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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선 코너 98] 가뭄이 준 생각

당진시대l승인2001.06.18 00:00l(3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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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쯤에는 생활용수를 대개 지렛대 원리로 만든 펌프를 설치해 지하에서 끌어 올렸다. 큰일 지내거나 심한 가뭄이 아니면 부족함이 없었다.
전기나 기름없이 얼마든지 퍼올릴 수 있기에 물만큼은 넉넉하게 썼다. 그런데 그 흔한 물을 아껴쓰라고 때마다 참견하는 집안 어른이 계셨다. 그분 말씀을 이해하는 데에는 꽤 오랜 세월이 걸렸다.
모내기철, 논마다 넘실넘실하던 물을 이앙기가 들어가기 직전 자작자작한 상태로 만든다. 퇴수로를 타고 바다를 향해 굽이치며 버려지는 물과 예년에 보지못한 삽교호 제방 하부의 불규칙하게 드러난 바위더미 모습이 눈에 겹친다.
이앙 후에는 또다시 논물을 가득 잡는다. 우리들은 백년만의 가뭄에 천혜의 보고를 이렇게 사용하고 딴동네 저수지에서 물동냥을 했다.
밤새 잠못자고 벌개진 눈을 비비며 여기저기 관정 뚫을 때 관내 어느 저택주인은 22mm 호스를 정원 관상수에 쏘아대서 석양빛으로 무지개를 연출한다. 넓은 잔디밭이 촉촉해진다.
그래도 성이 안차서 앞니처럼 나란히 박힌 화강암을 등목시켜 먼지를 닦는다. 지나던 학생들은 싱그러운 정원을 부럽게 쳐다보고 속회 보러가던 여인은 성경책을 옮겨쥐며 표정없이 바라본다.
자본주의에서는 능력의 범위나 법의 테두리내에서 권리를 찾아 사용한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주어진 권리라고 남용하면 언젠가 물이 마르고 바닥이 갈라질 수 있다.
우리에게 참 좋은 제도가 있다. 생활능력이 없는 이에게 무료진료 혜택을 주고 있다.
이 제1종 수급 대상자는 전체국민의 1% 내외이다. 그런데 그 좋은 권리를 남용하는 일부 때문에 다른 이들이 심한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
전문의사의 판단에 퇴원이나 통원이 가능한데도 약자신분을 빌미로 막무가내란다. 정말 심한 환자들이 입원못해 발을 동동거릴 때 무아의 지경에 빠지고 아예 그곳에 생활의 보금자리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절박한 상황에서 찾는 곳이 병원이다.
전부의 얘기가 아니어서 다행이지만 주어진 권리를 서로 아껴야 더큰 권리가 오게 된다. 물이 배를 띄우지만 그 배를 엎을수도 있다. 악용되던 서구의 복지제도가 요즘 방향전환하여 수혜자들에게 뼈아픈 경종을 울린 교훈을 새겨야 할 것이다. 백년만의 가뭄이 내것을 아끼고 덜어주는 스승 노릇을 톡톡히 한 것 같다. 하늘은 비를 안준대신 많은 생각들을 내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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