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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작가 상주 문하생 출신 이시유 시인(송악읍 중흥리)
“내 삶은 시로 구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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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심훈문학상 시 부문 당선
독특한 감성과 도발적인 시 창작

삶이 힘들고 고통스러워 시를 썼다는 이시유(37) 시인은 시를 내뱉으며 자신을 발견해갔다. 진정한 나를 찾는 과정을 통해 그는 스스로 무엇을 하면 즐겁고 행복한지 깨달았다. 시를 통해 삶의 위안을 받은 그는 시와 세상에 보답하고자 기꺼이 다음 장을 써 내려간다.

비명과도 같은 글
서울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자란 이시유 시인은 회사에 다니면서 직장생활을 했다. 어렸을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생업으로 삼으리라 생각지는 않았다. 남들 다 그렇게 사니까 그도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일을 하며 살아왔다.

그러다 20대 중반에 실패를 겪었다. 실패를 감당할 만큼 삶의 경험이 깊은 것도 아니었고, 어린 나이였던지라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 시를 썼다. 고통에 끙끙거릴 때면 비명처럼 시가 나왔다. 이 시인은 “이외수 선생님 말로는 ‘방언처럼 시가 터져나왔다’고 했다”며 “괴롭고 힘든 시간을 시를 쓰며 보냈는데, 이 시기에 시는 내 비명이었다”고 말했다. 

“삶의 이유 찾고자 시를 써”
이대로 죽기에는 부모님에게 죄송했다. 5년만 견뎌보자는 생각으로, 이렇게라도 삶의 이유를 찾자는 생각으로 5년 동안은 아무 생각 없이 시를 썼다. 지난 2012년 부모님이 살던 당진으로 내려와 정착하면서 틈나는 대로 글을 썼다. 신춘문예 등 공모전에 참가하면서 그는 당진에서 열리는 심훈문학상에 도전했다.

그 결과 2014년 <결혼> 외 4편으로 심문훈학상 시부문에 당선됐고 2015년 계간 <아시아> 여름호에서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이 시인은 “너무 행복하고 기뻤다”면서 “살고자 하면 이렇게 길이 열리는 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처음 한동안은 등단의 설렘으로 행복했지만 그는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등단 후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했다”면서 “등단을 했으니 ‘삶의 무언가를 더 바꿔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에 또다시 방황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외수 작가 상주 문하생 생활
이때 발걸음이 닿은 곳이 이외수 작가였다. 고등학생 시절 소설을 썼던 이 시인은 고3 졸업 전 한참 고민 많은 시기에 ‘왜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답을 찾을 수 없던 때 도서관에서 이외수 작가의 에세이 <날다 타조> 중 ‘자살을 꿈꾸는 그대에게’를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는 그는 이외수 작가를 좋아하는 마음에 고등학교 졸업 후 약 1년간 이외수 작가의 상주 문하생으로 들어갔다. 

이 시인은 “부모님의 반대에도 상주 문하생으로 들어갔는데 1년 만에 나오게 돼 마음이 안 좋았다”며 “‘첫 단추를 잘 끼웠으면 좋았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계속 있었다”고 말했다.
꾸준히 이외수 작가와 연락을 이어오던 그는 첫 단추를 다시 끼우고자 이외수 작가의 상주 문하생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이 시인은 “선생님 곁에 있으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외수 선생님은 어느 하나에 꽂히면 밤을 새워 해도 힘들다고 말하지 않았다”며 “정신력이 강한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선생님 곁에 있으면서 작가의 자세를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선생님은 평생 ‘글’이라는 한 분야에만 매진해온 거잖아요. 선생님은 글에 대해 진지했는데 ‘나도 저렇게 진지하게 살아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죠.”

등단 6년 만에 첫 개인시집 출간
‘왜 시집을 내지 않느냐?’는 이외수 작가의 질문은 그의 가슴에 남았다. 오랜 고민 끝에 등단 6년 만에 첫 개인시집 <죽은 새를 먹다>를 출간했다. 110쪽 분량의 시집에는 ‘내 취미는 이시유 관람하기’, ‘극악무도 발랄 태생’, ‘백발을 풀다’ 등 55편의 시가 수록됐다. 기존의 틀과 다른 감각의 독특함과 도발적인 내용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시인은 “시집에는 힘들었던 시기에 썼던 글도 많이 담겼다”며 “심훈문학상 당선작인 <결혼>이란 시도 함께 실렸다”고 말했다. 

“시로 구원받은 삶”
그에게 시는 내면을 끄집어내는 과정이었다. 이 시인은 “삶이 힘들었던 시기에 고통과 슬픔으로 ‘어둠’에 글을 집중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결국에는 우리 안의 본성, 영성, 바뀔 수 없는 아름다운 것인 ‘빛’에 대해 이야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안의 본성에는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지만 빛(본성)은 서로의 연결고리가 된다. 이 시인에게는 자기 안에 있는 빛을 시를 통해 꺼내었단다.

또한 목탁 치는 소리에 무념무상으로 나를 들여다보게 되는 것처럼, 그에게는 시가 목탁 소리이기도 했다. 이 시인은 “시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기에 좋다”며 “문자로 나를 두드려왔다”고 전했다. 그는 “힘들었던 순간을 견디기 위해 시를 썼는데 그것이 나의 내면을 찾는 시간이었다”면서 “이것이 지지대가 되고 뿌리가 돼 살아갈 힘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이젠 시를 쓰는 게 행복하고 즐거워요. 앞으로는 행복을 주는 글을 쓰고 싶어요. 처음에는 내가 시를 통해 행복을 받았다면 이제는 내가 글에게 행복을 주고 싶고, 세상에게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시집을 펴내고 싶습니다.”

>> 이시유 시인은
-1985년 서울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성장
-2014년 심훈문학상 시 부문에 <결혼>외 4편으로 당선 및 계간 <아시아> 여름호에 신인문학상 수상
-2018년~2020년 이외수 작가 상주 문하생
-2020년 첫 개인 시집 <죽은 새를 먹다> 출간, 정부 주관 문학나눔 우수도서로 선정
-2021년 2인 시선집 <날 수 없어 다행입니다> 출간

<2014 심훈문학상 시 부문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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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커서 옆집 멍멍이랑 결혼 할 거예요.
인간은 너무 크고 슬픈 짐승이라
긴긴 밤 꼬옥 껴안고 쿨쿨 잠자기엔 너무 무서워요 너무 뜨거워요
365일 우르르 쾅쾅 닭싸움 정치싸움 탁상공론 맹자 왈 공자 왈!
만물의 영장이라 눈에 뵈는 것 없는지 쥐약도 꿀꺽꿀꺽 농약도 꿀꺽꿀꺽
성충成蟲 되기 위한 숙성기간 단연 으뜸인지라
스무 살 되어도 어미 피 쪽쪽 팔십 살 되어도 예수 피 쪽쪽
백 살 되서야 이제 훈수 한 점 둘까하면 꼴까닥
꽃 한 점 피려하면 꼴까닥.
개밥그릇에 밥 비벼 먹어본 적도 없는 꼴뚜기 주제에
위풍당당 길거리에서 교미하는 개새끼 흉내도 못 내본 주제에
그 온기만은 또 얼마나 따스한지 눈물 철철 나게 하는지.

엄마 나 커서 옆집 멍멍이랑 결혼 할 거예요
활활 타는 신성神聖의 불 껴안아, 껴안아
인간으로 불꽃으로 무아無我로 거듭날 거예요
인간의 피 쪽쪽 빨아 짐승의 결 활활 안아 놀아볼 거예요
나의 행성 우주에 펼칠 거예요

無我와 입 맞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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