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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 입력 2022.02.15 15:32
  • 호수 1392

서울과 제주도의 중간 ‘당진’에서 글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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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거주하는 당진, 3년 전 찾아
월간 시사문단 2월호에 시 3편 수록

최병권(31) 시인이 월간 시사문단에 당선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월간 시사문단 2월호에 수록된 최 시인의 시는 <바닷마을 편지>, <스며들던 그때처럼>, <계절의 쉼> 세 편이다. 

<바닷마을 편지>는 그리워하는 이를 생각하며 편지를 쓰지만 전할 길이 없어 결국 내리는 소낙비에 글이 번져 바다로 흘러간다는 이야기다. 결국 전하지 못한 편지를 바다에 흘려 보내는 아쉬움의 감정을 시로 풀어냈다. 

두 번째 시 <스며들던 그때처럼>은 ‘눈동자에 달이 걸리고/눈꼬리에 별이 품어졌다’는 말처럼 여전히 화자의 눈에 담겨 스며 있는 그대를 떠올리며 쓴 시다. 

마지막 <계절의 쉼>에서는 ‘눈 오기 전 깊은 산 중으로 가자…눈 녹는 봄이 오면 꽃길 따라 내려가자’라는 구절이 나온다. 누구에게나 추운 겨울이 온다. 시에서 쓰인 ‘폭설’처럼 생각하지도 못한 일들이 갑작스레 찾아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눈은 녹고 봄은 찾아온다. 잠시 눈을 피해 산에서 쉬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에도 쉼의 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다시 봄처럼 시작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최 시인은 시를 통해 말하고 있다. 

최 시인의 인생에도 폭설과 같은 어려움이 찾아왔다. 그리고 지금은 녹기를 기다리며 시를 쓰는 중이다. 그는 3년 전 채운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님이 사는 당진을 찾았다. 

그전에는 서울에서, 그리고 그 전에는 제주도, 더 이전에는 인천에서 생활했다. 이십대 중반 최 시인은 평일이면 백화점에서, 주말이면 공사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돈이 전부라 생각했던 나이였다. 결국 얼마 가지 못하고 에너지가 소진된 그는 모든 것을 접고 제주도로 떠났다. 조금만 걸어가면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살며 그의 마음을 담아 써내려간 글이 시와 에세이가 됐다. 그 글들은 지난해 출간한 최 시인의 시집 <흔들림 속 선명했던 달>에 담겼다. 

9개월 간의 제주 생활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오니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서울은 제주처럼 바다를 보며 글을 쓸 여유를 주지 않았다. 우울증이 찾아왔다. 그때 부모님이 있는 당진을 찾게 됐다. 

최 시인은 “당진은 서울과 제주의 중간 정도인 것 같다”며 “당진에 내려와 나와 같이 마음이 아픈 사람들의 글을 읽고 아픔 속에서 공감을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 역시 글로 누군가에게 위로를 주고 싶다는 생각에 책을 출간했고, 등단까지 하게 됐다”고 전했다. 

“신인상 소식을 듣고 지금도 얼떨떨해요. 앞으로도 글을 쓰고 싶어요. 제가 위로를 받았던 것처럼 저도 우울한 누군가에게 위로와 공감을 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 최병권 시인은
- 1991년 서울 출생
- 경기도 시흥에서 초·중·고 졸업
- 현재 부모님과 함께 당진 거주
- <흔들림 속 선명했던 달> 출간
- 월간 시사문단 2월호 신인상 당선

 

<바닷마을 편지> 

문득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생겨
짐 풀기 제쳐두고, 
종이 한 장 꺼내 들어
차근차근 적어 내려갔습니다

어디쯤에 머물러 있는지 
알 수 없어
어찌 전해야 하나 고민 중
소낙비가 내려 
다 번지고 말았네요

이미 답을 알아버린 하늘
빗방울이 글자 담아
바다로 흘러들어 갑니다.

 

 

 

 

 

 

 

한수미 기자 d9111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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