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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 입력 2021.10.18 10:54
  • 호수 1376

작가 5인의 시선으로 당진의 포구를 담다
■ 2021 에꼴 드 아미 레지던시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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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눈으로 재해석한 당진의 포구
아미미술관, 오는 11월 16일까지 전시 개최

▲ 인주리 작가와 한지민 작가의 전시 공간

당진은 서해안과 접해 있어 많은 포구가 형성된 지역이다. 그러나 산업화 시대를 맞으면서 급격한 변화를 마주한다. 해안가에대규모 산업단지와 방조제가 조성되고 간척사업이 이뤄지며 많던 염전과 포구는 흔적만 남아있다. 

아미미술관이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로만 기억되는 포구를 주제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박기호 관장은 “삼국시대부터 당나라를 오가는 나루가 있었을 만큼 당진의 포구는 경제·문화 교류의 장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당진의 포구를 통해 지역문화를 재조명해 지역의 정체성을 찾아가고자 했다”고 말했다.

2021 에꼴 드 아미 레지던시는 작가 5인의 눈을 통해 재해석된 당진의 포구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기획됐다. 에꼴 드 아미 레지던시 결과보고전은 오는 11월 16일까지 개최된다.

연구용역 자료 활용돼

특히 이번 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는 당진시가 발주하고 당진시대방송미디어협동조합(현재 충남콘텐츠연구소 지음협동조합)이 맡아 진행한 ‘당진포구문화구술연구용역’과 연구용역 결과물을 정리해 출간한 서적 <구술사로 만나는 당진포구>이 활용됐다.

지난 5월 열린 1차 워크숍에서는 연구용역 연구원으로 참여했던 우현선 작가가 레지던시 참여 작가들에게 포구에 얽힌 이야기, 주민들의 생활상 등에 대해 강의했다. 이어 2차 워크숍에서는 성구미포구에서 태어나 평생을 성구미 앞바다에서 어업을 해 온 주민 우동기 씨와 맷돌포구에서 살면서 맨손어업을 해온 김명헌 씨와 작가 간 만남이 진행됐다. 작가들은 포구에서 생활했던 실제 주민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청취하며 당진의 포구를 알아갔다.

포구 곳곳을 답사

포구로 표현되는 지역의 정체성을 찾고자 한 아미미술관에서는 입주 작가들을 당진의 포구로 초대했다. 석문면 마섬포구에 숙소를 마련해 작가들이 가까이에서 당진의 포구를 접하도록 했으며, 작가들은 100평 규모의 소금창고를 작업실로 활용했다. 

이 소금창고는 박기호 관장이 지난 2019년 당진의 근대 문화유산 보존 사업의 일환으로 지역에서 유일하게 남은 소금창고를 매입해 2020년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한 것이다. 

소금창고가 있는 오섬(송산면 당산리)은 고대면 슬항리 오섬 나루와 인천을 오가던 나루로, 오섬포구는 일제강점기부터 당진의 외항 역할을 했던 곳이다. 간척이 이뤄지면서 현재 이곳은 농경지로 변했다. 

5인의 작가들은 지난 5월부터 마섬포구와 소금창고는 물론 지역의 포구 곳곳을 답사하며 창작물을 만들어냈다.

“시간대별로 포구를 다녔어요. 그중 성구미 포구가 제일 감동적이었죠. 해가 질 때 석문방조제를 바라봤는데 해가 지면서 방조제에 햇빛이 반사돼 반짝이더라고요. 자연과 인공구조물의 조화가 너무 아름답고 좋았어요. 이번을 계기로 밤에도 포구가 살아있음을 알게 됐죠 낚시, 조업 등으로 밤에도 바다가 깨어있다는 점이 놀라웠어요.”(한지민 작가)

5인 5색의 레지던시 展

한지민, 인주리, 정희기, 이지수, 장동욱 등 5명의 작가들은 당진 출신 작가이거나 이주 작가, 혹은 레지던시를 통해 잠시나마 지역에 살아보며 당진을 경험한 이들이다. 회화와 사진, 텍스타일, 설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들은 포구와 바다의 과거를 상상하고, 현재를 바라보며 미래를 꿈꿔보는 과정을 통해 잊혀가는 당진의 포구를 시작으로 발굴했다. 또한 포구를 떠난 이들이나 반대로 이주민,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품기도 했다.

한지민 작가  “회색빛 콘크리트”

당진살이 10년 차인 한지민 작가는 ‘포구’하면 고즈넉한 어촌을 떠올렸다. 하지만 실제로 둘러본 당진의 포구는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매립되면서 시골 정취를 간직한 어촌의 포구보다 제철소, 공장 등으로 도시 느낌이 물씬 풍겼단다. 그에게 포구는 회색빛 콘트리트로 다가왔다.

한 작가는 포구를 다니며 포착했던 장면을 그리곤 했다. 이 그림은 어떤 풍경이 아닌 그동안 한 작가가 포구를 다니면서 느꼈던 감정을 정리해 구상됐다. 그림 속 두 사람의 거리감을 통해 자연과 사람 사이의 관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소외감, 개인주의를 표현했다. 

인주리 작가  “무용(無用)이 아름다워”

인주리 사진작가는 석문면 출신으로 석문면에 작업실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그에겐 어린 시절 보덕포, 장고항 등으로 소풍을 갔던 기억이 남아있다. 특히 용무치항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 많이 서려 있어, 이번 프로젝트도 용무치항에서 주로 이뤄졌다. 인주리 작가는 “아버지가 큰 목선 앞에 선 오빠와 나를 사진 찍어주신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평소 버려지고 쓸모없는 것들을 사진 속 정물로 재탄생시킨 그는 이번에도 용무치항에서 주운 비닐, 낚시찌, 나일론 뭉치 등을 새로운 오브제로 탄생시켰다. 쓸모없어진 무용한 것들이 아름답다는 그는 시간이 흐르면서 버리고 잊힌 것들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고 가치를 일깨워준다.

정희기 작가  “사라진 포구와 사람들”

패브릭 아티스트 정희기 작가는 아미미술관에서 전시회를통해 당진시민과 만나왔다. 하지만 당진의 포구에 대해서는 생소했다. 서울에서 성장한 그는 특히 사라진 포구, 그 후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간척된 땅 위에서 슬픔을 딛고 주어진 삶을 굳건히 그리고 즐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정 작가는 “주민들이 갯벌과 포구를 잃었지만 사라진 것을 채우기 위해 오히려 더 강한 생명력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드로잉한 천을 다시 불투명한 천에 붙이며 작업했다. 얼굴 그림 속 눈이 뿌옇게 번져 있는 것은 당진에 있으면서 인상깊었던 달의 이미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지수 작가  “전설 같은 포구”

이지수 작가는 천안에서 나고 자라 서울과 수원 등에서 작업해왔다. 그에게는 행담포구가 눈에 들어왔다. ‘행담도휴게소’로 더 많이 알려진 행담도는 불과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어민들이 터를 잡고 살던 작은 섬이었다. 그는 “예전의 모습은 전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한 행담포구는 전설 같기도 하고, 비현실적인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포구를 떠난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과연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포구, 집을 떠나 어디론가 흩어진 사람들이 꿈을 통해 또는 신적인 존재의 도움으로 과거로 돌아가는 장면을 상상해 그림을 그렸다. 또한 바다 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장동욱 작가  “포구의 기억을 밀봉”

대천에서 유년기를 보낸 그에게 서해안은 낯설지 않은 공간이다. 당진의 포구 역시 어린 시절의 기억과 어머니가 그에게 했던 이야기들이 중첩됐다. 유년 시절의 기억과 닮아있던 이곳에서 과거로 돌아온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고. 

장동욱 작가는 어느 특정한 포구를 내세우기 보다는 누군가의 흔적이 남은, 사라져가는 포구의 잔상을 그림으로 담았다. 또한 조개, 굴을 석고로 본 떠 작품과 함께 전시했다. 기억이 잔재하는 풍경을 화폭에 담고 두세 시간씩 걸려 본을 뜨는 과정을 통해 기억을 밀봉하고,   잘 부서지는 석고의 재질은 마치 무분별한 기억처럼 표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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