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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팽원 당진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회분과 위원
경비업법 개정에 따른 경비 노동자들의 명암(明暗)

당진시대l승인2021.12.08 17:44l(13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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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1일부터 시행된 공동주택 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공동주택 경비원의 업무 범위를 재설정해 업무의 폭을 넓히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공동주택 경비원은 경비업무만 수행하게 되어 있었으나, 이로 인한 비현실적인 상황들로 문제가 되자 경비 노동자와 입주민 간에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동주택 경비원의 업무 범위를 공개적으로 명시하고 이를 위반하였을 때는 입주자대표 또는 관리 주체에 대해 지자체장의 사실 조사와 시정명령을 거쳐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그동안 경비원들에게 경비업무만 허용하고 있었으나 경비원들의 실제업무는 현실과 맞지 않았고, 오히려 일부 단지에선 경비원들이 입주민들의 허드렛일까지 담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기되면서 경비원들이 예외적으로 더 할 수 있는 일을 시행령을 통해 정확히 정하도록 한 것이다.

경비원들이 고유의 경비업무외에 할 수 있는 일로 청소 등 환경관리, 재활용품 분리배출 정리 단속, 위험도난 방지 목적을 전제로 한 주차관리와 택배물품 보관 등의 업무로 한정했다. 반면 개인차량 대리주차나 택배물품 세대 배달 등 개별 세대에 대한 업무를 직접 수행하거나 관리사무소의 일반업무를 보조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며, 그동안 암묵적으로 유지되온 감시적 근로자(아파트 경비원 등 감시업무가 주업무로서 상대적으로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적은 업무 종사자)에서도 해제되어 일반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주52시간 적용을 받으며 근로기준법에 따라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이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게 되면 경비원들에겐 후생복지가 증진되어 좋은 일이지만, 경비원 1인당 월 70~80만 원 정도의 인건비가 상승될 수 있어 이를 감당해야 하는 입주민 입장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기 곤란할 수도 있다. 따라서 대량해고 등이 발생할 소지가 다분히 있기 때문에 좋아할 일만은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경비원들과 입주민들 간의 합리적인 서비스 유지와 고용 유지, 관리비 유지 등 묵시적 협약이 필요하다. 일부 아파트 단지에선 경비원과 관리원으로 구분해 운영하는 곳도 있고, 3개조 교대근무제를 도입한 곳이 있다. 여기서 우리는 그동안 경비원들이 수행해온 근무실태에 대해 알려고도, 알리지도 않는 방임적인 태도를 견지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지금까지 경비원들은 인생 마지막 일자리라는 생각에 어려운 점이 있어도 참고 순응하며 비인격적 대우를 감내해왔다. 고령 임시계약직 경비 노동자의 실태를 고발해 화제를 모았던 ‘임계장(임시 계약직 노인장)’ 이야기는 경비원과 같은 노년층 노동의 팍팍함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임계장와 ‘고다자(고르기도 쉽고 다루리도 쉽고 자르기는 너무 쉬운 노동자)’라는 신조어는 경비노동자들의 고단함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지난해 베이비붐 세대의 맏형 격인 1955년생들의 퇴직을 시작으로 노년층이 생계비 마련을 위해 대거 경비시장에 뛰어들면서 ‘임계장’과 ‘고다자’는 이제 일상 속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노년층 노동시장의 일자리 수요와 공급이 붕괴된 상황에서 최근 경비 노동자 시장에선 65~69세 노인들이 경비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경비 노동자를 희망하는 남성 노년층이 넘쳐나면서 일부 입주민단체와 용역업체는 ‘고다자’에 적합한 연령들을 쉽게 골라 쓰고 마음에 들지 않는 노인들을 가차없이 잘라내고 있다. 

경비 노동자에게 60~70대는 고용연장과 해고를 가르는 기준이 될 때가 많다. 경비 노동자 100명 가운데 계약종료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해고된 경비노동자는 31명으로, 평균나이는 74.7세였다. 반면 재계약에 성공하거나 고용승계가 이뤄진 경비 노동자 69명의 평균나이는 67.4세였다. 실제로 경비 노동자 평균연령은 65~70세가 대부분이다.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최모(66세) 씨는 근로계약서에 휴게시간을 8시간으로 정해 놓고 실제론 5시간만 운영한다고 한다. 하루 19시간이나 일해야 하지만 그나마 60대라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60대가 모두 환영받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비용 문제 등을 따지다 보면 60세 미만 노동자를 채용할 경우 사업주가 고용보험가입 자격이 안 돼, 산재 부담도 덜 수 있는 65~69세 노년층을 가장 선호한다고 한다. ‘임계장’과 ‘고다자’라는 불안한 고용형태가 경비 노동자를 몰아붙이는 현실에서 이들의 노동인권은 갈수록 열악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집계에 의하면 생계비를 위해 노후에도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노년층의 실질 은퇴연령은 72.1세에 달한다. 경비 노동자를 쉽게 고르고 쉽게 자르는 상황이 고착화 되면 경비 노동자들은 입주민과 용역업체의 부정과 부조리에 침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것이다.

고령자 고용 촉진법엔 고용상 연령 차별을 금지한다고 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 법은 있으나 마나한 법이 되었다. 현재 아파트 경비원들은 대체적으로 감시적 근로자로 고용노동부에 등재돼 있어 근로시간 휴게·휴일의 법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여 경비원을 혹사시켜도 항의할 수 없게 되어 있다. 한마디로 근로기준법 적용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나도 선직국 대열에 합류되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로 경비 노동시장에도 신선한 새 바람이 일어 경비 노동자들의 삶의 실이 향상될 수 있도록 입주민과 경비원들 사이에 새로운 상생의 묘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와 입주민 경비원 모두가 만족하는 긍정적 근무 수칙을 제정해 아름다운 노사 문화가 정착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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