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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 입력 2022.01.14 21:26
  • 호수 1389

박미영 시인, <소금의 혈연>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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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에 담긴 노동·고통·눈물을 시로 승화해

박미영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소금의 혈연>을 출간했다. 

총 4부로 구성된 여섯 번째 시집 <소금의 혈연>은 소금에 관한 시편이 중심으로 담겨 있다. 여기서 박미영 시인이 말하는 ‘소금’의 의미는 일상에 숨은 짠 냄새, 즉 노동으로 인한 땀 그리고 내면의 고통 등을 뜻한다. 박 시인은 “소금의 시적 의미로는 노동과 고통, 눈물과 유대관계를 뜻한다”며 “작은 힘이 가지는 확장성과 관계의 통로에 대해 사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력이 짧아 다 담아내지 못한 아쉬움도 크다”고 말했다. 

이성천 문학평론가(경희대 교수)는 시집에 대한 평설을 통해 “박미영 시 세계의 구성 원리, 나아가 시인이 세계의 내면 풍경을 기록하는 방식의 한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작품에서 시인은 소금의 고유한 속성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대상 존재의 비밀스러운 내력을 정서적으로 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그의 시는 ‘소금의 혈연’이라는 시적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세계의 내면 풍경을 박미영식 언어와 문법으로 형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미영 시인은 당진 출생으로 원당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시와 시학’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으며 5권의 시집과 2권의 수필집, 2권의 학부모 도움서 등을 펴냈다. 더불어 제1회 당진 ‘올해의 문학인’에 당선됐으며, 2021년 경상일보 신춘문예에서 당선됐다. 
한수미 기자 d911112@naver.com

 박미영 시인의 詩  

소금의 혈연

소금 알갱이에도 핏줄이 있다
생일날 미역국에 들어간 소금은 
혈연으로 똘똘 뭉쳐 더 짜고 끈끈하다

육지로 떨어져 나간 바다의 피붙이들
입 꼭 닫은 조개를 해감 시킬 때의 소금
그건 해감이 아니다
어미 품을 빌려 토설시키는 일종의 최후진술이다

싱거운 생선이 욕먹을까 봐
석쇠 위에서 탁탁 튀는 소금을 봐라
숯검정이 되면서까지 혈연의 결점을 방어하지 않는가

때로 채소의 숨을 죽이는 건
소금의 복수라거나 증오심 때문이 아니다
탯줄을 타고 내려온 간의 이력
전해질의 계보로 편입시키려는 소금의 배려다

엄마와 내가 간이 딱 맞는 이유도
슬픔의 농도와 온도가 같아서다
핏줄이 핏줄을 알아보고 끌어당기는 힘
엄마는 내게 달고도 아픈 소금 덩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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