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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23 12:27
  • 수정 2022.10.28 17:20
  • 호수 1406

[우리 이웃의 밥줄 이야기 3]
하지영 베트남 통·번역사, 이선아 이중언어코치
“이제는 우리가 다문화가족 위해 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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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살이 도와준 당진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문화와 언어 달라 서류 작업에 어려움 겪기도”

 

필리핀 출신의 이선아(33) 씨와 베트남 출신의 하지영(31) 씨는 결혼하면서 당진으로 이주했다. 처음 당진에 자리 잡으면서 이들은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당진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찾았다.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한국살이를 이어온 이들은 현재 자신처럼

<편집자주> 다양한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편견에 사로잡혔던 시선을 바꿔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기획취재 <우리 이웃의 밥줄 이야기>는 지역에 사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이들의 삶의 애환과 따뜻한 인간애를 당진시대 기사와 유튜브 영상을 통해 전할 계획이다. 기사에 관련한 영상은 유튜브 ‘당진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한국의 삶이 낯선 결혼이주여성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전하고 있다. 

 

올해 이중언어 코치로 채용
이선아 씨는 필리핀에서 국제학교 부원장으로 일하면서 중·고등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쳤다. 필리핀으로 여행 온 당진 출신 남자를 만난 선아 씨는 26살에 부부의 연을 맺고 27살에 당진에 왔다. 선아 씨는 한국에 입국하기 전부터 목사를 통해 당진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존재를 알고 있었기에 당진에 오자마자 센터를 찾았다. 그는 센터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필리핀 자조모임 활동을 하며 교류를 넓혔다. 센터의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당진에 적응해갔고 현재는 두 아이를 둔 당진시민이다. 선아 씨는 “센터를 통해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한국에서의 삶이 익숙해지자 선아 씨는 4년간 세계시민교육 강사로 활동하면서 어린이집, 학교를 방문해 필리핀의 문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올해에는 두 자녀를 모두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게 되면서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당진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이중언어코치로 일을 시작한 것이다.

“다문화가족의 상호 소통 도와”
당진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영유아 및 초등학교에 재학하는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전문 이중언어 코치를 활용해 이중언어환경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문화가족 자녀가 가정에서 영유아기부터 자연스럽게 이중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부모와 자녀에게 상호작용 서비스를 제공해 부모와 자녀간 의사소통과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이다. 선아 씨는 필리핀을 비롯해 베트남, 태국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부모 코칭, 부모자녀 상호작용 프로그램, 활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선아 씨는 “엄마와 함께 영유아와 초등학생 자녀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데 대상자별로 연령에 맞춰 수업을 구성해야 한다”며 “강의안을 기획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17일에는 영유아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부모자녀 상호작용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선아 씨는 자녀와 엄마가 영어와 한국어, 본국어를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고자 음식 만들기 놀이, 미스터리 상자를 활용한 놀이 활동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어느 날은 과자를 사용해서 탈 것에 대한 언어를 가르쳐주는 수업을 했어요. 그런데 아토피가 있어서 과자를 먹지 못하는 아이도 있었죠. 과자가 아닌 과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면 모두 즐겁게 참여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좀더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수업을 진행해야겠다고 반성했죠.”

2018년부터 베트남 통번역사 근무
한편 당진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는 러시아(우즈베키스탄), 중국, 몽골, 베트남 통번역사가 활동하고 있다. 그중 하지영 씨는 지난 2018년부터 베트남 통번역사로 일하고 있다.

지영 씨도 2010년 결혼 후 2011년에 당진에 왔다. 당진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대상자로 각종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했다. 지영 씨는 “일주일에 3~4번은 센터를 오갔다”며 “센터가 나의 두 번째 집”이라고 말했다. 당진생활에 적응해가자 지영 씨는 주도적으로 일하고 싶었다. 지영 씨는 통번역사를 구하는 당진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이력서를 냈고 면접까지 거쳐 채용됐다.

상담, 통·번역, 지역홍보 등 담당
지영 씨는 “근무 첫 3개월은 힘들었다”면서 “베트남과 한국의 회사 생활이 다른데다가 모국어가 아닌 한국어로 문서 서류 작업하는 게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이어 “또한 대상자도 나를 찾지 않아 사무실에서만 있었다”며 “점차 일을 배워나가면서 현재는 자리에 앉을 새 없이 너무 바쁘다”고 말했다.

지영 씨는 통번역사로서 상담 통역, 부부통역, 서류 번역 등의 일을 한다. 또한 자조모임을 관리하고 지역사회 홍보 업무도 하고 있다. SNS에 센터 소식을 게시하기도 하고, 당진지역의 각종 유용한 정보를 대상자들에게 전하기도 한다. 지영 씨는 “외국인들은 당진시청 등 공공기관 홈페이지에 잘 접속하지 않아 정보를 얻지 못하는 일도 많다”며 “다문화가족들이 지역의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번역해서 올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가 한창 극심했던 시기에는 외국인 근로자의 마을 통역하며 코로나19 감염 역학조사를 돕기도 했다. 지영 씨는 “가정폭력과 같은 긴급상황이 발생할 때도 있다”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대상자의 연락에 새벽까지 사태를 정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남을 도울 수 있어 보람 느껴”
선아 씨와 지영 씨는 과거 센터를 이용하던 대상자에서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공자가 됐다. 이들은 각자 맡은 일을 하면서 대상자를 도울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선아 씨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좋다”며 “다문화가족 엄마들이 영어로 자녀를 가르치는 것을 어려워해 영어로 수업이 이뤄지는 것에 대해 만족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어도 배우고 본국어와 한국어도 함께 알 수 있어 수업 참여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지영 씨는 “내가 이렇게 오래 일할 줄 몰랐다”면서 “금방 질려할 줄 알았는데 일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이어 “통번역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은 대상자들이 ‘고맙다’고 말할 때면 보람을 느낀다”면서 “보람있는 일을 하면서 의미있게 살아가는 것 같아 오히려 내가 더 감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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