그가 9살 때 부모가 큰 병을 앓자 지극히 간호했단다. 이후 부모가 세상을 떠나자 산에 가서 3년 상을 치렀고 이를 보고 감명받은 사람들이 효자문과 효자비를 세웠다고 전해진다. 문기만 전 이장은 “현재 효자문은 닫혀있고 효자비는 한문으로 적혀 있어 읽기 어렵다”며 “자모산 봉우리에는 문 씨의 이야기를 한글로 풀어낸  안내판이 있다”고 전했다. 

▲ 문인환 효자비

또한 효자문 인근에는 거북바위가 자리하고 있다. 거북바위는 한 주민이 쟁기로 밭을 갈다가, 큰 돌이 걸려 파보니 거북이가 나왔다는 설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거북바위에는 비석이 없어 이와 관련한 내용을 자세히 알기가 어렵다. 정미면 산성리는 거북바위가 자리한 인근에 거북공원을 조성하고 있으며, 공원이 완성되면 거북바위를 공원으로 옮길 예정이다. 정재은 노인회장은 “거북바위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자 거북바위 비를 찾으려 노력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역사 깊은 산성저수지

한편 산성리의 자랑은 산성저수지다. 마을회관 인근에 있는 산성저수지는 일반 저수지보다 규모는 작지만, 자연경관이 무척 아름답다. 위에서 바라봤을 때는 저수지 물이 하늘을 비춰 신비롭다. 문기만 전 이장은 “산성저수지는 역사가 깊은 곳”이라며 “일제강점기 때 농사 짓기 위해 판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산성리에서는 산성저수지를 생태공원으로 만들 계획이다. 문 이장은 “산성저수지는 장수골에서 흘러나온 물로 형성된 저수지”라며 “산성리는 지대가 높아 농업용수 공급이 안되고 있어 저수지 물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을회관부터 저수지까지 걷기 좋게 길을 연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누에 키우던 마을

과거 산성리는 누에를 생산하는 마을이었다. 주민들의 주 소득 작목이 누에였기 때문에 집집마다 누에를 키우는 잠실이 있었다고. 잠실은 비단실을 얻기 위해 누에를 사육했던 방을 말한다. 현재는 잠실이 거의 없어졌지만, 옛날엔 산성리 곳곳의 집에서 누에를 먹였다. 주민들은 “잠실 문을 열면 뽕나무 향과 누에 향이 어우러져 좋은 냄새가 났다”며 “아궁이를 떼야 했기 때문에 잠실에서는 늘 따듯한 온기가 느껴졌고, 누에가 뽕잎을 갉아 먹는 소리가 빗소리처럼 들렸다”고 전했다. 

80대 노인들로 구성된 회춘유랑단

오늘날 정미면 산성리의 ‘회춘유랑단’은 빼놓을 수 없는 마을의 자랑이다. 회춘유랑단은 산성리 노인들로 구성된 극단이다. 이들은 지역의 초등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을 방문해 지역의 전설과 설화를 소재로 인형극을 선보여왔다. ‘안국사 배바위’, ‘우리 동네 잔칫날’ 등 마을과 관련된 내용으로 인형극을 선보였으며, 2018년에는 충남아마추어 연극제에서 은상을 받기도 했다.

“산성리는 요즘 문화예술 활동이 활발한 마을이에요. 이제는 지역 어르신들이 즐기면서 노년을 즐길 수 있도록 마을을 만들고자 해요. 100~150석 규모의 공연장을 만들어 인형극을 하고, 손맛이 뛰어난 할머니들이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지역에서 생산한 딸기와 블루베리, 오디 등으로 만든 전통차를 판매하는 찻집 운영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당진시 균형발전을 위한 토대를 만들어 정미면이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 싶어요.”

▲ (왼쪽부터) 정재은 노인회장, 문한석 이장, 문기만 전 이장

주민 한마디

정재은 노인회장: 젊은 이장이 마을발전을 위해 무척 노력하고 있어 고맙습니다. 당진시에서 가장 살기 좋은 마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문한석 이장: 우리마을 최고의 자산이자 자랑거리는 지역 어르신들이에요. 건강하게 즐겁게 생활해줘 감사하고, 특히 그동안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마을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셔서 고마워요. 

문기만 전 이장: 이장이 열심히 하는 만큼 산성리가 옛날보다 훨씬 살기 좋은 곳이 될 것 같아요. 주민들이 다 같이 호응하고, 참여하니 더 발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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