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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22.01.07 08:52
  • 호수 1388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가로청소원
“못 배우고 가난하고 나이 든 게 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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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1동 가로청소원 6명 재계약 탈락
“쓴소리 한 사람들 모두 쫓겨났다”
반장 “동료 인사 관여 불가능한 일”

원룸촌 등 시가지 일대를 다니며 길가에 버려진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줍는 시가지 가로청소원들이 인권침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가로청소원은 만60세 이상의 노년층인데다 대부분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약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해마다 계약기간이 끝날 때쯤이면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해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동료간 성추행·성희롱 사건까지 방치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20명 중 6명 한꺼번에 잘려

각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는 시가지·도로변 청소 등 환경미화를 담당하는 가로청소원을 자체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만60~69세까지 노년층을 대상으로 선발해 1년 또는 수개월 단위로 계약한다. 이들은 대부분 새벽 6시부터 일을 시작해 주35~40시간 가량 일하고 있다. 

당진1동의 경우 주중(월~금)에 20명이 근무하는 가운데, 이 중 6명의 가로청소원이 지난해 말 진행된 재계약 심사에서 한꺼번에 탈락하는 일이 발생했다. 정년으로 일을 그만두게 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20명 중 30%에 달하는 6명이 한꺼번에 재계약이 해지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재계약을 하지 못한 가로청소원들은 “사실상 해고와 다름 없다”며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 

이들은 “수년 동안 가로청소원으로 일해오면서 근무가 태만하거나 청소가 미흡다는 민원이 제기된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사유 없이 재계약을 하지 못해 생계를 잃었다”고 호소했다.

재계약을 하지 못한 A씨는 “추운 겨울에는 일을 하다가 잠시 건물 계단 밑에 들어가 꽁꽁 언 발을 녹이기도 하고, 버스터미널 대합실에 앉아 잠시 쉰 적은 있어도, 수년 동안 일하면서 근무가 태만하거나 청소를 안 했다는 민원이 제기된 적은 없었다”며 “그런데 올해에는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면접 날 아침 119를 불러 병원에 실려갈 정도로 아파 면접에 참여하지 못했다”면서 “면접을 보지 못해 계약이 해지됐는데 살 길이 막막하다”고 덧붙였다. 근무상 특별한 문제가 없을 경우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되는 것이 아니라 매년 면접을 새로 봐야 하는 것이다. 

“반장이 ‘완장질’ 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 가로청소원 가운데 새로운 반장이 선출된 이후 반장과 불화가 있던 가로청소원들이 재계약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당진1동 가로청소원이었던 B씨는 “새로 선출된 반장이 자신이 맡던 구역을 다른 청소원들에게 나눠 배분하고, 자신은 차를 타고 다니며 청소원들을 감시했다”며 “그동안 이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눈에 벗어나면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윽박지르고 갖은 면박을 주며 ‘완장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동료 간 언어적 성추행도 있었다. 더이상 가로청소원을 하지 못하게 된 C씨는 “반장이 ‘나랑 연애하자, 뽀뽀하자’고 말하며 수차례 추근거렸으나 이를 거부했고, 너무 수치스러웠지만 딸에게까지 문제를 털어놓을 정도였다”면서 “가로청소원들을 대상으로 성교육도 진행하지만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진1동 사무장(동지역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부면장·부읍장급 공무원)에게 이같은 사항에 대해 이야기 했으나 ‘둘 사이에 사적인 문제이니 알아서 해결하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반장 “재계약 문제 생기자 불똥”
사무장 “감사 진행 중 답변 곤란”

가로청소원 반장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반발했다. “반장이 된 이후 가로청소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순찰을 하면서 일이 너무 많아졌다”며 “내 구역의 일부를 다른 가로청소원에게 맡기고 순찰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반장은 당진1동 행정기관과 가로청소원의 가교역할을 하는 사람일 뿐, 인사에 관여할 수 없다”면서 “재계약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재계약에 탈락한 사람들과 사이가 좋았는데, 재계약에 문제가 생기면서 나에게 불똥이 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언어적 성추행 문제에 대해서는 “평소에서 사무실에 모이면 C씨가 성적 농담을 자주 했었다”며 “C씨가 ‘재계약에서 떨어지면 어떡하냐’고 말해 ‘떨어지면 나에게 시집오라’고 했을 뿐, 흑심을 품고 한 얘기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재계약을 하지 못해 일자리를 잃은 가로청소원들은 “반장이 당진1동 사무장과 고향 선후배로, 반장의 부당한 일들을 묵인해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당진1동 사무장은 “반장과 지역 선후배 사이는 맞지만, 재계약 심사는 지역 기관단체장 3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진행하기 때문에 사무장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면서 “이 사람들이 당진시에 감사를 청구해 감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어서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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