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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21.11.26 20:59
  • 호수 1382

당진 철새 도래시기에 철탑 건설 강행…주민들 공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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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에 “공사중지 명령 내려달라” 요청
‘명령’ 대신 ‘요청’ 공문 발송…공사 계속 추진

     
▲ 33번 철탑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신평면 신당리 현장. 주민들이 철탑 공사 강행을 규탄하며 당진시에 공사중지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야생생물 보호구역 지정을 통해 소들섬에 계획된 철탑 건설을 막고자 소들섬을 사랑하는 사람들 김영란·유이계 대표가 당진시청 민원실 앞에서 천막농성을 20여 일째 이어오고 있다. 이들을 필두로 철탑 건설에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이 하루 빨리 소들섬을 야생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가운데, 한전이 신평면 신당리 부지에서 33번 철탑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33번 철탑은 송전선로가 우강면 부장리로 넘어오기 전, 신평면 구간의 마지막 철탑이다. 따라서 주민들은 33번 철탑이 건설되면 우강면 철탑 건설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33번 탑 건설 공사에 반대하고 있다. 

당진시, 한전에 요청 공문 보내

특히 11월에 접어들면서 겨울철새가 삽교호 일대로 찾아오고 있어 주민들은 “철새를 보호해야 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한전이 막무가내식으로 철탑 공사를 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더불어 당진시에 철탑 건설 공사중지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당진시에서는 공사중지 ‘명령’ 대신 ‘요청’ 공문을 한전에 보냈고,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자 지난 25일 밤 월동기간(2021년 11월 25일 ~ 2022년 3월 31일) 동안 공사를 중지해 달라는 ‘재요청’ 공문을 다시 발송했다. 

이에 소들섬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주민 20여 명은 공사를 중단했는지 살펴보고자 지난 26일 33번 철탑이 건설되는 현장을 찾았다. 당진시 허가과장과 환경정책과장 등 관계 공무원들도 현장을 방문한 가운데 철탑 공사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자 주민들이 반발했다. 김영란 대표는 “주민들의 요구에도 이미 공사가 많이 진척된 상황”이라며 “당진시는 지금 당장 현장에 공사 중지를 명령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이계 대표 또한 “34번 철탑 부지일대는 11월부터 내년 3월까지 철새 도래시기에는 공사를 하지 않기로 했는데, 똑같이 철새가 날아드는 지역인 33번 철탑 부지에 대해서는 왜 이를 적용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 33번 철탑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신평면 신당리 현장. 주민들이 철탑 공사 강행을 규탄하며 당진시에 공사중지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창립기념일이라 공문 못 받았다”
허가과장과 환경정책과장은 현장소장에게 한전에 월동기 공사중지를 요청한 공문을 발송했다면서 공사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지만 현장소장은 “한전으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가 없다”며 공사를 계속 진행했다. 이에 주민들이 허가과장에게 한전 담당자에게 연락하라고 요구했고, 전화를 받은 한전 담당자는 “노조 창립기념일 휴무”라며 “(어제 저녁에 당진시가 보낸) 공문을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에 시민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김희봉 당진시농민회장은 “당진시는 한전 직원들이 퇴근할 시간에 공문을 보냈고, 한전 직원들은 (공문 발송 다음날이) 창립기념일이라 공문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며 의도성이 있는 게 아닌지 의구심을 드러냈다. 

김영란 대표 역시 “이런 식으로 회피하며 주말 동안 공사를 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비판했으며, 일부 시민들은 “당진시청에 한전 직원이 있는 것 같다”, “당진을 파괴하도록 두는 것이 당진시 행정이냐”고 지적했다. 

박경미·임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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