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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 입력 2022.01.14 20:17
  • 수정 2022.01.18 08:56
  • 호수 1389

초라한 것, 구석진 곳에 대한 시선
갤러리풀빛에서 개인전 여는 유수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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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지만 관심받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애정
인간에 의해 가공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어디에나 있지만 아무데도 없다. 가꿔지지 않은 풀, 마른 나무, 길가에 널브러진 작은 식물들…. 흔하지만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들이다. 유수연 작가는 이들의 초상을 그리고 싶었다. 구석진 음지에 있는 자연, 굳이 허리를 굽혀 찾아야만 보이는 작은 부분을 채취했다. 변두리에 있던 소재들이 유수연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에 의해 작품이 됐다. 

갤러리풀빛(대표 이종호)이 개관 3주년을 맞이하며 유수연 작가 초대전을 기획했다. 전시는 다음 달 28일까지 이어지며, 총 20여 작품이 전시돼 있다. 

“그림 잘 그리던 아이”


어렸을 때 송악읍 중흥리에서 자라 송악초와 송악중을 졸업한 유 작가는 아주 오래전 미술을 처음 시작한 때를 회상하면 ‘피카츄’가 떠오른단다. 피카츄 캐릭터를 그려 주목받던 친구를 보고 유 작가 역시 피카츄를 따라 그렸고, 그림 그리는 즐거움을 깨닫게 됐다. 소위 ‘그림 잘 그리는 아이’여서 자연스럽게 그림을 천직으로 알았다. 충남예고를 거쳐 단국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뒤 국민대학교 대학원에서 회화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원까지 졸업을 하고 고민에 빠졌다. 사랑하는 직업, 화가로서의 생명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뒷받침을 위한 다른 일을 해야만 했다. 우연히 당진문예의전당에서 전시해설사 모집을 하고 있던 것을 발견해 지난 한 해 동안 근무했다. 유 작가는 “사람들에게 어렵게 여겨지는 예술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며 “어머니(이원복)가 당진시 관광해설사로 근무하고 있듯 누군가에 작품을 해설하고 알려주는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 

 

인간에 의해 가공된 것들 

지난 1년 동안 전시 해설로 관람객과 소통했던 유 작가가 두 달간 그의 작품으로 관람객을 만날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는 충남예고 재학 시절 처음 유화를 접하며 그린 작품 <주목>부터 150호 크기의 대형작품 <雺(안개 몽)>까지 전시돼 있다. <주목>은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목을 소재로 한 작품이며, <雺>은 호숫가의 버려진 풀을 소재로 그린 대학 졸업전시작이다. 에너지 넘쳤던 당시의 생각을 극대화하고자 이 작품을 그렸다고. 

최근에는 작품의 키워드로 ‘타자화’에 주목하고 있다. 유 작가가 그린 분재와 수석은 인간의 시선에서 특이하고 희소한 것들이다. 작은 화분에서 가공돼 자라는 분재는 생장을 방해받으며 자라야만 굽이치는 모양을 갖고 희소가치를 인정받는다. 수석도 마찬가지다. 인간에 의해 특이한 모양이 발굴되고 의미를 부여받는다.  

유수연 작가는 “그동안에는 버려지고 주목받지 못하는 것들에 관심이 많았는데, 인간에 의해 의도적으로 존재하게 된 것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꼈다”며 “수석과 분재를 그린 작품은 20여 점이지만 하나의 작품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시 방법 또한 일부러 박제한 느낌이 들게끔 압정으로 꽂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제 작품은 모두 균일적이에요. 보통 서양화는 그림 안에 강약을 조절해 표현하지만 제 그림은 모두 동일하게 그려졌어요. 그림 안에서 강과 약을 나누는 게 싫었거든요.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작품에 공감하면서 또 곱씹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유수연 작가는?

- 송악초/송악중 졸업 
- 충남예술고 졸업 
- 단국대학교 서양학과 졸업 
- 국민대학원 회화 전공 석사 졸업 
- 송산초등학교 방과후 교사 
- 충남예술고등학교 소묘 강사 
- 아시아프 당선 
- 갤러리 토포하우스 3인 초대전 
- 당진문화재단 전시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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