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6도를 기록한 지난 13일 아침. 합덕농협 앞에 농민이자 마을 대표를 맡고 있는 세 명의 이장이 외투를 벗고 의자에 앉았다. 바리캉 소리에 머리카락이 후두둑 바닥으로 떨어졌다. 머리카락을 깎는 동안 비장한 표정을 지었던 그들 앞에 서있던 이장 및 농민들은 구호를 외치기도 하고, 안쓰러운 얼굴로 바라보기도 했다.
합덕읍이장협의회(회장 곽재성)가 집회를 열고 제2통합RPC의 벼 수매가 결정에 규탄하며 농민들이 보관하고 있는 약 3200t 미수매벼 전량 수매를 요구했다. 이날 이장들은 합덕농협이 협상에 임하지 않을 경우 조합장 사퇴를 촉구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곽재성 회장은 “농업인들은 치솟는 농자재값과 농산물 판로 개척 등으로 어려움이 많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동진 품종만을 고집해오는 합덕농협에 협조하면서 농업을 이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합덕농협이 이러한 농민들을 아랑곳 않고 말도 안되는 벼 수매가를 책정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합덕벼가 무엇이 부족해서 제1RPC보다 낮게 가격을 책정했는지 모르겠다”며 제2RPC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합덕농민들의 의견이 관철될 때까지 투쟁하겠다”며 “농민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 권익을 찾아 나서겠다”고 전했다.
한편 규탄사 및 투쟁사 등이 끝나고 곽재성 합덕읍이장협의회장과 최장욱 원신흥리 이장, 이용기 교동2리 이장이 삭발을 감행하며 의지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