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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소개
  • 입력 2021.10.30 14:40
  • 호수 1377

[기고] 유은희 당진중앙성결교회 집사
가을이 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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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바람이 분다. 어둠 속으로 바람 떼가 소란스럽게 지나갈 때마다 나무에선 우수수 낙엽이 진다. 밤하늘 까맣게 별은 어디 갔길래 보이지 않는다. 뺨을 스치는 차디찬 한기 속으로 가을과 겨울이 닥친다. 

나는 어느 돌담을 지났다. 면천읍성을 돌고 있었다. 나무와 잔디 사이 조그마한 오솔길엔 인적이 그치고 나는 빈 공간을 울리는 발소리를 들으며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발을 옮길 때마다 길 위에 쓰러져 누운 낙엽은 바스러지고, 바스러진 조각들도 바람에 날려 어디론지 자취를 감춘다. 

문득 나는 헌 외투 속 동전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유집보다도 가벼운 동전의 개수는 생각했던 양에 차지 못했다. 잎사귀가 떨어진 헐벗은 나무가 까만 피부를 밖에 드러낸 채 한결 추워 보임은 그 때문인가. 남은 잎새의 가는 떨림이 무척 애처롭게 보이는 것이 나의 쓰린 가슴 탓이려니, 그것이 삶의 열병이려니 생각하면서 잠시 명상에 잠겨본다. 

반짝이는 순간 이 방에서 빛이 된 이야기처럼 현란한 몸짓으로 산다는 것이 너무 무서운 듯싶으면서도 애착을 가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불꽃처럼 짧은 인생이라면? 어느 날엔가 대운동장 한복판에 서서 지는 황혼을 바라보며 소리쳐 울던 기억이 난다. 내 나이 스물 하고도 넷에 느꼈던 서정적인 환희에 넘친 기쁨. 그냥 한 번만이라도 태양을 한 아름 끌어안고 싶은 충동의 기쁨이었다. 

오늘을 다 가졌는가. 태양을 사랑하는가. 삶, 이것이 고뇌의 과업이라면 너는 생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른 모든 사물이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 그러나 생존에서 나는 무엇을 얻는다는 말인가. 바쁠 때는 곤궁을 바쁘지 않을 때는 권태를 얻을 뿐 이렇게 많은 고뇌에 대해 보잘 것 없는 보수를 받는다.  

고난 속에도 나를 키울 수 있는 지혜를 이렇게 내 옆을 무심코 지나치는 헐벗은 나무들에 메우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는 태양을 사랑하면서도 이런 어두운 밤을 좋아할 때가 많다. 어두운 밤에 조그만 부싯돌로 조그만 돌을 비벼 또 한 번 우리네 심장에 불을 붙여본다. 

이젠 가을이 오고 늦가을과 초겨울 사이에 눈송이가 뺨을 때린다. 버스를 타고 당진을 오다 보면 주홍빛 감이 주렁주렁 열려서 가을임을 흠뻑 느끼게 하니 더없는 가을 추억을 만들어 준다. 두 손 모아 기도할 때 늘 느끼는 것은 항상 기뻐하고 기도 속에서 감사함을 찾는 깊은 믿음을 생각하며 지금 지나가는 시간이 아슬아슬한 계절임을 느끼게 한다. 

왜냐하면 코로나19라는 무서운 전염병. 물러날 수 있도록 오늘도 기도로 하루를 마무리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걱정이 크다. 하루를 살더라도 뜻있게 화끈하게 멋진 하루하루를 살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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