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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경제
  • 입력 2021.12.27 10:58
  • 수정 2021.12.31 15:43
  • 호수 1386

[그때, 이곳 – 도시재생의 길을 묻다 6] 승리봉공원
‘밤동산’으로 불렸던 작은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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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진원도심에 위치한 승리봉 일대

<편집자주>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옛 당진지역 주민들의 삶의 배경이 됐던 원도심이 주민들의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개발과 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주민들의 삶과 지역의 문화가 묻어 있던 오래된 건물들이 철거되고, 그곳에 새로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을 지역의 이야기를 역사로 기록하는 것은 변화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현재 세대들에게 맡겨진 책임이자, 이 지역에서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을 위한 의무이다. 더불어 도시재생이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주민들의 목소리도 담아내야 한다. 

당진시대에서는 ‘그때, 이곳 – 도시재생의 길을 묻다’라는 기획을 통해 도시재생 사업이 이뤄지는 주요 지점을 중심으로 사진과 영상, 그리고 글로 기록하고자 한다. 또한 도시재생사업의 추진 과정을 점검하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살펴보며 디지털 스토리텔링 보도를 통해 주민들의 목소리도 함께 담을 예정이다.

해당 내용은 유튜브 ‘당진방송’ 채널을 통해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글 싣는 순서>
1. 당진시네마(당진극장)
2. 구 군청사 
3. 구 당진읍사무소·당진군민회관 
4. 당진정보고등학교
5. 옛 우물터 
6. 승리봉공원

▲ 승리봉지킴이단이 승리봉 일대를 정비하고 있다

당진감리교회와 당진성당이 위치한 나즈막한 언덕, 그곳에 승리봉이 있다. 교회와 성당을 오르는 언덕길이 바로 승리봉 능선이다. 승리봉은 구 당진군청사와 당진성모병원, 당진1동행정복지센터 북쪽에 위치해 있다. 과거에 사람들은 이곳을 ‘밤동산’이라고 불렀다. 

“옛날에 거기를 ‘밤동산’이라고 불렀어요. 거기서 친구들도 만나고 그런 기억이 있어요. 옛날에는 다들 살기 어려우니까 시내에는 논밭을 일굴 수 없잖아요. 그러니 거기 국공유지에 밭을 만들어 밤나무도 심고 그랬던 거죠. 지금은 그걸 다 베어내서 밭을 만들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올라가면 밭으로 되어있는 형태가 많이 있죠. 승리봉이나, 공원이나. 당진읍성의 흔적 같은 것은 별로 없어요.” (김충완) 

“그냥 거기를 지칭하길 ‘밤동산’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길도 많지 않고, 인적도 없어 위험해서 산책은 별로 안 했어요. 남산을 주로 이용했지, 여긴 좀 후미졌다고 할까….” (홍윤표) 
인적이 많지 않았던 ‘밤동산’은 누군가에겐 숨은 놀이터이기도 했고, 누군가에겐 몰래 데이트를 즐기던 곳이었다. 

“특별히 올라갈 일 없는 밤동산이었는데, 봄 되면 사쿠라(벚꽃)가 많이 피었어요. 어떤 사람들은 그 곳에 일본 신사가 있었다고 하던데, 나는 신사를 본 적은 없어요. 당시 젊은이들은 데이트할 장소가 없으니까 거기를 많이 갔다더라고. 남들 보는 데서 손 잡는 것도 어려웠던 시절이니까 밤동산에서 손잡고 데이트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고영석) 

“옛날엔 거기가 다 밤나무였거든. 밤나무가 많아서 밤동산이라고 했지. 옛날 젊은 사람들이 연애하려면 밤동산을 갔었지.” (박기택) 

▲ 승리봉에 일군유채꽃밭

당진읍성이 있던 자리 

사실 이곳은 당진읍성이 있던 자리였다. 옛 기억 속에 어렴풋하게 성터를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제 기억으로는 느티나무가 굉장히 크게 있었고 뒤에 성벽 같은 게 있었어요. 그래서 어렸을 때 ‘저게 뭘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김형태) 

“자료를 찾아보니까 거기가 당진읍성이었던 거예요. 일제강점기에 한국의 혼을 뺏기 위해 전국에 있는 성을 전부 다 해체를 시켜버렸어요. 그러는 과정에 당진읍성도 자연스럽게 황폐화 돼버린 거죠. 당진군이 적극적으로 개발을 해서 당진시민들의 자긍심이나 자존심을 살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승리봉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찾아야 할 것은 당진의 읍성이 있었다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김충완)

▲ 승리봉공원 일대에 방치된 폐기물과 잡동사니

폐허를 꽃동산으로 만든 지킴이단 

주민들의 기억 속에 잊혀져가던 ‘밤동산’ 일대 승리봉공원의 원래 이름은 아후산성이다. 이곳의 역사를 이어가고, 당진시민을 위한 새로운 휴식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주민들이 승리봉공원지키미단(단장 김병길)을 구성했다. 

“여기가 원래 아후산성인데, 관 뒤에 있는 성이라고 해서 아후산성이래요. 그리고 제사를 지내던 여단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제사를 지냈다고 해요.” 

“문화유적지 공원을 만든다고 담을 쌓아 재현한다고 하는데, 나무 몇 그루 심어 놓으면 너무 썰렁하잖아요. 볼 게 없고. 그래서 주민들이 나서서 유적지도 알리고 지역의 명소로 만들자 해서 시작을 한 거죠.” 

“이 일대가 엄청 넓잖아요. 시내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한테 굉장히 행운이더라고요. 그래서 꽃동산을 만들어서 사람들이 이곳의 역사도 알고, 힐링도 하는 체험학습장으로 만들고자 지킴이단 활동을 시작했어요.”

승리봉공원지킴이단에는 새마을, 적십자, 이장협의회, 바르게살기, 의용소방대,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등 10여 개 지역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폐허로 남아 잡초가 무성했던 길을 산책로로 정비하고, 지난 10월 유채꽃 씨앗을 뿌렸다. 

“이곳을 좀 더 개발해서 주민들의 힐링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 넓은 곳이 꽃동산이 된다면 얼마나 전망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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