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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21.12.03 20:46
  • 호수 1383

당진 위험을 방치했던 댓가…이제는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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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덕초·합도초·서정초·기지초…위험에 노출된 학교들
인도 없는 통학로, 보행자 신호 짧고, 차량 과속까지
“학생 통학길 전수조사해 위험 요소 대대적 정비해야”

▲ 지난달 25일 탑동교차로에서 한 초등생이 25톤 화물차에 치여 사망했다. 사고 현장에는 초등생을 추모하는 국화꽃이 놓여있다.

탑동교차로에서 한 초등학생이 25톤 화물차에 치여 사망했다. 학생이 자전거를 타고 바로 앞 교통섬까지 가는 그 찰나에 사고가 발생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사실 이미 예견된 사고였다. 탑동교차로에서는 지난해에만 9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그동안 안전을 우려한 시민들은 교통섬을 없애 달라, 보행신호 시간을 늘려 달라, 과속 방지를 위한 교통시설물을 설치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지만 어느 것 하나 바뀐 것 없는 사이, 어린 생명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위험을 방치했던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통학로 전반을 진단하고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덤프트럭 운전자 입건

지난달 25일 발생한 이 사고로 덤프트럭 운전자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학생이 다니던 탑동초등학교가 바로 옆에 있었지만 사고 지점은 어린이 보호구역을 약간 벗어나 있어 일명 ‘민식이법’은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본지 제1382호 ‘예고된 위험…방치 속에 어린 생명 잃었다’ 기사 참조> 사고가 난 탑동교차로 일대는 수년 동안 안전 문제가 지적돼 온 곳이다. 익명의 한 학부모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오는 차들, 교차로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채 우회전하는 차량, 꼬리물기에 급급한 운전자 속에서 신호등 하나만으로 아이들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이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야만 알 수 있는 것이었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학부모들과 시민사회단체에서는 △탑동교차로의 보행신호 연장 △과속방지턱 설치와 과속단속카메라 설치 △사고 현장 일대 도로 확장 △우회전 전용 신호등 설치 △하이마트 사거리에서 탑동교차로 구간에 차량이 서행하도록 장치 마련 △학생을 위한 지하도 설치 등 안전한 통학로 조성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관련 기관 대책 마련 논의 중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격이지만 이번 사고가 발생한 뒤 당진시와 당진경찰서, 충남도교육청 등 관계 기관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당진경찰서에서는 사고 장소에 있는 보행자 신호등에 잔여시간 표시가 되지 않는 것에 대해 당진시 교통과에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 설치를 요청했다. 또한 어린이 보호구역 확장 및 확장에 따른 보행신호 시간 연장, 펜스 설치 등의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진시 도로과에서는 탑동교차로 구간의 차량 속도 저감 대책을 내놓았다. 당진시 도로과 관계자는 “우선 과속방지턱 4개소와 가상방지턱 4개소 설치를 논의하고 있다”면서 “이밖에 다른 실과 및 경찰서와 협의하며 대책 마련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당진시 교통과에서는 당진경찰서와 함께 우회전 보조신호등 설치를 비롯해 학생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에 대해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충남도교육청에서는 김지철 교육장이 이번 사고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지난달 29일 열린 주간업무보고 자리에서 김 교육감은 “해당 학교에서 경찰에 협조 요청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이 적극적으로 나서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학교 주변이지만 어린이 보호구역이 아닌 곳을 대상으로 교통사고 위험도를 조사하라고 실과에 주문했다. 

곳곳의 통학로 청소년 안전 위협

하지만 학생들의 등하굣길이 위험한 곳은 탑동교차로 뿐만이 아니다. 여전히 지역 내 많은 학교의 통학로가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어 당진지역 전체 통학로 상황을 전수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푸르지오1차 아파트에서 탑동초 후문으로 이어지는 길은 육교의 끝 지점이 곧장 차도와 연결돼 있고, 원당초와 호서중·호서고에서는 도로를 따라 등하교하는 청소년들의 안전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계성초의 경우에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4차선의 넓은 도로를 건너기에 보행신호가 짧고, 당진정보고 정문 앞(당진1교 교차로) 일대도 큰 도로에 인접해 있어 빠르게 지나는 차량들로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밖에 합덕초, 합도초, 서정초, 기지초 등 지역 내 많은 학교 인근 통학길이 위험하다는 지적이 당진시대 보도를 통해서도 수차례 제기돼 왔다. 이순숙 녹색어머니회 당진시지회장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등하교할 수 있도록 당진지역 전체 학교 주변의 길을 전수 조사하고 위험 요소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도로와 시설물 자체가 보행자와 운전자를 배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노종호 전국모범운전자연합회 당진지회장은 “인도 변에 조성된 화단과 나무는 도시를 자연친화적으로 보이게 하지만 운전자에게는 시야를 가려 돌발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며 “당진은 도시 외곽으로 갈수록 예상치 않은 곳에 보행자가 많이 다니는데 도시가 전체적으로 어두워 가로등이나 보안등 시설이 더욱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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