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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선 코너 95]논 닷마지기

당진시대l승인2001.05.28 00:00l(3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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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월선사는 일반인들이 보기에 이해가 잘 안되는 일을 자주 행하였다. 대단한 경지에 이른 그분이 세상이치를 모두 꿰고 있을터인데도 하는 행동이 너무 순진난만했다.
또한 부지런하기가 대가집 머슴같아서 가는곳마다 새땅을 찾아 일구고 농사를 지었다. 언젠가 역시 몸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일한 덕분에 혜월선사는 논 열마지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그 열마지기의 논을 근처의 한 농부에게 시세보다 약간 싼값에 팔아서 농부 내외를 기쁘게 해주었다. 그리고 선사는 버려진 황무지 산등성이에 또다른 논을 만들고 윗골짜기 물을 끌어 쓸 수 있도록 밤낮없이 땀을 흘렸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돌을 캐다 둑을 쌓느라고 논 열마지기 판돈을 모두 써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해서 간신히 얻은 논은 먼저 열마지기의 절반인 다섯마지기였다. 그런데도 혜월선사는 얼굴가득 희색이 만연해 주위 사람들에게 논 닷마지기 벌었다고 자랑을 했다. 그러자 선사의 한 제자가 가슴을 치며 참지 못하고 한마디 내질렀다.
“스님 너무 답답하십니다. 열마지기를 처분해서 그 돈으로 다섯마지기밖에 마련 못했으니 나머지 다섯마지기는 날라가 버렸는데 어찌 벌었다 하시나요.”
이때 선사는 퉁퉁거리는 제자에게 그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어찌 그것이 손해란 말이냐? 먼저 열마지기의 논에서는 이미 농부가 농사를 잘짓고 있다. 그리고 이 산등성이에 새로 논 다섯마지기가 하늘에서 떨어졌으니 이것은 난데없는 횡재이다. 또한 논 만드느라고 일을 함께한 사람들이 품삯을 넉넉히 받아 살림에 보탰으니 이 또한 늘어난 재산인 것이다.”
혜월선사는 사사로운 소유에서 자유로운 분이었음을 알게된다. 큰것으로 작은것을 취한것 같은 단면이었지만 전체를 볼 줄 아는 그의 마음속에는 항상 큰 세상이 있었던 것이다.
보통사람들은 하나로 하나이상을 만들어야 보람으로 삼는다. 그러나 그것은 장사하는 방법이고 세상 늘려가는 지혜는 아니다.
벌써부터 일년후에는 우리들의 많은 것을 맡아 헌신하겠다는 분들의 모습이 보인다.
결정해 놓고 후회되지 않도록 선사같이 근면하고 천진하게 열린 봉사자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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