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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14 20:02
  • 수정 2022.01.18 08:53
  • 호수 1389

“완전하진 않지만 안전한 세상”"
동화집 <코 짧은 코끼리> 출간한 성경옥 호서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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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꿈꿨으나 교생실습 하며 교사 되기로
‘삶의 균열’을 마주할 때 우릴 지켜주는 것
삶의 힘이 되는 희망과 믿음을 주는 동화

‘코 짧은 코끼리’가 태어났다. 기후학을 공부하는 코끼리는 미세먼지 때문이라고 했다. 유전학을 공부하는 코끼리는 유전자가 변형된 바나나를 먹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찌 됐든 부모 코끼리는 아기여서 그럴 거라고, 코도 같이 자랄 것이라는 믿음으로 코 짧은 코끼리를 사랑으로 키웠다. 하지만 코는 자라지 않았다. 남들과 다른 모습에 눈총을 받거나 외면당했다. 코 짧은 코끼리는 때때로 울었고, 세상을 원망했다. 

그러나 그에게도 재능이 있었다. 그가 가진 재능으로 사건을 해결하며 작지만 큰 변화를 만들어 낸다. 

다섯 가지 이야기 담아 

호서고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성경옥 교사(53)가 쓴 동화가 한국시사문단작가협회 우수동화집으로 선정돼 책을 출간했다. 동화집 <코 짧은 코끼리>에는 다섯 편의 짧은 동화가 수록돼 있다. △남들과 다른 모습으로 태어났지만 기지를 발휘해 문제를 해결하는 코 짧은 코끼리의 이야기 △이상하게 흐르는 시간 바이러스에 걸려 버린 아이들의 이야기 △강아지 토토를 입양한 가족의 이야기 △할머니를 속여 손자인 척하는 주한이 이야기 △마음의 병에 걸린 ‘그래도’가 그래도 감사한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가 책 속에 담겼다. 

성경옥 교사는 이 다섯 편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세상은 완전하진 않지만 안전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단다. 누구나 살다 보면 생각하지 못한 일들을 마주한다. ‘코 짧은 코끼리’처럼 장애를 갖게 되거나 ‘그래도’처럼 마음의 병을 앓을 수도 있다. ‘주한이’의 아버지처럼 실직하기도 하고, 갑자기 강아지 토토를 키우게 되는 것처럼 우리에게는 예상하지 못한 수많은 일이 벌어진다. 

성 교사의 말대로 삶은 완전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에겐 자기 자신이 가진 힘과 부모가 주는 사랑, 어른들의 보살핌 등이 있어 완전하진 않더라도 ‘안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성 교사가 말하는 ‘안전한 삶’은 삶의 균형이 깨지는 순간에도 우리를 지켜주는 그 무언가가 있는 삶이다. 

성경옥 교사는 “완전하다고 생각한 세상에서 갑자기 삶의 균열을 마주하게 되면 혼란을 겪거나 상처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가족, 친구, 이웃이 있다면 불완전한 세상에서도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동화책은 아이들만 읽는 것이 아니에요. 어른들도 읽을 수 있죠.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어요. 책을 통해 마음이 따뜻해지고 순수한 눈빛으로 책 속의 주인공들을 격려해주셨으면 합니다.”

“마무리도 중요하더라고요”

성 교사는 지난 1993년 서산의 인지중학교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2년 뒤 호서중에 부임했고 이후 호서고로 자리를 옮겼다. 교사가 되기 전 그의 꿈은 기자였다. 사범대에 진학해 교생실습을 나가기 전까지 진로를 고민하다 첫 교생실습을 나간 뒤 교사가 되기로 결정했다. 
그는 “아이들과 상호 작용을 하면서 내 자신이 치유받는 느낌이 들었다”며 “계산하지 않고 순수하게 사랑을 주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 아이들이 내 삶을 지켜주는 ‘안전’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아이들에게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너희의 삶의 안전을 지켜주는 존재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20대부터 글을 써왔던 성 교사는 가정을 꾸리고 바쁘게 교직생활을 하면서 20대 때처럼 열심히 글을 쓰지는 못했다. 그러다 얼마 전 큰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다시 펜을 들었다. 마음의 여유가 그에게 시간을 만들어줬고 동화집 출간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에 집중했어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에 바빴죠. 글도 마찬가지였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시작하고 만들어 내는 것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해온 일을 잘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틈틈이 글을 쓰기만 했는데, 이를 엮어 책 출간을 통해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올해는 시집 출간 예정 

성 교사는 올해에는 시집을, 그리고 그 후에는 소설집까지 출간할 예정이다. 앞으로 내놓게 될 시와 소설은 이번 동화집 <코 짧은 코끼리>와 전혀 다른 분위기의 글이 나올 거란다. 그는 “동화는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힘이 되는 희망과 믿음을 주는 문학 장르”라고 말했다.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직, 용기, 나눔 등의 중요한 가치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내재화하는 방법이 필요한 것이다. 

반면 시는 다르다. 세상의 모습을 자신이 가진 눈으로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 성 교사는 “동화는 아이들을 위해 나를 세상에 맞춰 글을 쓰는 작업이라면, 시는 나의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고 표현하는 글”이라며 “동화와는 완전히 다른 글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성경옥 교사는…
- 호서고 국어 교사
- 2020년 월간 <시사문단>에서 
  시 ‘배추모종’, ‘못’, ‘가지’로 등단
- 2021년 월간 <시사문단>에서 
  동화 ‘코 짧은 코끼리’로 등단
- 한국시사문단작가협회 회원
- 빈여백 동인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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